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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빛 Nov 30. 2024

사춘기3, 사춘기, 이런 거구나.

시간이 참 빠르게도 흐릅니다. 내 아이가 사춘기라니. 내 아이는 남보다 좀 느려서 사춘기가 늦게 올 거라 생각했습니다.


중학교 1학년. 중학생이 되니 사춘기가 오긴 오네요. 자기방에서 나오려고 하질 않네요. 말투는 날카로워지고 거칠어졌어요. 동생에게 고함을 치고 욕설을 자주 합니다. 여동생의 관심이 귀찮나 봅니다. 음악을 듣는다며 이어폰을 꽂은채로 줄곧 누워만 있습니다. 막상 잠을 안 자면서요. 2g폰일 땐 핸드폰을 거들떠도 안 보더니, 아이엄마와 많은 고민고민끝에 스마트폰으로 바꿔줬더니 스마트폰을 끌어안고 삽니다. 스마트폰이 문제인 건지, 폰을 바꿔준 시기가 우연찮게 사춘기 시기여서 인지. 스마트폰과 아이가 한 몸이 된 것 같습니다.


그렇게 좋아하던 책도 거의 안 읽습니다. 혹여 그동안 이 아빠가 너무 도서관이용해서 독서의 의지가 약해졌나 싶어, 서점에서 청소년 베스트 인기 책을 사서 조용히 보이는 곳에 놓아 두었습니다. 보이는 곳에 책이 있으면 심심해서 읽겠지 싶어서. 그러나, 알겠다고 하고선 책을 거들떠도 보지 않습니다. 예전과 달라졌어요.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을 다운받아 듣고 또 듣습니다. 음악을 듣는 게 안 좋은 게 아니예요. 이어폰을 귀에 꽂고 이불에서 나오지를 않는 게 걱정이 됩니다. 예전 같으면 동생이 티비를 틀면, 해밝은 표정으로 동생과 함께 신나게 보았어요. 지금은 자기방, 그것도 이불속에서만 살아요. 폭염 속 덥지 않냐며 시원한 마루로 나오라고 말해 봅니다. 아니랍니다, 선풍기가 시원하답니다. 이불이 따뜻하답니다. 괜찮답니다. 힘이 없고 피곤하답니다. 학교가기 싫답니다. 귀가 뚤렸는지, 방 안에서 엄마아빠동생이 하는 얘기를 다 듣고는 있는 것 같습니다. 가끔씩 간섭하는 걸 보면. 다 눈치밥으로 알고 있습니다.  


누가 그럽니다. 사춘기가 되면 자기 아이가 예전의 아이가 아니라고. 남 같다고... 전혀 다른 사람인 것 같다고... 우리아이. 아직 초기라서 그런가요. 아이는 완전 다른 사람 같진 않고 조금 이상해진 건 맞는 것 같아요. 문득 그런 생각을 해 봅니다. 내가 저 나이 때, 나도 저랬던가? 나는 저 나이때 저러지 않았던 것 같은데.  혹시... 나도 그러했는데 엄마아빠가 모른 척 넘어갔었던 건가? 나도 그러했는데 엄마아빠가 조용히 지켜봐 주었던 건가? 기억을 더듬어 봅니다. 실은 내가 그 나이 때, 어떠했는지 기억이 잘 나질 않습니다. 기억이 나지 않는 것도 맞고, 엄마아빠가 유별나지 않게 조용히 지켜봐 주셨던 것도 맞는 것 같습니다. 그때 엄마아빠는 지금의 나 같이 아이에게 잔소리하거나 소리도 치고 혼도 내고...그러지 않으셨던 것 같습니다. 그저 믿고 지켜보고 귀기울여 들어주고 내 짜증을 받아주고.. 그랬던 것 같습니다.


요즘 매주 하던 아빠와 아이의 공부, 일명 수요일 수학데이를 잠시 접어두고 있습니다. 아이가 요즘 아빠와의 공부에 관심이 없기도 하고, 아빠와의 공부를 서먹서먹해 하기도 하고, 아빠와 공부하다 자주 짜증을 내기도 하고. 아니, 공부 자체가 싫은 가 봅니다. 예전에는 수요일이면 의례 의무감에 아빠가 교재를 펴면 아이가 잘 따랐습니다. 하지만, 중학생이 되고 나서는 그게 쉽지 않게 되었습니다. 아빠가 솔선수범하여 책, 교재를 펴도 아이가 따르지 않습니다. 또, "얘야, 오늘은 월요일  같이하는 날, 오늘은 수요일 수학데이... 수학공부 같이 하자~." 해도, 아이가 몸을 비비꼬고 한숨을 쉬고 짜증섞이고 가시돋힌 말투로 아빠를 쏘아부칩니다. 또, 수학공부를 같이 시작했다 해도 몇 문제 풀다가 아이가 무턱대고 짜증을 냅니다. 아빠에게 짜증을... 실은 아빠에게라기 보다 자기자신에게 내는 짜증입니다. 문제가 안 풀린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아빠의 설명이 이해가 안 간다...아빠가 설명할때 짜증을 낸다...모른다고 아빠가 혼을 낸다...요즘은 수학데이가 다툼데이로 바뀌곤 합니다. 그래서... 요즘엔 수학데이를 멈추고 있습니다.


그래... 강요해서 한 공부가 얼마나 득이 되겠니? 억지로 한 공부가 얼마나 머리에 남겠니? 밥도 억지로 먹으면 채하는 걸... 억지로 한 공부... 나중에 더 하기 싫어질 걸. 억지로 한 공부... 나중에 스스로 못 하게 되겠지. 그래, 하기 싫을 때는 하라고 하지 말자. 아니.. 아빠가 먼저 공부하자~ 고 말하지 말아 보자. 스스로 하도록, 스스로 책을 펼 때까지 기다려 보자. 스스로 책을 펴지 않으면 더 기다려 보자. 나중에 학교시험에서 충격적인 점수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보자.


아빠는 요즘 주저주저 할 때가 많습니다. 오늘은 수학데이, 수학공부 같이 하자...고 잔소리가 목젖까지 올라와도, 꾸욱 누릅니다. 잔소리가 독이 될까 봐, 내 잔소리로 내 아이가 수동적인 아이가 될까 봐 꾸욱 참습니다. 기다려 봅니다. 기다려도 안 하면... 그냥 내가 책을 폅니다. 아빠 혼자 공부합니다. 그 모습을 보고도 반응이 없으면 그냥 둡니다. 잠시 한숨만 쉬고. 지켜보고 있겠지... 언젠가는 스스로 하겠지... 생각하며.


그나마 아이가 아직은 게임 자제력이 조금 있음에 만족해 하기로 했습니다. 언젠가는 이 게임을 두고 옥신각신할 때가 오겠지만요. 핸드폰을 부여잡고 뭘 하는 지 모르겠지만... 궁금한 마음이 굴뚝같아도, 욱 하고 밑에서 뭔가가 올라와도참아보기로 맘 먹었습니다. 그나마 주말에만 하기로 한 게임시간을 지켜주는 모습에 고마운 마음입니다. 이 정도면 감사하다... 싶습니다. 아이의 사춘기가 이런 거구나... 싶습니다. 말로만 듣던 혼돈의 사춘기. 이런 거구나 싶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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