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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핑 May 19. 2024

제주국제학교는 '귀족학교'라는 불편한 프레임

외국교육시스템을 갖춘 학교일 뿐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제주국제학교가 소개되었고, 해외 유학을 가지 않아도 내국인 자격으로 외국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은 학부모들의 많은 관심을 사기에 충분했다. 또한 제주라는 자연환경까지 더해져 제주국제학교 열풍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그러나 서울의 사립학교보다 훨씬 비싼 학비와 제주의 집값(연세)까지 생각한다면 국제학교는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가정에서 선택할 수 있는 교육기관인 것 같다. 이러한 이유로 국제학교는 다양한 미디어에 '귀족학교'라는 프레임이 씌어져 등장한다. 그러나 그 표현은 매우 불편하다. 요즘 같은 시대에 '비싼 학비=귀족 교육'이라는 사고의 시각이라니. 그렇다면 부(富)의 정도에 따라 귀족이 되는 건가?


  우리나라에서 귀족이라 칭할 수 있는 사대부는 높은 벼슬아치나 문벌이 높은 사람들이었다.  조선시대에 들어서는 주로 전/현직 관리를 중심으로 한 유교적 지식계급을 사대부라 하였다(출처: 두산백과). 고려 성종 때에는 문반과 무반의 양반체계가 갖추어져 조선시대까지 그 체계가 유지되었지만, 양반은 사회적인 인정에 따라 퇴출되기도 하는 매우 유동적인 계급이었다. 따라서 그 계급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무던히 애를 썼으리라. 실제로 16세기에 양반이 되기 위해서는 유교 교양과 관직, 도덕이라는 덕목이 요구되었다. 따라서 양반은 곳간보다는 내면을 채우는데 더 집중했을 것이다.


  다시 제주국제학교로 돌아와 이야기하자면, 학교에서 공식적으로 요구하는 입학 지원서 그 어떤 항목에도 지원자가 어떤 집안의 자녀인지를 짐작할 수 있는 기입란 없다. 부모의 자세한 학력사항이나 직업, 회사명도 묻지 않는다. 입학사정관이 지원서에서 가장 눈여겨보는 것은 지원자의 학습 환경, 성장과정, 그리고 학부모의 교육관이다. 그리고 지원자가 학교의 교육방향에 잘 따라올 수 있는지를 판단한다. 그러므로 학교 입장에서는 '귀족'같은 계급 혹은 계층이 입학대상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아니, 그런 건 생각해 본 적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비싼 학비에 걸맞은 매우 특별한 귀족 교육이 이루어지는가? 우선 우리 아이가 다녔던 미국계와 캐나다계 두 학교의 킨더 과정에서의 교육 목표는 학생의 지적 호기심 영역을 세계로 확장시키고, 또래들과의 관계형성 과정과 사회적 상호작용에서 맞닥뜨리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아마 양반들의 교육 목표도 이렇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이러한 교육은 한국의 교육 현장에서도 충분히 이루어지고 있다. 국제학교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예체능 교육이 한국의 사립학교와 크게 다르지 않고, 인성교육을 공립학교보다 더 강조하는 것도 아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국제학교는 외국식 교육을 하는 곳이며 한국과 다른 문화권의 외국인 교사들이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육기관이라는 것이다.


  간혹 내 자식은 최고로 키우겠다는 욕심으로 귀족학교라는 프레임에 심취한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이곳의 많은 학부모들은 아마 알고 있을 것이다. 귀족교육(이 단어조차 오글거린다)은 학교가 아닌 가정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그러한 가정교육은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잘 해낼 수 있도록 예의범절과 규칙준수,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다. 이러한 가정교육을 실천하는 부모들은 단언컨대 자식을 최고로 키우기보다는 최선을 다하는 사람으로 키울 것이다.


  자식을 위한 부모의 마음은 다 같다. 어머니의 어머니가 제 자식은 반드시 대학에 보내겠다는 굳은 다짐으로 뒷바라지를 하셨던 것처럼, 나의 어머니가 우리의 교육을 위해 강남에 터를 잡으셨던 것처럼, 나 역시 제주에 왔다. 그리고 많은 학부모들이 같은 마음으로 제주에 왔을 것이다. 

  

   왜 국제학교를 선택했을까? 그것은 도전이다. 나의 세상보다 더 넓은 세상으로 가는 길에 자식과 함께 걸음하는 것이다. 특별하지 않다. 그저 가보지 않은 길로 나아가려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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