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이 신념에 대해 비판을 하는 반면, 미학은 대상 혹은 현상에 대해가치를 발견하는 일을 한다. 그리고 가치는 다양한 해석으로 나타난다. 예술의 대중화 시대에서 작품을 해석하는 감상자는 매우 다양하다. 인종, 성별, 나이의 틀에 얽매이지 않는다. 그러므로 나와 어린 자녀 사이에서도 작품에 대한 해석을 주고받을 수 있다. 이를 통해 작품의 의미는 더욱 풍부해지고, 시대의 의미가 생성된다. 예술은 시대를 반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학은 트렌드(trend)를 읽어내고 그것의 방향을 바꾸기도 한다. 가치를 발견하고 시대의 흐름을 읽어내는 능력은 언제나 그러하였듯이 미래사회에서도 가장 강한 힘일 것이다.
“당신은 자녀를 어떤 사람으로 키우고 싶습니까?”
타고난 능력 외에 내가 엄마로서 능력을 키워줄 수 있다면 꼭 미적 감각이 있는 사람으로 키우고 싶었다. 미적 감각을 키우겠다고 하면 사람들은 내가 아이를 ‘센스 있는 사람’으로 키우고 싶구나 하며 오해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조금 깊이 들어가 보면 미적 감각이라는 것은 실로 어마어마한 능력이다. 이 감각이 얼마나 발달되는가에 따라 인지하고 있는 대상을 식별하여 가치를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러한 감각이 단순히 많이 봄으로써 체득된다고 말한다. 이 말이 어느 정도 맞기는 하지만 미적인 대상들을 많이 보는 방법을 통해서는 미적 감각을 키우는데 반 정도 성공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 반 정도 성공했다는 말은 ‘미적 감각이 없지는 않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그렇다면 아이의 미적 감각을 끌어올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1. 아이에게 미적 경험의 기회를 최대한 제공할 것
먼저 미적 경험을 최대한 많이 하는 것이다. 제롬 스톨니쯔에 의하면 미적 경험이란 우리가 어떤 대상을 받아들이고 향수하는 특별한 경험이다. 다시 말해 예술 작품을 지각하고 감상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성인들도 미술관에 가면 모든 작품을 주목하여 보지 않는다. 아이들의 경우는 이보다 덜 할 것이다. 물론 뛰어난 영재의 경우는 다르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단 한 작품이라도 아이가 주목을 하게 된다면 우리는 그 순간을 기다리고 도와주어야 한다. 아이가 작품에서 의미를 발견하고 분석할 수 있도록 말이다.
2. 가치 평가하기
아이가 예술 작품에 대하여 미적 경험을 하게 되었다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이 단계가 바로 가치 평가의 단계이다. 아이는 그림책을 보는 것처럼 작품에 몰입하여 보물찾기 놀이를 한다. 나의 딸이 만 4세가 되던 해인 2022년 여름, 우리는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앤서니 브라운전'을 관람하고 있었다. 그곳에서 내 딸은 산드로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1485)>을 패러디한 미디어아트 작품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벽면에 걸려있는 패널 화면에 보티첼리의 그림이 나타나고, 잠시 후 화면이 바뀌면서 배경은 그대로에 인물만 앤서니 브라운의 고릴라들로 바뀐다. 앤서니 브라운은 명화 속 주인공들을 자신의 캐릭터로 재배치시켜 여신의 탄생이라는 숭고한 의미를 고릴라의 목욕 해프닝으로 재치 있게 그려냈다. 이 것은 엄마인 나 자신의 해석이다. 그러나 나의 딸은 다음과 같은 해석을 했다.
"엄마, 아저씨가 바람을 후 하고 불어서 사람들이 사라지고 고릴라가 나타났어."
보티첼리의 그림이 왼쪽으로 슬라이드 되면서 앤서니 브라운의 그림으로 바뀌는 그 순간을 해석한 것이다. 내가 찾지 못한 보물을 딸아이가 찾은 기분이었다. 이처럼 예술은 전 세대를 아울러 보물찾기 하듯 가치를 발견하도록 하여 예술과 마주한 우리 인간을 모두 벗으로 만든다. 그래서 엄마와 딸이 아닌 서로의 감상을 주고받는 벗으로 말이다.
3. 미적 경험에 이론 더하기
위의 단계까지 나아갔다면 흔히 말하는 '예술은 우리의 삶을 풍족하게 만든다'라는 만족감을 얻게 되었을 것이다. 여기에 이론을 더해준다면, 아무리 유아라 할지라도 예술 작품에 대해 보다 깊고, 폭넓게 이해할 수 있다. 가령 클래식 발레에서 디베르티스망(divertissement)의 의미를 알고 보는 것은 작품 전체의 줄거리를 이해하는데 혼선이 생기지 않도록 도와준다.
미학이 비단 예술에만 적용되겠는가? 미학은 다양한 현상에 주목한다. 예술, 자연, 스포츠, 그리고 인간의 삶에까지 말이다. 우리가 살면서 마주하게 되는 미적 주목의 순간에 그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면, 그랬다면 나의 삶에도 더 좋은 변화가 있지 않았을까? 그래서 나는 너의 인생에서 보물찾기 놀이가 멈추지 않도록, 눈앞의 현상과 대상에 담긴 미적 가치를 발견하기를 바라며 ‘엄마표 미학 교수법’을 시작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