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면서도 멈추지 않기 위해 적는 일들
토요일 밤이면 피곤한 몸을 일으킨다. 집을 나서기 전, 아내에게 아주 짧은 양해를 구한다. 동네 카페까지 걷는 동안 다음 주의 일들이 가볍게 떠오른다. 아이템을 고르고, 자료를 넘기고, 월요일부터의 동선을 그린다. 계획은 금세 흐트러지겠지만, 방향을 잃지 않기 위해 잠시라도 자리를 만든다.
최근 맞은 독감 주사 때문인지 오늘은 몸이 가라앉는다. 잔기침이 올라오고, 콧물이 천천히 흐른다. 감기에 걸리면 아이들과 아내, 마주치는 사람들까지 함께 흔들린다. 오늘은 오래 버티지 않고 자정 전에 돌아가려 한다. 몸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지 않으려고.
취재를 하다 보면 말의 결이 크게 달라진다. 어떤 이는 고맙다는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또 어떤 이는 두려움에 가까운 목소리를 벗 삼아 협박을 던진다. 최근 휴대폰을 바꾸고 나서야 통화녹음 없이 버티던 시간이 떠오른다. 좋은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마음이 문득 떠오르지만, 그 마음이 언제나 허락되는 것은 아니다. 하루의 무게가 저녁마다 조금씩 남는다.
체력을 더 길러야겠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술을 줄이고, 간을 아끼고, 잠을 더 깊이 잘 것. 달리기를 놓치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그 ‘놓치지 않음’이 어떤 날은 더 어렵다.
브런치의 작가들이 멤버십을 통해 자신만의 자리를 만들어가는 모습을 본다. 나도 쓰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정리가 쉽지 않다. 지금처럼 생각나는 대로 적는 일이 전부다. 교훈도, 특별한 메시지도 없다. 그저 비슷한 일상을 건너는 한 사람의 기록이다. 그럼에도 여기에서 ‘춘프카’라는 이름을 잃지 않기 위해 이렇게 적는다.
말을 아끼면서도, 멈추지 않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