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을 보관하는 보고
“나 이번에 브런치 스토리 작가 되었어요. 이제부터 양 작가라고 불러주세요.”
지인들과의 모임에서 던진 나의 말에 모두가 놀라며 박수를 보냈다. 누군가는 “뭐 먹는 것에도 작가가 있나요?”라며 농담처럼 말했지만, 그 안에는 은근한 부러움이 담겨 있었다. 나는 웃으며 설명을 이어갔다.
“브런치 작가는 카카오에서 운영하는 글쓰기 플랫폼에 글을 올리는 사람입니다. 단순히 회원 가입한다고 누구나 활동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까다로운 심사를 통과해야만 승인받을 수 있어요.”
사실은 작가 승인까지의 길은 결코 쉽지 않았다. 세 번의 도전으로 작년 9월 드디어 합격 통보를 받았다. 그 순간은 오래전 대학 입학시험 합격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만큼이나 가슴 벅찼다. 은퇴 후, 자전적 수필집이라도 남겨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여러 글쓰기 강좌를 찾아다녔다. 그러나 막상 행동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블로그에 짧은 글을 산발적으로 올리는 것이 전부였다. 정식으로 완성된 에세이 한 편도 쓰지 못한 채 시간이 흘렀다.
그러던 중 지인을 통해 브런치스토리를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나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라 생각했지만, 나도 한번 도전해 볼까 하는 마음이 싹텄다. 목표를 세우자 글쓰기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 약 1여 년 동안 글쓰기 근육을 단련하며 연습과 퇴고를 반복했다. 때로는 새벽녘에 일어나 문장을 다듬었다. 하루 종일 한 문장을 붙잡고 씨름한 적도 있었다. 결국 그 노력이 결실을 맺어 브런치 작가로 승인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시작은 순탄치 않았다. 첫 번째 글을 올렸을 때 고작 10개의 ‘라이킷’을 받는 데 그쳤다. 글이 다듬어지지 않았다는 증거였다. 브런치에서 라이킷은 단순한 버튼이 아니라 독자의 공감 표시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하지 않던가. 그만큼 라이킷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된다. 나는 좌절하지 않고 다시 글을 고쳐 쓰고, 힘을 빼고 정돈된 문장을 연습했다.
그 결과 지금은 발행한 글이 100편을 넘어섰다. 매 글마다 수백 개의 공감과 댓글이 달린다. 한 독자는 “작가님이 발행한 여행기가 현장감이 생생해서 간접 여행을 잘했어요”라고 남겼다. 어떤 독자는 내가 쓴 독립운동 관련 글을 읽고 눈물이 났다고도 했다. 이런 댓글은 나를 성장시켰고, 브런치 작가라는 이름은 내게 의무감과 책임감을 안겨 주었다. 덕분에 멈추지 않고 계속 쓰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정형화된 브런치 플랫폼의 템플릿은 글을 구조화하고 정리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이제는 내 이름으로 된 책을 발간하겠다는 새로운 목표도 품게 되었다.
이미 브런치북 형태로 두 권을 발간했다. 그 과정에서 얻은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앞으로는 글을 모아 정식 출판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나의 철학과 교육관, 삶의 메시지를 담은 글을 남겨 가족과 자식들에게 전하고 싶다. 언젠가는 이 글들이 나의 영혼과 숨결이 담긴 유산이 될 것이다.
브런치는 단순한 플랫폼이 아니라, 나에게는 영혼을 보관하는 창고다. 한 편씩 쌓아가는 글들은 지혜의 보고가 된다. 나의 작은 영토가 되어 살아 숨 쉬고 있다. 최근에는 하와이 이민 1세대의 눈물겨운 독립운동사를 연재하고 있다. 브런치가 아니었다면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이야기들이다. 또한, 내가 평생 몸담았던 수출 현장의 경험을 정리해 ‘수출 가이드북’을 만드는 것도 목표로 삼고 있다.
글쓰기는 인생을 더욱 풍요롭게 한다.
브런치 플랫폼은 나를 성숙되고 단단한 작가로 거듭나게 한다. 앞으로도 글을 쓰는 일만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나의 글은 단순히 나를 위한 기록이 아니라, 후세에 남겨질 한 시대의 족적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