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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핑 May 03. 2024

기러기가족에 대한 단상

제주국제학교 기러기가족

  이가 제주국제학교에 입학할 것이라는 소식을 알렸을 때 주변에서 가장 걱정하던 부분이 있었다. 아무리 정제된 표현으로 말을 해도 그 속에 숨은 메시지는 바로 이렇다.

                       


   “아빠랑 떨어져 지내면 아이 정서에 안 좋은 영향을 주지 않을까?”


  국제학교 관련 카페에서도 몇 번 언급된 내용이지만 어린 연령의 자녀를 둔 가정이라면 고민되는 부분이긴 하다. 실제로 기러기생활에 지쳐 다시 돌아가는 가정도 많이 보았다.

   우리 가족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면, 남편은 아이가 태어나면서부터 제주국제학교를 오기 직전까지 매우 바쁜 일상을 보냈다. 아이 아빠는 아침에 출근하기 전 아이와 잠시 시간을 보내고 아이가 잠든 후에나 퇴근을 하여 집에 왔다(그 당시 아이의 취침 시간은 저녁 8시였다). 주말에도 출근하는 날이 많았기에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많지 않았다.

  제주로 이사를 결정하면서 남편은 제주에서 최대한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노력을 했다.

10일~14일 간격으로 제주에 왔고 일주일(간혹 더 길게) 정도 머물렀다. 서울에서 남편 혼자 지내다 보니 능률적으로 일을 할 수 있었고, 제주에 와서는 아이가 학교에 가 있는 오전 시간 동안 여유롭게 재택근무를 하였다. 남편이 제주에 머무는 동안 아이는 아빠와 주말 내내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겼고, 매일 아침 아빠와 함께 등교를 하였다. 양적으로도, 질적으로도 아빠와 함께 는 시간이 훨씬 나아졌다.

  우리 집처럼 아빠가 제주에 길게 머무는 가정도 있지만 주말에만 제주에 내려와 지내는 경우도 있다. 제주국제학교 킨더 학년의 모든 가정의 상황을 알 수 없으나 적어도 내 주변에는 전자의 경우가 조금 더 많거나 비슷했던 것 같다.

  

  대부분 ‘기러기가족’이라 아이들도 이러한 현상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오늘 우리 아빠 오는 날이야!”

“그래? 우리 아빠는 금요일 저녁에 온다고 했어!”


  한 번은 아이가 왜 우리 아빠는 주말마다 오지 않느냐고 물었다.


“아빠는 일이 아주 많아. 우리 아가랑 주말보다 더 오래 있으려면 그 많은 일을 다 끝내고 와야 해.  아빠가 열심히 하고 있으니까 기다려줄 수 있지?”


아이는 금방 수긍하고 아빠에 대한 고마운 마음으로 기다린다. 아빠가 들으면 섭섭하겠지만 학교생활이 너무 재미있어서 그런지 아빠의 부재를 크게 느끼지는 못하는 것 같다. 그러나 아빠가 집에 오는 날이 되면 아침부터 설렌다. 리고 서울에서 열심히 일하고 제주에 내려 아빠를 아주 반갑게 맞이한다.


  우리는 제주에 내려와서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남편과는 낮에 맛집을 찾아가기도 하고, 날이 좋을 때에는 오름에 가기도 한다. 그리고 잊을만하면 찾아오는 단기 방학과 긴 방학(여름/겨울)에는 여행을 가거나 서울에 올라가 일상을 함께 한다. 물론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하지 못해 아쉽지만, 우리의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새삼 느낀다. 이렇게 변화된 우리의 일상이 감사하다.


  남편이 부재 시간은 다른 일상으로 채워진다. 아이가 잠든 후에 남편과 함께 넷플릭스를 보며 휴식을 취했던 밤에는 독서를 하거나 영어 공부를 하기도 하고, 지금처럼 브런치를 쓰기도 한다. 아빠가 없는 주말에는 아이의 친구를 만나 놀거나 제주의 구석구석 찾아가며 둘만의 시간을 즐긴다.  


  기러기가족, 생각보다 괜찮다. 

너무 걱정하지 마시기를.


어느 주말, 아이와 함께 쇠소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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