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속 이야기

발레작품 <호두까기 인형>

by 문핑

해마다 연말이 다가오면 왠지 모를 기대감에 가슴이 설렌다. 크리스마스트리와 거리마다 울려 퍼지는 캐럴 음악, 화목한 가족 식사, 그리고 산타를 기다리는 아이들의 들뜬 기분으로 행복과 기쁨이 고조되는 겨울이다. 나는 습관적으로 이 시기가 다가오면 차에서나 집에서나 차이코프스키의 <호두까기 인형> 음악을 듣는다. 33개월 무렵의 내 딸도 이 음악에 익숙해졌는지 “행진곡(March)”이 나오면 춤을 추었다.

<호두까기 인형>은 딸이 유치원에 갈 나이가 되면 함께 감상하고 싶은 작품이었다. 아이들에게 친근한 줄거리와 다양한 볼거리, 추운 겨울과 크리스마스를 떠올리게 만드는 음악, 그리고 주역 무용수들의 춤에만 집중되지 않고 어린 무용수부터 어른 무용수, 군무와 솔리스트의 춤이 적절하게 분배되어 모두 함께 크리스마스의 기쁨을 나누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이유들로 유아도 충분히 이 작품에 대한 미학적 해석을 할 수 있기에 부모와 자녀가 함께 감상할 수 있는 공연으로 추천하기도 한다.



1. 줄거리


호두까기 인형을 선물 받은 클라라

사람들이 모두 한 집으로 들어가고 있어. 가족들이 모두 모여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내기 위해 클라라네 집으로 가는 거야. 어른들은 오랜만에 만나 그동안의 안부를 묻고, 아이들은 커다란 트리 앞에 모여 재밌게 놀지. 그때 드로셀마이어 삼촌이 나타나 아이들과 술래잡기 놀이를 하고, 크리스마스 선물을 나누어 주었단다. 클라라는 멋진 호두까기 인형을 선물 받았어. 하지만 클라라의 오빠인 프란츠가 호두까기 인형을 빼앗아 장난을 치다 결국 망가뜨리고 말았어. 클라라는 슬퍼하며 호두까기 인형을 꼭 안아주며 잠들었지.

그 날밤, 클라라네 집에 생쥐대마왕과 생쥐들이 나타났어. 음식들을 훔치고 크리스마스트리를 망가뜨리는 생쥐들을 막기 위해 호두까기 인형과 장난감 병정들이 나섰어. 그러나 힘이 센 생쥐대마왕과 싸우는 건 쉽지 않았지. 이때 잠에서 깬 클라라가 호두까기 인형을 도와 함께 생쥐대마왕을 물리쳤어.

호두까기 인형은 멋진 왕자님으로 변신했고, 둘은 함께 환상의 나라로 여행을 떠났어. 눈의 나라에서는 아름다운 눈송이 요정들을 만나고, 달콤한 과자나라에서는 사탕요정과 여러 나라에서 온 무용수들의 춤을 구경했지. 꽃의 요정들의 춤을 보면서 클라라는 왕자님과 멋진 춤도 추었어.

다음 날 아침 클라라는 자신의 침대에서 잠을 깼단다. 지난밤 일어났던 멋진 일들을 꿈속에 간직한 채 말이야.

2. 차이코프스키의 이야기


<호두까기 인형>도 <백조의 호수>를 안무했던 마리우스 프티파의 작품이야. 하지만 이 작품은 춤을 만든 사람보다 음악을 만든 차이코프스키를 아는 게 더 중요하단다. 왜냐하면 이 작품에는 차이코프스키의 이야기가 많이 들어있거든. 이 작품의 주인공이 누구일 것 같니? 맞아. 저 하얀 옷을 입고 호두까기 인형을 들고 있는 여자아이, ‘클라라’야. 호두까기 인형은 옆에 서 있는 ‘드로셀마이어 삼촌’이 선물로 준 것이지.

사실 차이코프스키가 이 작품의 곡을 쓸 때 사랑하는 여동생 샤샤가 하늘나라로 가게 되었어. 슬픔에 빠진 차이코프스키는 여동생을 생각하며 ‘사탕요정의 춤’을 작곡했고, 여동생의 딸을 ‘클라라’, 자신은 삼촌으로 나오는 ‘드로셀마이어’라 여기고 무대 장면을 상상하며 음악을 만들었단다. 그래서인지 엄마는 1막에서 가족들이 한 집에 모두 모이고, 어린아이들과 삼촌이 함께 노는 장면이 차이코프스키가 가족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어.

“엄마 근데 호두까기 인형 빼앗아 간 오빠가 차이코프스키 같은데?”

그러고 보니 프란츠 오빠와 클라라가 꼭 차이코프스키와 샤샤처럼 느껴지기도 하네. 맞아, 아이들이 노는 장면은 어쩌면 차이코프스키의 어린 시절의 모습일 수도 있어.

