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세계지리의 전문가는 아니지만 세계지리 지식을 전달할 의무는 있는 초등교사이다.
따라서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하여 6학년 2학기 세계지리 파트를 수업하였다.
그 와중에 학생들이 5대양 7대륙을 외우는 것을 귀찮아해서, 대륙통일, 대양통일카드게임을 슥슥 만들어서 하고 있다. 카드게임 방법 상 대륙의 이름은 자연스럽게 외우나 대륙의 특징이 쓰여있는 카드내용은 같이 살펴보아야 학생들이 좀 더 공부할 기회가 있다. 따라서 기억학습지로 내용을 같이 살펴보던 중이었는데...
우리 반 똘똘한 학생이 질문을 했다.
'사회과부도에 북아메리카에 있는 나라를 세어보면 남아메리카에 있는 나라보다 더 많은데요?'
대륙통일카드게임의 남아메리카 카드 내용 중 하나에 '북아메리카보다 많은 나라가 있다'를 써 놓았다. 여름방학 동안 2학기 수업준비를 하며 인터넷 어디선가에서 초등용 세계지리 참고서를 읽어보다가 해당 내용을 카드 시안에 적었던 기억이 난다.
수업시간에 네이버 검색도 해보며, 학생들과 왜 이럴까 같이 생각해 보았다. 내가 대략적으로 뭔가 기준점을 다르게 잡은 게 아니겠는가, 했고 어떤 학생들은 섬나라들은 포함을 안 시키는 게 아닐지, 혹은 UN가입국 여부에 따라 갈릴지 등 별별 가설을 다 세우고 결론을 짓지 못하고 쉬는 시간이 되었다.
교과수업시간에 인터넷에 남아메리카 나라 숫자, 북아메리카 나라 숫자 이렇게 열심히 검색해 보는데
무슨 카리브 이야기 중앙아메리카 이야기 나오고..
대략적으로 이해는 하겠으나 설명할 만큼은 이해를 못 한 위기에 처한 치즈샘...
결국 어떤 교사 커뮤니티에 질문글을 올려 선생님들께 여쭈어보아서 아메리카를 나누는 두 가지 기준, 지리적 기준과 문화적 기준이 있음을 알고 이해하게 되었다.
지리적 기준: 파나마 운하를 기준으로 북, 남아메리카 나눔. 북아메리카에 섬나라가 많아서 지리적 기준으로 보면 북아메리카에 나라가 많아진다. 사회과부도는 이 기준으로 한 것. 따라서 북아메리카에 나라가 많았다.
문화적 기준: 리오그란데 강을 기준으로 한다. 앵글로, 라틴 아메리카로 나눔. 이렇게 되면 앵글로 아메리카는 캐나다 미국만 해당되며 스페인어를 쓰는 나라들은 모두 라틴 아메리카. 이 기준으로 하면 앵글로아메리카에 해당되는 수가 매우 적음.
.... 그렇군.
우리 반 학생들에게 사회시간에 해당 내용을 설명했고, 똘똘한 학생에게는 그냥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비판적으로 정보를 받아들여서 우리 학생들에게 더 생각할 기회를 주어서 감사하다고 초코파이를 주었다. 국어 6단원을 할 때에도 한번 더 언급하였다. 정보를 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례로 말이다.
그리고 교사 커뮤니티에도 우리 반의 오개념 형성을 막아주셔서 감사하다는 댓글을 달았다.
대륙통일카드게임의 카드 내용도 수정하였다.
힘..들..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