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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 Young Nov 09. 2024

(08;미서부1화) 설렘 가득한 미국 서부여행 시작

각양각색의 공항 풍경

 일주일 전부터 아내는 여행 가방에 옷을 넣었다가 다시 빼는 과정을 반복하며 이미 마음은 여행지에 가 있었다. 출발 전의 설렘과 기대감이 온 집안을 감싸며 집 안에는 여행을 준비하는 긴장과 기쁨이 흘렀다. 우리는 오늘 미국 서부로 여행을 떠난다. 준비하는 아내의 손길에서는 들뜬 감정이 느껴졌고, 우리는 이내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전철 안에서 서로 눈빛을 마주치며 미소를 나눴고, 마음속 설렘은 점점 커져만 갔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활기가 넘치는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출국장과 입국장은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과 귀국하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새 여정을 앞둔 기대감과 오랜만에 고향으로 돌아온 안도감이 가득했다. 공항은 그 자체로 다양한 사연과 감정이 교차하는 공간이다.


 편안한 차림으로 공항을 누비는 사람들 사이에서, 젊은 부부는 슬리퍼에 반바지를 입고 유모차에 탄 아이와 함께 천천히 걷고 있었다. 아이의 웃음소리에 부모는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그 순간을 즐긴다. 반면, 비즈니스 슈트를 입은 중년 남성은 휴대폰으로 통화하며 빠르게 걸어갔고, 그의 표정에는 긴장과 책임감이 서려 있었다.


 은행 앞에는 환전을 기다리는 여행자들이 긴 줄을 이루고 있었다. 한 남자는 주머니를 뒤적이며 바꿀 원화를 세고 있고, 옆에서는 환전한 돈을 손에 쥔 채 설렘을 감추지 못하는 사람이 보였다. 이렇게 다양한 모습들이 공항을 다채롭고 특별한 공간으로 만들었다.


 자동 체크인 기계 앞에서는 익숙한 여행자들이 능숙하게 절차를 밟고 있었지만,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화면을 보며 잠시 머뭇거렸다. 그들의 당황한 표정 속에서도, 주변에서 도움을 주는 따스한 장면이 눈에 띄었다. 이 작은 순간들이 모여 공항을 인간적인 공간으로 만든다.


 탑승 게이트 근처에서는 승무원들이 단정한 유니폼을 입고 바쁘게 움직였다. 그들의 침착한 태도와 자신감 넘치는 표정은 복잡한 공항에 질서를 더했다. 한편, 여행사 카운터 앞에서는 시골 어르신들이 단체로 모여 설렘 가득한 눈빛을 주고받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이번 여행이 특별한 추억이 되기를 바라는 기대감이 담겨 있었다.


 출국장에는 다양한 언어가 섞여 들려왔다. 검은 천으로 온몸을 감싼 중동 여성들은 어린아이의 손을 꼭 잡고 남편을 따라 빠르게 움직였고, 무거운 가방을 멘 거구의 흑인 남성은 체크인 키오스크 앞에 서 있었다. 카페에서는 중년의 미국인 커플이 간단한 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누었고, 좌석은 빈틈없이 가득 차 있었다. 중국인 관광객들은 시끌벅적하게 웃고 떠들며 분위기를 더했다. 의자에 길게 누워 피곤을 달래는 동남아인,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는 젊은 미국 남녀, 분주하게 통화하는 중년 여성까지, 다양한 국적과 사연을 지닌 이들이 공항이라는 작은 세계 안에서 함께했다.


 국제공항은 이렇게 수많은 이야기가 얽히고설킨 곳이다. 각자의 삶의 조각들이 공항에서 만나며, 새로운 여정을 향한 기대와 설렘이 넘실거린다. 공항은 단순한 출발점이 아니라, 서로 다른 사람들이 교차하고 연결되는, 새로운 세상으로 향하는 관문이다. 사람들은 이곳에서 순간적으로 서로를 인식하며 각기 다른 목표와 설렘을 품은 채 새로운 여행을 시작한다.

인천 공항 왕가의 외출

 면세 구역의 넓은 통로에서는 낯선 풍경이 펼쳐졌다. 조선시대 ‘왕가의 외출’ 퍼레이드가 재현되어 호위 무사, 왕과 왕비, 세자 부부, 환관이 궁중 악사의 북소리에 맞춰 길게 행진했다. 비행기를 기다리던 승객들과 면세점 쇼핑객들은 그 장면을 신기하게 바라보며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었다.


 평소에 말수가 적은 아내는 오늘따라 말이 많아졌다. 여권과 탑승 티켓을 몇 번이고 확인하며 가방을 만지작거렸다. 탑승 전, 아내가 맡긴 작은 비닐백이 보이지 않아 걱정스러웠다. 그 안에는 세부 일정표, 가이드 정보, 호텔 예약 정보가 들어 있었는데, 다행히 비행기에 탑승한 후 여행사에 연락해 문자로 받아서야 안도할 수 있었다.


please fasten your seat belt!”라는 안내 방송이 들리고 비행기가 서서히 움직였다. 활주로를 전속력으로 질주하다가, “뚝” 하는 쇳소리와 함께 하늘로 힘차게 날아올랐다. 미국 서부 5대 캐니언과 주요 도시를 찾아 떠나는 8박 10일간의 패키지여행이 드디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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