7화 오래된 친구는 왜 멀어졌을까
그 친구 집은 늘 조용했다.
전화벨이 울리지 않았다.
누군가 문을 세게 두드리는 소리도 없었다.
부엌에는 언제나 과일이 있었고, 냉장고 안에는 유통기한이 넉넉한 해외 간식이 놓여 있었다.
나는 그게 이상했다.
왜냐하면 내 집엔 늘 소리가 많았으니까.
빚 독촉 전화, TV 소리, 아빠의 한숨, 문 닫는 소리.
과일은 명절에만 볼 수 있었고, 간식은 금방 상하거나 사라졌다.
그 조용함이 부러웠다.
그 조용함 속에서 자라는 게 어떤 기분인지 궁금했다.
우린 고등학교 시절부터 붙어 다녔다.
그는 학원 끝나고 집에 가면 거실에서 아버지와 드라마를 봤다. 저녁 식사 후엔 책을 읽거나 기타를 쳤다.
나는 알바를 하고, 과제를 하고,
집에 가면 또 집안일을 했다.
그는 살 만했고, 나는 버텼다.
그때는 그냥 차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서른이 넘어서, 그 차이가 인생의 간극이 되는 걸 봤다. 그는 조금 힘들어도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뒤에서 지켜주는 아버지의 울타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아등바등할 필요 없는 삶.
치열하지 않아도 괜찮은 형편.
그것이 그를 여유롭게 만들었다.
나는 그 여유를 질투했다.
그 여유 속에서 그는 좋아하는 일을 천천히, 꾸준히 할 수 있었다.
나는 늘 선택이 생존과 직결됐다.
뭔가를 ‘하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니라, ‘해야만 해서’ 했다. 그 차이가 마음을 할퀴었다.
어느 순간, 우리는 대화가 줄었다.
그는 여행 이야기를 하고, 나는 월세 얘기를 했다.
그는 책을 쓰고, 나는 계약직 면접을 준비했다.
그의 문제와 나의 문제가, 서로에게 전혀 참고가 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질투를 솔직히 말할 수는 없었다.
그건 내 콤플렉스이자, 그가 알 필요 없는 진실이었다.
가끔 생각한다.
그가 나처럼 치열했다면, 우리 사이는 달라졌을까.
아니면 내가 그의 여유를 조금이라도 가질 수 있었다면.
질투는 멀어짐의 이유가 되기엔 너무 조용하다.
하지만 그 조용함이, 관계를 가장 깊이 무너뜨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