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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핑 Jul 11. 2024

제주국제학교 킨더 3년을 마치며

제주국제학교 유치원 과정 3년을 통해 얻은 것

  2021년 여름, 우리는 제주에 왔다. 아이는 제주국제학교에 가장 어린 연령의 pk3학년으로 입학했다. 그리고 2024년 여름, 우리는 제주를 떠났다.

  3년 동안 아이를 제주국제학교 킨더 과정에 보내면서 내기대했던 것을 얻기도 하였고, 예상하지 못했던 것들을 얻기도 하였다.

  나의 기대처럼 아이는 자연스레 영어를 익고, 놀이를 통해 배우고 배움을 통해 놀면서 즐거운 학교 생활을 했다. 리고 지난 3년 동안 제주국제학교 킨더과정의 경험은 예상치 못하게 우리를 새로운 출발로 이끌었다.


  제주에 왔었기에, 그리고 제주국제학교에 3년을 보냈기에 얻은 것에 대해 천천히 지난날을 돌이켜보며, 동시에 기대되는 가까 미래에 대한 설렘을 느끼며, '안녕'을 고하는 이 시점에 적어 내려본다.



국제학교 시스템 적응

  

  제주국제학교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국내에서 국제학교 시스템에 적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학교 입학부터 재학, 퇴교 시까지 한국어로 안내 받을 수 있, 학교의 각종 행사와 중요한 공지를 영어, 한국어, 중국어로 메일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영어가 능숙하지 않은 학부모들도 부담 없이 학교 생활에 참여할 수 있다. 또한 국제학교들의 시스템이 비슷한 점이 많아 곳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세계 어디를 가든 어렵지 않게 적응할 수 있다. 물론 영국계 학교와 북미계 학교는 약간의 차이가 있겠지만 말이다.

  제학교 학부모라고 해서 구나 경험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난 학기 동안 룸맘을 했던 나의 개인적 경험 역시 국제학교 적응에 큰 도움이 되었다.

  나는 룸맘으로서 담임 선생님과 학급 행사나 이슈에 관해 직접적으로 소통하였기 때문에 다른 문화권의 교육자의 가치관을 가까이에서 느끼며 이해할 수 있었다. 또한 반대표회의를 하며 학교와 학부모들 사이의 입장을 서로 조율해 가는 현장에 있었던 것을 통해 학교와 원활하게 소통하는 방법을 배 수 있었다.

  


지역문화이해에서 세계문화이해로 확대

  

  우리 아이는 제주도와 서울을 오가며 제주도에 있지만 서울에는 없는 것, 서울에서는 볼 수 있지만 제주도에서 볼 수 없는 것을 알아가며 지역문화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러한 발견을 통해 세계 여러 나라의 문화가 왜 서로 다른지 궁금증을 확대시켰다.

  제주도의 집들이 저층인 이유는 제주는 현무암으로 이루어진 연약지반이기 때문이고,

 제주도의 집 주변에 돌담을 쌓은 이유는 제주의 거센 바람을 막기 위함이라는 것을 알았다. 또한 제주도에만 해녀가 있는 이유는 제주의 땅에서는 농사를 짓기 어렵기 때문에 바다에서 음식을 하기 위해서였다는 것을 이해했다.

  지난 3년 간 아이의 담임 선생님들의 국적은 모두 달다. 남미, 미국, 아일랜드 출신의 선생님들을 만나며 아이는 영어 악센트의 차이 알았고, 서양 문화권 내에서의 다양성을 인지하더 깊이 알기를 원했다.

  이러한 '문화 이해 확대'는 우리의 출발점이 제주였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만약 아이가 서울에서 치원 혹은 비인가 국제학교를 다녔다면, 세계 문화의 다양성을 알 수 있었겠지만 제주에 살면서 체험한 지역문화의 다름과 이해의 과정 없었을 것이다.



국제학교 재학 3년이라는 경력

  

  우리가 해외 국제학교를 알아보면서 느낀 것은 '국제학교 재학'이라는 경력이 입학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었다. 물론 모든 학교가 그 경력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우리가 입학을 희망했던 학교들은 국제학교 재학 경력이 있는 학생들에게 입학 우선권을 주거나, 선호한다는 메시지를 주었다. 이는 국제학교 재학생이 영어 사용에 큰 어려움 이 학교에 빨리 적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3년 동안 두 개의 국제학교를 보냈던 경험은 해외 학교 투어를 하며 능동적으로 정보를 얻고, 커리큘럼을 비교해 보며 어느 곳이 우리 아이에게 더 맞는 학교인지 판단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기러기 가족 연습

  

  우리 가족은 제주 생활을 하며 기러기 가족에 익숙해졌다. 물론 다른 기러기 가족보다 아빠가 함께 있는 시간이 많긴 했지만, 나는 남편의 빈자리를 채워야 했고, 아이 역시 아빠가 없는 허전함에 익숙해져야 했다. 하지만 걱정과 달리 우리는 금방 적응했다.

  지난 3년을 돌이켜보면 아빠가 부재된 시간들이 슬프거나 힘들다는 느낌으로 기억되지 않는다. 물론 아쉬울 때도 있었다. 그러나 가족이 함께 있는 시간 동안 온전히 가족에게만 집중할 수 있었고, 바빴던 서울에서의 일상과 달리 느리게 흘러갔던 제주에서의 시간들 계절마다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았다.

  우리는 지난 3년간의 제주생활을 해외살이를 위한 연습이었다고 생각한다. 이 기간 동안 나는 성장했고, 딸은 무럭무럭 자랐다. 그리고 제주생활을 하며 해외에서도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은 용기가 생겼다.





  우리는 다시 한번 학군 이전을 한다. 우리의 새로운 시작이 될 곳은 싱가포르다. 나는 이제 '서울과 싱가포르를 오가는 엄마'가 될 것이다.



마지막 하교, 3번 게이트로 가는 길에 찍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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