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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작품 <백조의 호수> 비교하기

by 문핑

딸아이가 만 3세에 접어들면서 <시크릿 쥬쥬>를 즐겨 보기 시작했다. 별자리 여신들이 등장하는 만화인데 그중에서도 백조자리의 여신이 발레를 추는 장면이 인상 깊었는지 한 동안 까치발을 들면서 열심히 발레 동작을 따라 했다. 그래, 이왕 발레를 할 거면 제대로 된 발레를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백조의 호수> 작품 영상을 보여주었다. 딸은 만화에서 보았던 발레 동작이 익숙해서인지 ‘네 마리 백조(pas de quatre)’의 춤이나 흑조(Odille)의 춤은 웃기다는 듯 혹은 이상하다는 듯 쳐다보았다. 아무래도 클래식 발레에서의 백조의 춤이 고정적인 백조 움직임 이미지로 새겨진 모양이다.


“린아, 백조들마다 움직임이 모두 다르단다. 백조들이 어떤 춤을 추는지 엄마랑 같이 볼까?”





백조를 본 두 명의 안무가


1. 줄거리

한 사람은 마리우스 프티파(1818~1910)라는 프랑스 출신의 발레 무용수이자 안무가로 《백조의 호수》, 《호두까기 인형》, 《잠자는 숲 속의 미녀》, 《돈키호테》 등 아주 많은 고전발레 작품들을 안무했어. 그래서 ‘고전발레(classic ballet)의 아버지’라고 불리기도 하지. 그중에서도《백조의 호수》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작품이란다. 마리우스 프티파는 백조의 움직임이 아름다운 공주의 춤 같다고 생각했지. 그래서 백조 공주의 이야기를 발레 무대로 만들어냈어.

<마리우스 프티파>

무서운 마법사 로드바르트의 마법에 걸린 오데트와 친구들은 낮에는 백조의 모습으로 지내다 밤이 되면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왔지. 마법을 풀기 위해서는 오데트가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청혼을 받아야 했어. 어느 날 사냥을 나온 지그프리트 왕자는 호숫가에서 헤엄치던 백조를 발견했어. 백조를 향해 화살을 겨누는 순간 백조가 아름다운 오데트 공주로 변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단다. 지그프리트 왕자는 오데트에게 사랑을 맹세하고 다음 날 밤 왕자가 사는 성에서 열리는 무대회에 초대했지. 그리고 그곳에서 오데트에게 청혼하겠다고 말했어. 하지만 지그프리트 왕자와 오데트의 대화를 몰래 듣고 있던 로드바르트는 다음 날 밤 자신의 딸 오딜을 오데트인 척 변장시켜서 무도회에 보냈어. 지그프리트 왕자는 무도회에 온 오딜을 오데트로 착각하고 오딜에게 청혼을 했지. 뒤늦게 무도회에 도착한 오데트는 이 광경을 보고 실망해서 호숫가로 돌아갔어. 지그프리트 왕자는 진짜 오데트를 알아보지 못한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오데트를 쫓아갔지. 그리고 로드바르트는 이 둘이 다시 만나지 못하게 방해했어. 하지만 오데트와 지그프리트의 사랑의 힘으로 로드바르트를 무찌르고 둘은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았단다. 마리우스 프티파는 이 이야기를 아름다운 발레 움직임으로 무대에서 보여주었지.

<매튜 본>

다른 한 사람은 매튜 본(1960~)이라는 영국 출신의 안무가야. 이 사람은 이미 만들어진 무용 작품들을 자신만의 이야기로 새롭게 바꿔서 완전히 다른 작품으로 만들었지. 그리고 매튜 본 역시《백조의 호수》를 안무했단다. 이 안무가는 호숫가에서 백조들이 강하게 날갯짓을 하고 사납게 행동하는 모습을 보고 자유롭고 강한 백조의 모습을 떠올리게 되었어. 그래서 마리우스 프티파의 《백조의 호수》와는 다르게 남자 백조들을 등장시켰지.

