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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핑 May 14. 2023

삶에의 회복, <부영농장>

제주 <부영농장>

  제주도 애월읍에는 한 부부가 40년간 가꾸어 낸 비밀스러운 정원이 있다. 지금은 ‘부영농장’이라고 불리는 이곳은 작년 여름(2022년)에 처음 외부에 공개었다. 그리고  해 가을 올해 봄의 모습을 담은 정원으로의 발걸음을 마지막으로 다시 문을  닫는다.


  농장의 빨간 대문은 방문객들이 예약한 시간에 맞추어 열린다. 농장주와 가이드가 내어준 향긋한 웰컴티를 한 모금 마시니 벌써 정원에 동화되는 것 같다. 가이드는 방문객들 함께 정원을 산책하며 이곳에서 자라나는 나무와 꽃, 그리고 부영농장이 간직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이윽고 산책이 끝나면 농장주와의 대화 시간이 시작된다.


<정원 오두막에서 팝업 중인 프릳츠 커피>


   부영농장의 시작, 그 이야기

  부산의 성공한 기업인이었던 남편과 그의 아내는 제주의 흙밭을 사들여 그곳에 나무와 꽃을 심고, 둘 만의 산책로를 만들어내며 그들의 지친 삶 회복하고자 했다. 가장 먼저 커다란 나무 십 여 그루를 심었다. 그리고 땅에 생명을 내리고 그 뿌리와 가지를 뻗어 나가는 나무의 성장을 10년 동안 기다렸다. 그렇게 땅이 나무를 받아들이는 것을 본 후 부부는 다른 나무와 꽃을 심고, 다양한 돌을 가져와 쉼터와 계단을 만들었다. 그리고 정원이 내다 보이는 커다란 창을 가진 작은 집과 오두막을 만들었다. 그들은 감귤나무가 열매를 맺을 때까지 단 한 번도 약을 쳐본 적이 없다. 건강에 해로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제주에 내려와 지내는 동안 매일 그들이 만든 공간에서 산책을 하며 오염되지 않은 공기를 들이마셨고, 그들이 심은 약초로 차를 달여 마셨다. 그 긴 시간 동안 그들은 가까운 지인은 물론 가족들에게조차 정원의 대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오직 정원 가꾸는 데 도움을 주는 정원사들만이 그곳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들에 의해 맺어진 인연들 중 특별한 가족을 만나게 된다. 바로 황씨 가족이다. 부부는 한림읍에 살고 있는 황씨 가족의 집에 방문하고, 그곳에서 맛있는 식사와 차를 대접받으며 반나절을 함께 보냈다. 집으로 돌아 때는 황씨 가족이 싸준 음식들을 가득 안고 정원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 방문은 점차 일상이 되어갔다.

  어느 날 남편은 정기 검진 차 병원에 방문하였다. 그리고 길어야 1년이 채 안 되는 삶의 시간을 선고받다. 낙담에 빠진 부부는 여느 때처럼 황씨 가족의 집에 식사를 하고, 남편의 남은 생의 시간을 알려주었다. 황씨 부부는 남은 시간 동안 지금처럼 맛있는 음식 드시며 좋은 시간 보내기를 권유했다. 그렇게 약 대신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과 차를 마시며 남편은 9년 가까이 되는 시간을 보내고 자연으로 돌아갔다.

  남편 떠나면서 일궈낸 모든 재산을 가족들에게 남겨주었지만, 부부가 함께 가꾸었던 그 정원은 그들의 삶을 회복시키는데 도움을 주었던 황씨 가족에게 주었다. 홀로 남겨진 아내가 정원에서 함께한 남편과의 시간을 추억할 수 있도록 그 정원을 보존해 달라는 약속을 건네면서 말이다.

<부부가 좋아했던 백일홍 나무>
정원에 심어 놓은 부부의 이야기를 삶의 의미로 가꾸어 내는 농장

  부영농장은 느 한 부부가 제주에 내려와 삶에의 회복 과정을 거쳤던 공간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사람들의 건강한 삶에 관심을 갖고 있는 현재의 농장주가 된 황씨 가족 장남의 가치관이 함께 스며든 곳이다. 농장주는 이 정원의 바로 옆에 사람들이 회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부부가 거닐었던 정원에서의 발걸음을 공유하고자 한. 오직 두 사람이 걸었던 그 땅이 혹시라도 낯선 발걸음에 놀라지 않을까라는 마음에 최소한의 인원만 방문하도록 하여 땅이 받아들일 준비를 시키기 시작했다. 부부가 처음 그 땅에 나무를 심고 기다렸던 그 마음처럼.


  바로 이러한 까닭에 40여 년간 굳게 닫힌 부영농장의 문이 열린 것이다. 외부에 공개된 적 없는 신비로움은 공간이 간직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으로 방문자들에게 건강한 삶으로의 회복을 일깨워준다. 자연이 만들어는 삶의 방식가꾸어낸 부부의 정원, 건강한 삶 대한 농장주의 생각이 깃든 이 공간은 웰빙(well-being) 그 자체가 아닌 ‘웰 다잉(well-dying)’으로 우리 생각의 지평을 넓히게 만든다. 자연에서 태어나 자연으로 돌아가는 우리는 삶의 과정에서 얼마나 자연에 스며들어 있는가? 부영농장은 인위적인 사고와 행동, 그러한 것들로 차 있는 공간 속에 존재하는 우리에게 말한다.

자연으로, 삶에의 회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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