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헤매도 결국, 나도 모르게 배우고 있었다.

대단하지 않은 날들의 기록

by 에시

나는 수영을 배우고 있다.

6개월째다. 그런데 여전히 반에서 꼴찌다.


처음엔 이게 참 민망했다.

같은 수업을 듣는 사람들은 하나둘 동작을 익히는데

나는 늘 제일 늦게 따라간다.

선생님이 설명하면 “아, 알겠다!” 싶다가도

막상 물속에 들어가면 몸은 전혀 다른 언어를 쓴다.


머리 위에서는 ‘왼팔 들어!’라고 소리치는데

내 팔은 오른쪽으로 허우적거리고,

발은 어디선가 독자적으로 반란을 일으킨다.

내 몸이 이렇게까지 내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놀라울 정도다.


그러다 보니까 선생님이 뭔가를 지적할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또 틀렸구나, 난 느려, 역시 내가 그렇지…’

이런 생각이 습관처럼 올라온다.


그런데 신기한 게 있다.


잘하고 있다는 확신은 단 하루도 없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나는

자유형을 하고 있고

배영을 하고 있고

평영을 배웠고

이제 접영을 연습하고 있다.


“언제 이렇게 배웠지…?” 싶을 정도로

몸이 아주 천천히, 정말 눈에 안 띄게

익숙해지고 있었던 거다.


정확히 맞게 하고 있는지는 여전히 모르겠지만

문득 이런 깨달음이 든다.

‘확신이 없어도, 배우는 건 진행된다.’


나는 늘 ‘잘하면 좋겠다’라는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실제로 내가 하고 있었던 건

‘조금씩, 조금씩 계속해보기’였다.


그래서인지 어떤 날은 정말 형편없어도

어떤 날은 물 위에 몸이 살짝 더 떠오르는 것 같다.

어떤 날은 리듬이 맞지 않는데

어떤 날은 팔이 물을 제대로 잡는 느낌이 난다.


그 모든 날을 합쳐놓으니까

결국 나는 네 가지 영법을

다 배우고 있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아직도 느리고

아직도 불확실하고

아직도 매번 헤매지만


느린 사람도 배운다.

확신 없어도 배운다.

그리고 언젠가는 ‘할 줄 아는 사람’이 된다.


나는 지금 그 중간쯤 어디에 있다.

부끄럽지도 대단하지도 않은,

그냥 꾸준히 물속에서 버둥거리며 배우는 사람.


그런데 그 모습이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어쩌면 인생도 그런 게 아닐까.

내가 잘하고 있는지 모르겠는데

어쩌다 보면 조금씩 익히고

어쩌다 보면 할 줄 아는 게 되고

어쩌다 보면 어느 날 자연스럽게

‘하고 있는 중’이 되어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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