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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맹포토 Oct 22. 2023

매 계절, 놀라운 너

여름-가을-겨울을 반영하는 문원폭포

이번 글에서는 사색적인 계절 변화에 여러분을 초대하고 싶다. 글을 쓰고 유튜브 채널도 운영하면서, 나의 인생은 계절과 박자를 맞춰 가고 있다. 도시, 그리고 늘 디지털로 연결돼 있는 세상에 대한 두려움은, 언제나 천천히 변화하고 있는 자연의 주기에 점점 더 자리를 내어주는 중이다. 나와 비슷한 세대의 많은 친구들과 달리 나는 산, 나무, 바위, 물과도 같은 영원한 것들-적어도 사람의 관점에서는-의 느린 움직임을 따라가는 삶을 꿈꾸게 된 이유다. 이번 글은 고요함과 사색에 대한 찬미다. 


오늘의 주인공인 문원폭포를 소개한다. 여름의 이 폭포는 힘과 우아함으로 보는 이를 압도한다. 


사진 1. 벌써부터 달려가고 싶게 만드는 이 장관.


문원폭포는 폭포 자체만으로도 아름답지만, 그 아름다움을 더 돋보이게 만드는 환경적 요소가 다양해서 좋다. 꼭대기, 물줄기가 시작되는 지점은 아주 크지도 작지도 않은 전형적인 한국 폭포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아래를 살짝 내려다보면, 바위의 등을 타고 지그재그 춤추며 곡선을 만들어가는 우아함이 이루 말할 수 없다. 


온전히 포효하는 에너지, 그리고 이런 우아함의 미를 동시에 목격하다 보면 그야말로 자연의 기적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물줄기는 주변에 부딪치며 커다란 소리를 내뿜고, 괴물 같던 장맛비는 어디로 갔냐는 듯 왈츠를 추는 발레리나처럼 경쾌하게 움직인다.


사진 2. 주변의 나무와 바위가 마치 프레임이 되어 폭포를 담아내고 있는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한국에 오기 전에, 나는 한국의 폭포에 대해 막연하게 높은 산에서 곧은 물줄기가 세차게 퍼붓는 절벽, 그 아래 깊고 푸르른 웅덩이만을 상상했다. 하지만 이는 한국 폭포의 극히 일부였다. 대부분의 폭포는 숲 속에 숨어 있고, 아주 높지도 않고, 물줄기는 직선으로 떨어지지 않는다. 경사진 바윗면이 적당한 각도를 만들어내면서 폭포 물이 좀 더 부드럽게 흐르게끔 도와주기 때문이다. 마치 거친 바윗면이 이를 타고 흐르는 물과 함께 만들어낸 혈관 같아 보이기도 한다. 


사진 3. 물살이 돌에 부딪쳐 만들어내는 패턴도 멋지고, 이 구성에서는 폭포 위에 또 다른 폭포가 있는 듯한 이 모습이 장관이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방문하게 되는 이 폭포. 여름에는 열기를 식히러 가기도 하지만, 가을엔 아름다움을 발견하러 가기도 하고, 겨울엔 얼어붙은 폭포의 반영을 감탄하며 응시하기 위해 찾는다. 이제 가을의 문원폭포를 보여드리겠다. 


사진 4(사진 1과 비교). 비가 온 날이었다. 습한 공기와 함께 순식간에 사라지는 엷은 안개가 환영하고 있었다. 여름과 다르게 나뭇잎이 덜 빽빽하다 보니 숲을 더 깊게 볼 수 있다. 그 결과, 태양빛이 대략 공평하게 모든 곳을 비춰주고 있다. 


사진 5. 선명한 색상이 사진을 바쁘게 만든다. 사실 너무 화려해 보이기도 한다. 특히 떨어진 낙엽이 함께 섞여있으면 그러하다. 좀 더 간단한 구성을 찾아야만 한다...


사진 6. 바닥의 나뭇잎을, 이를 따라 흘러내리는 구불구불한 물길을 강조하는 도구로 사용했다. 그 와중에 상단 나뭇가지가 이 프레임에 도움을 주길래 기쁘게 담아봤는데, 이는 폭포의 물길에 시선을 집중시킨다.


사진 7(사진 3과 비교). 엷은 안개가 다시 찾아온 장면. 이 기회를 놓칠세라 물고랑에 더 가까이 다가가, 이미 운명한 나뭇잎 카펫 위로 쉼 없이 만들어지는 효과를 포착했다. 안개는 앞배경에 좀 더 많은 임팩트를 양보하면서, 깊이 있는 느낌을 창조해 낸다. 


나는 불꽃놀이 보는 걸 좋아한다. 첫 번째 폭발 전, 나의 기대는 하늘을 찌르고, 막상 쇼가 시작되면, 어디를 봐야 할지 모를 정도로 매 초 매 순간이 거듭되는 마법과도 같아진다. 이윽고 쇼가 끝나면, 소음에 시달리던 나의 귓가에는 침묵만이 남는다. 