매튜 본의 작품에서는 영국이라는 나라에 살던 왕자가 주인공이야. 이 왕자는 영국을 다스리는 자신의 엄마인 여왕에 비해 용감하지도 않고, 힘도 세지 않았지. 어느 날 왕자는 호숫가에서 힘차게 움직이는 백조들을 보고 자신도 저렇게 강하고 자유로워지고 싶다 생각했지. 성으로 돌아가서도 왕자는 밤에 보았던 백조들을 생각했고, 다음 날 다시 호숫가로 찾아갔어. 백조들이 얼마나 멋있게 춤을 추었으면 왕자가 계속 생각했을지 궁금하지 않니?


2. 움직임 분석

마리우스 프티파와 매튜 본 모두 백조의 움직임을 보고 안무를 했단다. 하지만 아까 말했듯 두 사람이 보고 느낀 백조의 모습은 달랐단다.

먼저 마리우스 프티파의 백조들은 공주님처럼 우아한 동작들을 보여준단다. 양팔을 머리 위까지 올려 손등을 맞닿게 한 후 내리는 동작은 백조의 날갯짓을 보여준단다. 그리고 사뿐히 점프하여 바닥에 착지하지. 아주 조심스럽게 말이야. 아까 지그프리트 왕자가 사냥을 하러 호숫가에 갔다고 말했던 것 기억하니? 옛날에는 사냥꾼들이 많았거든. 그래서 백조들은 사냥꾼들과 무서운 마법사 로드바르트를 피하기 위해 날개 밑으로 몸을 숨겨. 한 팔을 머리 위로 올리고 고개를 숙인 동작이 바로 그 모습이란다.

<네 마리 백조의 춤, 로열발레단>

이 작품에서 유명한 장면인 <아기 백조의 춤>에서는 네 마리 아기 백조가 서로 손을 잡고 박자에 맞추어 춤을 추지. 어른 백조가 되기 위해 움직임을 연습하는 듯한 모습이 귀여우면서도 재밌단다.

<네 마리 백조의 춤, 매튜 본>

매튜 본은 백조의 힘차고 활발한 모습을 보고 ‘남자 백조’를 떠올렸단다. 백조들의 옷을 한 번 보겠니? 마리우스 프티파의 백조들처럼 치마나 깃털 머리띠를 하지 않고, 깃털 달린 바지만 입었지. 이마에는 검은색으로 길게 색칠을 하고 말이야. 게다가 발레 슈즈는 신지 않고 맨 발이야. 옷만 봐도 남자 백조처럼 보이지? 이러한 옷과 분장으로 백조의 춤은 야생동물처럼 보이지. 마법에 걸린 여자 백조들이 사뿐하게 점프했다면, 남자 백조들은 힘차게 날아올라서 바닥에 착지해. 그리고 왕자가 다가와도 도망가지 않고 계속 자신들의 춤을 춰. 오히려 호숫가에 찾아온 왕자를 공격할 것처럼 쳐다보지.

아까 보았던 <아기 백조들의 춤> 기억하지? 매튜 본의 작품에서도 같은 음악에 맞추어 아기 백조들이 춤을 춰. 뒷짐 지은 채 점프도 하고 고개를 왼쪽, 오른쪽으로 돌리면서 웃긴 모습으로 무대 위를 돌아다니지. 짧은 날개로 뒤뚱거리는 모습이 정말 아기백조의 모습처럼 보여. 마지막에 친구 백조에게 어부바를 하며 퇴장하는 모습이 아기들끼리 서로 뒤엉켜 노는 모습 같아.




이처럼 두 안무가는 같은 백조라는 동물을 보고 다른 생각을 하게 되었어. 한 사람은 마법에 걸린 백조 공주의 모습을, 그리고 다른 한 사람은 호숫가에서 자유롭게 노는 야생 백조의 모습을 말이야.

엄마는 린이가 누구의 백조가 더 멋지고 좋은 것보다 서로 다른 백조의 춤을 통해 다양한 모습을 생각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 세상의 모든 것에는 한 가지 모습이나 의미만 있는 게 아니거든. 그건 보면 볼수록, 찾으면 찾을수록 더 많은 모습과 의미로 발견될 수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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