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쓰는 결혼3

신혼집은 행방불명

by 딱좋은나

현실성이 떨어져도 한참 떨어지던 미대오빠는

결혼식이 코앞인데도 신혼집에 대한 관심조차 없었다.



자취방을 정리하고 본가에서 잠시 지내던 그는

나름 그 생활이 편한 듯 했다.


덩달아 나까지 그의 무감각에 빠진 것인지

아니면 남들처럼 결혼식 준비를 하는동안

예비신부 놀이에 푹 빠져있던 탓인지.


나 역시 단 한번도 신혼집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고 있었다.


누군가 해결해줄 일도 아니건만,

용자들은 결혼식 이후 살 집까지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러다가 이사님의 제안받고 거절한 후

지나는 말로 부모님께 말씀을 드렸다.


"일 잘한다고 회사에서 잡을 정도로

딸내미가 잘난 사람이야~"


하는 의미로 말씀을 드렸었는데

그게 신혼집 문제의 도화선이 될 줄은 몰랐었다.





결혼식이 채 일주일도 남지 않았던 날이었다.

내 결혼 준비를 그저 지켜만 보시던 아빠께서

출근하는 나를 잡고 물으셨다

"너희 신혼집은?"



내 입에서 '아직...'이라는 대답이 채 다 나오기도 전에

"지하방이나 사글셋방을 구하더라도

장가 가기 전에 신혼집 방 한 칸은 마련해야지.

시댁 들어가서 사는 것도 아니라면서

이건 무슨 막돼먹은 경우고?"

하고 소리를 버럭 지르셨다.


허세에 찼음에도 한 없이 가벼웠던

내 주둥이를 탓해보지만 이미 늦은 일이었다.




꾹꾹 눌러 참아오던 화를 한 번 뱉어내자

얼굴까지 시뻘게질 정도로 제대로 열이 오른 아빤

불안한 눈으로 두 부녀를 지켜보고있는 엄마께

"저 가시나 저래 결혼시킬 거가!?"

하시며 내게 먹히지도 않을 겁을 주셨다.



돈 한 푼 보태주지 않으면서 따지는 아빠와

천하태평 철부지 딸 사이에서

인내심 강한 엄마도

말 없이 답답함을 참으며

화를 삭히고 계시긴 마찬가지였다.




"말이 없으니 낸들 우째 아노........ 니가 대답 해봐라.

그래, 느그 신혼집은 우짜기로 했는데?"



"어.......... 음..............

일단 늦었으니까 출근부터 하고!"



나는 비겁하게 그 순간

나를 걱정하는 내 부모로부터 도망을 쳤다.





엄마나 아빠의 입장에서는

가뜩이나 맘에 들지 않는 사위놈이

결혼을 앞두고 하는 짓까지 못 미더우니

더더욱 화가 나실 수밖에 없었다.




생각지 못한 큰 복병을 만나 마음이 무거워진 나는

1시간 거리의 회사로 향하는 출근 길이 천리길 만리길처럼 느껴졌다.


신호를 받고 회사와 공항의 갈림길 앞에서

나는 급히 갓길에 차를 세웠다.

길곤

회사의 관리과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과장님 저 용대린데요, 아침부터 죄송합니다.

제가 진짜 피치 못해서 그러는데 오늘 급하게 연차 좀 쓸게요.

신혼집 구하러 서울 가야되서요"



"어이, 용 대리님.

곧 있으면 결혼하고 신혼여행 간다고 회사 안나오실 거면서. 어?!

미리미리 안해두시고 갑자기 아침에 이러면 어짜라고.

부장님한테는 내가 말해놓을테니, 가서 좋은데 구해온나"



우리 회사 최고의 실세 중 하나인,

관리 과장님의 핀잔과 응원을 담은 허가를 받고

나는 그 길로 김해공항으로 차를 몰았다.



"오빠야 내 지금 서울간다.

빨리 준비해서 데릴러 나온나!"


위풍당당 용자는 막무가내 연차를 내고

비행기를 타고 바로 서울로 날아갔다.

결혼식 4일 전이었다.








"오빠야, 우리 아빠 엄청 화났다!

저 성질에 결혼식도 다 엎어버릴 거 같은데!

우리 신혼집 빨리 구해야 된다.

우짜지? 우짜노? 우짤낀데!"



발을 동동 구르는 내 말에도 그는 그저 묵묵부답.

입이 있으면 뭐하냐고!

말을 하라고!


답답함에 내 숨이 껄떡 껄떡 넘어갔다.




"우리 신혼집, 있긴 있는 거제?

우리 어디서 사노? 어디서 살낀데?"



".......있기는........ 있어야겠지...

근데 진짜, 우리 어디서 살지?"




"어디에?!"


"언제?"


"어떻게 구할 건데?"


절규같은 내 물음에도 대답이 없는 미대오빠.


깔딱고개를 넘듯 매 고비를 넘는

용쓰는 결혼 생활의 서막이었다.




이 일은 지금도 미대오빠가 책임감 없이 행동할 때마다

회자되는 에피소드이다.


돌이켜보면

나는 이때 엄마아빠의 질문으로부터 도망을 칠게 아니라

차라리

부모님 뒤에 숨어서라도

미대오빠로부터 도망을 갔어야했다.



책임감 없는 남자는 OUT!


나도 알고 너도 알고 세상 모두 아는 그 단순한 진리가

왜 그땐 철저하게 콩깍지에 가려져 버린 건지.


용 쓰며 살다보니 참으로 원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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