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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운 Oct 13. 2024

12, 기적

'지난날 삶이 힘들었다고 울지 마라.' '가난하게 자랐다고 슬퍼하지도 마라.' '지나고 보니 축복이었다' 고진감래'란 말이 있듯이. 이유 없는 고통은 없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

나를 아는 사람들은 대부분 잘 알 것이다. 자존심은 강하고 자존감은 없는, 보통 사람들 보다 더 존재감이 없는 인간이었다는 사실을... 밝게 보였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나의 환경과 과거를 보여주기 싫어 그렇게 보인 것뿐이다. 학창 시절 공부라고는 제대로 해본 적이 없는 인생 꼴찌였다. 스스로 늘 열등한 존재라 여기며 살았다. 그러니 희망도 꿈도 당연히 없었다. 어떻게 살아야겠다는 다짐도 목표도 없는 그런 존재였음을 지금이야 조심스레 밝힌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어릴 때부터 글 쓰기와 그림 그리기를 좋아한 거 같다. 어머니가 일하시는 장독대에 걸터앉아 저 멀리 보이는 산과 바다의 풍경을, 화분에 핀 꽃들과 주변 환경을 도화지에 표현을 하곤 했었다. 소풍을 갔다가 오는 날이면 그날의 기억들이 사라질까 봐 기록을 한 기억들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그림과 글쓰기교육을 제대로 받았다면 더 풍성한 삶을 담아내고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초등학교 1학년 7살인 어린  소년에게 선생님은 무자비하게 폭력을 행사했다. 단지 한글을 모른다는 이유였다. 얼마나 맞고 맞았는지 온몸에 피멍이 지금도 선명하게 영상이 돌아가듯 지나간다. 그때부터 학교가 싫어졌다. 학교 폭력의 피해자였다. 감수성이 형성되는 시기에 엄청난 충격을 받았으니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다.

그 사건으로 형님과 선생님이 대판 싸움을 했다.  그 이유로 학교를 강제 퇴학을 당하게 된다. 어린 나에게는 잊을 수 없는 사건이 되어 버렸다.


다음 해도 들어가지 못하고 그다음 해에 다시 들어갔지만 학교는 창살 없는 감옥이었고, 2년 전에 받은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우는 바람에 인생 전체가 꼬이고 말았다.  중학교 때는 더 했다. 교실 바닥을 미는 돌로 머리를 때리는 선생님이 있는가 하면. 이유도 없이 몽둥이 세례를 수없이 당했다, 요즘 같으면 있을 수 없는 일이 그때는 허용되는 시대였다. 어른이 되면서 새로운 사건들과 겹쳐지면서 마음의 병은 더 깊어 갔다.


넷째 형님이 추자도에서, 셋째 형님은 불의에 사고로 돌아가시는 사건이 있었고, 큰 누님과, 둘째 누님이 젊은 나이에 지병으로 돌아가셨다.  마음의 안식처인 어머니마저 충격으로 천국으로 가셨다. 사랑하는 조카들 2명까지 하늘나라로 보내고 나니, 이 세상에서 정을 붙이고 살아야  마음이 하나도 없었다.  인생이 왜 이리 꼬이는 아파트 옥상에서 뛰어내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찔리고 베인 마음의  상처와 고통을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잘 모른다. 용서를 하고 치유가 되기까지는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다. 시간이 해결해 주겠지! 세월이 약이겠지! 하고 살았지만 아니었다. 더 고통스럽게 괴롭혔다.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 환경과 아픈 트라우마로 인해 마음의 병은 더욱더 깊어갔다. 병은 글쓰기로 인해 고쳤다. 어릴 때 좋아했던 글쓰기를 하니 신기하게도 아무렇지도 않게 용서가 되고 치유가 되는 게 참 희한하다. 마음으로부터 오는 온갖 괴로움을 고치기 위해서 애를 많이 썼는데 이렇게 쉬운 처방을 몰랐다니... 요즘 진정한 자유를 얻은 느낌이 든다.


나의 아픈 과거를 말하는 이유는 누군가로부터 동정을 얻고 위로를 받기 위해서 하는 말이 아니다.

분명 나와 비슷한 환경을 가지고 마음의 병을 안고 살아가는 분들이 있을 것이다. 무조건 글쓰기를 해라. 모든 아픈 기억들을 꺼내 써봐라. 물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단언컨대 분명히 효과가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 글쓰기가 의사 선생님이 될 것이다. 처음부터 못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다. 할 수 있다는 용기를 내어 ' 무조건 쓰라.' 매일이 아니더라도 조금씩 실행하다 보면  회복되고 치유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첫발을 떼는 것이 중요하다.  인생이 변하는 기적을 맛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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