내게 가을은 불꽃놀이와 아주 비슷하다. 여름이 끝나가며 온도와 습도가 낮아지자마자, 나는 한 가지 생각만을 할 수밖에 없다 : 단풍. 당연히 가을의 나는 (가끔은 통제가 힘들 정도로) 흥분되는데, 절대로 내가 이 장면을 이 짧은 기간에 충분히 볼 수 없단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나뭇잎은 떨어지고, 모든 것은 차분해지며 조용하게 멈춘다. 폭포마저 그러하다...


사진 8(사진 4, 사진 1과 비교). 한겨울의 냉랭한 추위가 오기 전, 흰 눈이 앞으로 다가올 벌거벗은 자연의 예고편을 선사한다. 이제 내 숨을 눈으로도 볼 수 있고, 손가락은 아려오지만 운 좋게도, 마지막 순간까지 남아있는 식물들이 힘겹게 버티고 있다. 


사진 9-1, 9-2. 자연이 겨울의 침대를 만드는 동안, 쌓인 눈은 일시적으로 담요를 제공한다. 추위가 아직 모든 것을 아우르지는 않은 순간, 작은 잎사귀들이 가능한 활기차게 힘을 내서 이를 밀어내본다. 하지만 우리는 안다, 이러한 전환기의 결말은 무엇인지 : 추위가 이긴다. 적어도 당분간은...


사진 10-1, 10-2(사진 4, 사진 1과 비교). 전에 폭발하듯 흐르던 물은 지금 한 곳에 얼어있다. 색깔은 사라지고, 움직임도 줄어들고 찬 공기만이 가차 없이 모든 것을 움켜쥐고 있다. 모든 것은 평화롭고, 추위는 생명들을 잠들게 하며 감각을 마비시키고, 꽁꽁 언 물은 독특한 세부 요소를 만들어낸다. 


사진 11. 개울 쪽, 얼음에 싸인 낙엽들은 내려오는 길의 얼음 아래서 길을 잃은 물방울들을 불러 모은다. 


모든 것이 멈춘 듯 보인다. 나무가 나뭇잎을 벗어던지고, 동물을 만나기도 굉장히 힘든 이 계절, 이 여건 속에서도 번창하는 생명체가 눈에 띈다, 바로 녹색말. 끈적끈적해 보이는 비주얼을 보면 가장 미학적인 피사체는 아니겠다 싶으면서도, 이 황량한 풍경에 색깔을 가져다주는 유일한 존재임은 부인할 수 없다.


사진 13. 이 사진에서는 시각적인 아름다움만을 넘어서, 은유적 표현을 해보고자 했다. 처음엔 이 형상-특히 얼음 모양을 따르는 바위와 녹색말 안쪽의 뒤집어진 삼각형-이 나를 폭포의 구석진 곳으로 이끌었다. 하지만 결국, 봄이 돌아올 때까지 저 '괄호' 사이 생명조차 다 덮어버릴 완강한 겨울의 추위를 의미하는 사진으로 보이기도 한다. 


문원폭포는 사실 두 개의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위에서 소개한 사진들은 산길 위쪽에 자리한 주요 부분이었다. 좀 더 낮게 위치한 폭포는 비록 크기는 더 작지만, 여름 수영에는 완벽하다. 운 좋게도, 내가 올라서기 좋은 바위가 있었기에 높은 각도에서 계절의 변화를 보여주는 이 아름다운 '창문'을 포착할 수 있었다.

사진 11-1, 11-2, 11-3. 문원폭포 하류의 여름, 가을, 겨울. 상류와는 또 다른 정겨운 매력이 있다. 


많은 이에게 겨울은 엄혹하고, 무섭고, 미운 계절이다. 하지만 내게는 평화롭게 자기반성을 하게 만드는, 몇 개월 간의 쉼이자 감사한 휴식시간이 되었다, 다른 계절의 분주함과는 확실히 거리가 멀다. 세상이 헐벗었을 때에는, 본질만이 남는다 : 생명의 심장은, 장엄한 복귀를 준비하기 위해 막간의 휴식을 취한다.


제가 사랑하는 자연 속에서 진행된 계절 여행에 함께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계절의 변화를 담는 일은 (아직까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촬영 주제입니다. 변해가는 자연은 제게 행동을 이끌어가는 힘과, 실패에 두려워하지 않는 방법을 가르쳐줍니다.  

제 유튜브 채널에서는 영상과 함께 저의 풍경사진 촬영 여정에 더 실감 나게 즐기실 수 있습니다. 인스타그램에도 더 많은 한국의 풍경 사진이 담겨있으니 많이 많이 들러서 감상해 주세요! 홈페이지 호맹포토의 Blog에는 다양한 풍경사진 촬영기가 영어와 프랑스어로도 작성되어 있습니다. 저의 엣시(etsy)에서는 풍경사진 출력본 구매를 통해 제 작업을 지원해 주실 수도 있어요.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한국 자연사진 촬영에 대한 질문은 언제든지 아래쪽 댓글을 통해서 해주시고, 제 글도 공유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럼 다음 여행에서 또 뵐게요.

아 비앙또! (À bientôt! : “또 만나요!”를 뜻하는 프랑스어)


*원고 번역 및 편집 : 김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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