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지나 15년이라는 세월이 흘렸다. 2009년부터 쓴 “언젠간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 소설이 영국 옥스퍼드 대학 한국어 학과에서 교재로 선정되었다고 CBS 김현정 뉴스쇼에 출현한 차인표 작가가 말했다. 이 소설은 원래 “잘 가요 언덕”이라는 제목으로 출판되었지만 2018년 폐관을 했다. 2021년 개인 출판사를 하시는 분께서 청소년이 읽으면 좋겠다는 제안을 해 제목을 바꿔 다시 출판된 소설이다. 이 소설이 나오기까지 무려 10년의 세월을 가슴에 끌어안고 쓴 소설이라고 후일담을 말했다. 소설의 내용은 이렇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으로 끌려간 위안부 여인들의 아픈 삶을 수채화 같은 느낌으로 구성한 작품이다. 어렵고 힘든 삶이지만 존귀한 생명들이 살고 있었고, 자연은 아름다웠으며 그런 가운데서도 사람 냄새나는 세상을 꿈꾸는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차인표 작가가 옥스퍼드 대학으로부터 연락을 받고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이 책이 왜 교재로 추천되었는지 물었다고 한다. 학장님께서는 세상의 여러 가지 가슴 아픈 문제들이 있는데 이런 문제들에 관심을 갖고 쓴 내용들이 공감되고 또 많은 학생들과 나누며 고민하고자 이 책을 선정하게 되었다고 했다. 진행자 김현정 씨가 소설을 쓰게 된 배경이 무엇인지 물었다. 배우로서 대본을 읽다가 보면 자기도 소설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에 시작한 것이 3편의 소설을 낸 작가가 되어 있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그는 무려 2006년부터 18년째 읽기를 하루도 빼먹지 않고 쓴다고도 했다. 쓴 노트들이 화면을 통해서 비쳤는데 엄청난 양이었다. 결국 매일매일 쓴 일기가 소설가로 이어진 것이 아닌가라고 의심의 여지없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마약 퇴치 운동도 열심히 한다. 미래 청소년들이 마약으로부터 보호받고 깨끗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남경필 전 지사와 함께 참여하게 되었다고 했다. 그는 욕심이 많은 사람이었다. 원동력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다 같이 잘 사는 세상을 꿈꾸며 노력 중이라 했다. 그의 아내는 배우 신애라 씨다. 두 사람은 절실한 기독교인이며, 신애라 씨는 늘 든든한 지원군이자 칭찬을 잘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한다. 칭찬과 응원에 힘입어 하루하루 행복하게 최선을 다하며 산다고 부드러운 미소만큼 선량하게 아내를 표현했다.
쓴 소설이 15년 뒤에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서 교재로 선정될 것을 어떻게 알 수가 있었을까? 아무도 주목하지 않은 소설이 소름이 끼치도록 어안이 벙벙한 기적과 같은 경험은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교훈을 주는 대목이다. 그는 분명 한 문장 한 문장을 부여잡고 10년이라는 세월을 집중하였을 것이다. 아니 어쩜 산모의 고통을 겪을 만큼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돌아온 건 아무도 몰라주는 야속함이 더 그를 슬픔의 세계로 빠져들게 만들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그럼에도 그는 다시 일어나 도전하고 새로운 작품에 매진하는 걸 보면 삶을 대하는 태도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가 있다. 거듭 말하지만 흔들리지 않은 자기만의 고집과 색깔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여겨진다. 여기서 날 한번 돌아보자. 하루아침에 결과물을 만들어 내려고 내용도 없고 의미도 없는 글들을 얼마나 쏟아냈는지 돌아보게 된다. 물론 그때그때 최선이라는 말로 다했지만 차인표 씨가 10년을 공들여 만든 작품과 같이 세월을 견디면 쓴 작품과는 비교도 될 수 없을 만큼 초라한 수준이 아닐까. 양도 그렇고 깊이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사실대로 고백하기 좀 부끄러운 일이긴 하지만 현재까지 이런 자세로 글을 써 왔다는 사실이 다시금 마음을 바로잡게 만든다. 한 문장을 가볍게 여기지 않는 자세로 진지하게 임하자. 그것이 나를 위한 선택이고 올바른 자세다. 어쩌면 나에게도 차인표 작가처럼 기적이 임할지도 모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