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SO한 일상, 사랑이니까 22.11.03~22.12.06
광배군 사진 작가
활동 초기에는 고등학교 시절을 사진에 남겼으며 현재는 사랑이라는 소재를 다루는 작가다. 제목 없는 작품을 만들 때가 있으며, 작품 제작 시 사진과 글의 조화를 고려하며 빚어낸다. 글에서 부족한 점을 사진이 채워주고, 사진의 부족함을 글로 채워줄 수 있기 때문. 영감의 원천은 개인적인 경험과 음악에서 온다고 한다.
이번 전시는 ① 소소한 일상 ② 사랑이니까 두 파트를 나눠서 작업을 마쳤다.
특별할 거 없는 일상이지만 분명하게 찾아드는 행복과 뭐가 되었든 그 이유가 사랑이며, 사랑일 수 있다는 메세지를 담았다.
라이크디즈위드 교동점 : 대구 중구 동성로 63 3층
소소한 일상이 주는 무료함이 싫었다. 무료함이 싫어서 혼자서 할 줄 아는 것들을 늘려야 겠다고 다짐했다. 어디든지 홀로 떠날 수 있으리라는 믿음은 주로 전시라는 취미에서 왔기에 또 하나의 새로운 장소, 새로운 취미를 내 것으로 만들어야 했다. 문 닫힌 전시관과 다음 전시를 준비 중인 갤러리를 대체하기 위한 노력은 예상보다 훨씬 고된 일이었다. 그때 우연히 발견하게 된 것이 바로 '라이크디즈위드' 그중 교동점에서 처음으로 광배군 작가를 만났다.
보통 그림 위주의 전시만 보다가 오랜만에 사진 전시를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사진은 사진일뿐이며, 우리가 말하고 인정하는 그림의 영역을 로봇이 침범할 수 없다고 말한 알쓸인잡의 한 장면*처럼 나는 나만의 의미를 덧붙여야겠다고 다짐했다. 지난해부터 모든 일상이 대체될 수 있는 행복 같았다. 내가 아니어도 세상은 여전히 아름다운 장면과 아름답지 않은 장면들로 뒤엉킨 채 흘러갈 테니, 나는 사라져도 그만인 막힌 소변기 같았다.
"정말 심심한 게 맞아?"
그 말을 들었을 때 내가 느끼는 무료함, 심심함이 외로움이진 않는지 잠깐 의심했다. 하지만 외로움 때문에 자기 전에 운다거나, 즉흥적으로 나와 맞지 않는 이들을 인간관계에 들이진 않았다. 무엇보다 혼자서도 충분히 행복하다고 느낀 순간이 있었다. 그럼에도 그 순간의 행복은 폭발하는 사랑까지는 될 수 없었다. 사랑도, 일상도 실패한 것처럼 느껴지는 오늘. 나는 어떻게 해야할까?
뒤상의 뒷칸, 세상에 예술은 없으나 예술인을 믿는다고 한 그의 말을 조금씩 나의 삶으로 끌어들이는 중이다. 세상에 사랑다운 일상은 없으나 이곳을 지키는 사람들을 믿는다. 나는 그림 같은 일상이든, 사랑 같은 만남이든, 일단 혼자 남게될 나를 좀 더 믿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일상은 일상이고, 사랑은 오로지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사랑 때문에 일상이 행복해질 수는 있어도 일상이 행복 그 이상의 사랑이란 가치로는 넘어갈 수 없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는 두 가지를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어내어 표현했다. 소확행이라 부를 수 있는 순간들이 켜켜이 쌓인다면, 그것은 정말 사랑이 될 수 있을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그리하여 상처 받거나 상심하지도 않는 일상. 오히려 함께여서 더 외롭거나 슬플 때가 있는 사랑.
아이러니하게도 아무런 자극없이 흘러가는 일상과 사랑은 나에게 있어 터무니 없을 만큼 노잼으로 다가왔다. 심심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인데 말이다. 행복한 것들은 원래 물조절에 실패한 라면맛인가?
연애를 쉬지 않기로 결심했다. 스무살 때부터 매일같이 뿌리고 다닌 향수처럼. 매일 연애를 입고 다니기로 결심했다. 과연 그 결심이 나의 공허를 키우게 된 선택이 되지는 않았는지, 고민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광배군이 말한 사랑에는 해석되지 않는 문양이 있다.
이번 사진전 중에서 가장 마음에 와닿은 작품은 바로 '에로스의 화살' 프린트된 작품 안에서 큐피드의 화살을 떠올린다. 연애를 하고 있을 때도, 연애를 뜻하지 않게 쉬고 있을 때도, 연애도 우정도 아닌 관계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할 때도 나는 항상 버릇처럼 심심해하고 재미없어했다. 심지어 누군가와 있을 때도 나도 모르게 '심심하다.' '재미없다.' 라는 말을 내뱉고는 했다. 가족과 있을 때도, 설 연휴 때 다 같이 모인 자리에서도, 홀로 떠난 여행길에서도 그랬다. 나는 처음 떠난 해외여행마저도 재미 없었다. 혼자서 하는 카페투어도 어느 순간부터 지루해졌다.
혼자서 보내는 일상, 사랑하지 않고 있는 사랑
그 상황에서도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내가 행복하다고 느끼는 순간을 남겨 그 뒤에 나의 사인을 남겨둔 채, 이것들을 한데 모아 삶의 이유라고 부르고 싶다. 아직까지는 광배군 작가처럼 나의 일상/사랑을 동일시한 작품전을 꾸릴 수 없는 상태다. 그만큼 사랑하는 일상이 없기 때문에.
혼자서 사랑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는데, 사라져버렸다. 서소는 1인 카페로 2층에 위치한 작은 드립커피 카페였다. 얼마 안 있어 공식 계정에서 발견하게 되었다. 더 이상 운영하지 않는다는 종료의 말. 이곳에서 마신 한 잔의 에티오피아가 아른거린다. 분명 제2의 서소가 있겠지. 핸드드립 전문점인, 혼자서 보내기 딱 좋은 나만의 일상적인 카페다.
올 한해부터는 조금 덜 심심했으면 좋겠다. 함께하는 순간에서부터 차근차근 덜 무료해지다가 혼자하는 것까지 전부 사랑할 수 있게 된다면 다시 이 글을 소리내어 읽어봐야지. 그리고 이곳에서 나만의 <2023 소소한 일상, 사랑이니까>를 개최해보고 싶다. 누군가와 좀 더 나아진 나를 나누고 싶다.
혼자서 찾아갈, 목숨처럼 사랑하는 이에게 내가 사랑하는 일상을 내보일 때까지, 훗날 제2의 서소를 그리며 / 2023.01.26~
알쓸인잡 6회 - 우리 미래를 바꿀 인간 (2023.01.06 금) 방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