클라라가 사는 곳은 어디일 것 같니? 겨울에는 눈이 내리는 나라겠지? 정답은 차이코프스키에게 있어. 차이코프스키는 러시아 사람이야. 러시아는 겨울이 되면 아주 춥지. 바람이 세게 불어서 눈이 오는 날에는 눈보라가 심해 앞이 보이지 않았대. 겨울왕국의 아렌델처럼 말이야. 러시아의 눈보라 치는 추운 겨울을 직접 보고 자란 차이코프스키는 그 기억으로 음악을 만들었어. 그게 바로 ‘눈송이 요정의 춤’ 음악이야. 쌩쌩 부는 바람에 눈송이가 빠르게 이리저리 휘날리는 모습과 마치 춤을 추듯 날아다니는 눈송이를 요정이라 생각하고 작곡했단다.

이렇게 이야기를 들어보니 작품 속에 차이코프스키가 숨어 있는 것 같지 않니? 우리가 예술 작품을 감상할 때 눈에 보이는 것만 아니라 그 속에 숨겨져 있는 이야기를 찾아내는 것도 참 즐거운 일이란다.


3. 디베르티스망(Divertissement)이 뭐예요?

디베르티스망(Divertissement)은 프랑스 말인데, ‘기분전환’이라는 뜻으로 발레에서는 이야기와 상관없는 춤으로 관객들을 즐겁게 하기 위해 만든 장면이야. <호두까기 인형>에서 맨 마지막에 나왔던 여러 나라에서 온 무용수들 기억하지? 사실 그 무용수들은 호두까기 인형이나 클라라의 친구도 아니고, 과자나라에 살고 있는 요정들도 아니야. 세계 여러 나라에서 온 무용수들이지. 호두까기 인형을 처음 본 관객들은 비행기가 없던 아주 오래전에 살던 사람들이었거든. 비행기가 없으니 다른 나라를 여행할 수가 없었어. 그래서 무대 위 다른 나라의 춤들을 보고, 그 나라의 음악을 들으며 새로운 구경을 할 수 있었던 거야.

먼저 스페인에서 온 무용수들을 봐. 머리에 꽃을 달고 빨갛고 하얀 옷을 입었지. 나팔 소리도 들리고 음악 소리가 힘차고 신나지. 아직 린이가 스페인을 가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엄마랑 다음에 <돈키호테>를 보게 되면 그 느낌을 알게 될 거야. 하지만 지금 이 장면만 보아도 스페인이 어떤 나라일지 상상할 수 있을 거야. 스페인 사람들은 열정이 넘치거든. 그 느낌이 춤과 음악에 표현되었어.

아라비아의 춤은 커피춤이라고 불리는데, <호두까기 인형>을 만들 때 러시아에서 아라비아에서 온 커피를 팔았거든(송정주, 차이코프스키의 발레 음악 『호두까기 인형』 감상 지도 방안 연구, 2010, p.63). 그래서 러시아 사람들은 아라비아에 대해 관심을 가졌어. 하지만 가본 적이 없어 궁금했을 거야. 그러니까 무대에서 아라비아의 춤을 보면서 아라바이가 어떤 나라인지 상상할 수 있었겠지?


그리고 중국 춤은 차이코프스키가 차(tea)를 생각하며 음악을 만들었다고 해. 할머니가 자주 드시는 차 말이야. 뜨거운 물이 보글보글 끓고, 조르르 따르는 모습을 상상해 봐.

“엄마 차(tea)가 뜨거워서 부채질을 하는 거야?”
“너무 뜨거워서 콩콩 뛰나 보네?”

맞아. 린이가 보고 생각한 바로 그게 작품의 해석이야. 린이 말 듣고 보니 엄마도 그렇게 보이는걸?


자, 그 다음은 세 명의 무용수가 함께 을 췄던 러시아의 ‘트레팍(Trepak)’이야. 빠른 음악에 맞추어서 발을 높이 들지. 트레팍은 러시아의 민속무용인데, 빠르고 강한 동작을 보여주면서 ‘우리 러시아는 강해!’라고 말해주려고 하는 것 같지? 왜냐하면 <호두까기 인형>은 러시아에서 처음 만들어졌고, 관객들도 러시아 사람들이었거든. 그래서 자신들의 나라가 위대하고 강하다는 것을 춤으로 표현한 거야.

마지막으로 린이가 제일 좋아했던 아기 양들이 나왔던 춤은 ‘갈대피리의 춤’이라는 건데 양치기 소녀의 춤으로 표현된단다. 우리가 봤던 발레단의 작품에서는 아기 양들과 양치기 소녀가 나왔어. 그리고 늑대가 나와서 아기 양들을 잡아먹으려고 했지만 양치기 소녀가 양들을 구해주었지. 린이처럼 어린이 관객들이 잘 아는 내용을 춤으로 표현한 거야. 린이도 다른 친구들도 다들 재밌어했지? 디베르티스망은 이렇게 관객들을 즐겁게 해 주기 위해 만들어졌단다.




어때? 함께 <호두까기 인형>을 보니 클라라와 호두까기 인형의 이야기만 있는 게 아니라 또 다른 이야기들이 숨어있는 걸 발견하게 되었지? 내년 크리스마스에 또 <호두까기 인형>을 보면서 다시 한번 새로운 해석을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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