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릴 때부터 학교에 가는 것보다 방학을 더 좋아했다. 늦잠을 자며 하루 종일 놀 생각에 신이 났던 예전 기억을 떠올려보면 모범생은 아니었다. 아무튼 방학은 좋았다.
그런데 딸아이를 국제학교에 보내고 학사일정을 살펴보니 웬걸 5주에 한 번꼴로 열흘 씩 방학이다. 단기 방학이 네 번 있고, 긴 방학이 두 번으로 겨울방학이 3주, 여름방학이 약 두 달 정도이다. 참 많기도 하고, 길기도 하다. 매 방학마다 어떻게 시간을 보내야 할지 걱정부터 앞섰다. 그러나 지금의 킨더 3년 차가 되어 돌아보니 긴 방학을 꽉 채워도 아쉬울 때가 많았다. 물론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해 안타까울 때도 있었지만 말이다.
어쨌든 아이의 즐거운 학교생활만큼 행복한 방학을 만드는 것도 중요했기에 우리는 방학을 통해 제주에서의 일상에서 부재된 것들을 채우려 노력했다.
23/24년도 학사일정
방학 필수 스케줄
방학 전에 내가 가장 먼저 정하는 스케줄은 바로 '미용실'이다. 여자들이라면 모두 공감하겠지만, 오랜 시간 신뢰를 쌓으며 나의 머리 상태와 취향을 꿰뚫고 있는 미용실을 옮기는 일은 내키지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매 방학마다 미용실에 가서 커트나 펌을 한다. 홀로 여유롭게 방문하면 좋겠지만, 학교 방학 기간이기 때문에 아이와 함께나란히 앉아 뷰티체험을 한다.
두 번째는 '정기검진'이다. 산부인과, 내과, 치과 등의 검진을 받는다. 이 때는 아이와 함께 방문이 어려우므로 미리 남편과 스케줄을 조율하거나 어른들께 부탁을 한다. 물론 아이의 치과 검진이나 영유아검진도 웬만하면 미리 예약하여 서울에서 받는 편이다. 제주에서는 영유아검진을 받는 곳이 멀기도 하고, 역시나 예약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문화생활
나의 브런치 <엄마표 유아 미학 교수법>에서 언급하였듯이나는 교육에 있어 문화예술체험을 매우 중요시 여긴다. 세계 역사의 흐름에서 대부분의 문화예술은 대도시에 집중되어 왔다. 서울 역시 마찬가지이다. 서울에서 시작하여 지방까지 이어지는 공연이나 전시도 있지만, 서울에서만 진행되는 경우가 더 많다. 그렇기에 나는 방학이 다가올 때즈음 공연이나 전시 일정, 문화예술체험 프로그램을 확인하고 미리 예약을 한다.
여행
요즘은 해외여행의 성수기와 비성수기의 경계가 많이 흐려졌지만, 그래도 봄방학이나 가을방학 기간은 극성수기는 피할 수 있어 조금 더 여유롭게 해외여행을 할 수 있다. 특히 일본여행 같은 경우 제주공항에서 직항하기 때문에 굳이 김포공항을 경유하는 번거로움을 덜 수가 있어 학부모들에게 인기가 많다.
해외여행이 아니더라도 평소에는 엄두가 나지 않던 제주의 동쪽 여행을 가기도 한다. 우리 가족은 2박 3일 일정으로 동쪽 여행을 하였는데, 여유롭게 다니다 보니 해안도로를 통해서가 아닌 돌담길 사이로 반짝 빛나는 바다를 발견하는 우연의 기쁨도 맛보았다. 서쪽과 달리 유난히 짙고 푸르른 동쪽 바다를 바라보니 관광 중인 이방인의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캠프
단기 방학은 주로 '쉼'을 테마로 채워진 스케줄이겠지만, 긴 방학은 규칙적인 생활패턴이 없다면 엄마도 아이도 힘들기 때문에 많은 학부모들이 캠프를 알아본다.
캠프는 보통 해외캠프와 국내 인가 및 비인가 국제학교의 캠프, 그리고 영어유치원에서의 단기등록(혹은 단기캠프)이 있다.
해외와 국내에서의 캠프는 해당 학교 사이트에 미리 접속하여 프로그램과 신청 절차를 확인해야 한다. 인기가 많은 캠프, 그리고 과목별 프로그램은 금방 마감되기 때문이다.
나는 서울에서 아이가 다녔던 기관에 단기 등록을 하는 세 번째 방법을 택했다. 새로운 환경보다는 아이에게 익숙한 환경이 나와 아이 모두 마음 편할 것 같았고, 이전에 아이를 이 기관에 보내면서 커리큘럼이나 보육 부분에서 매우 만족했기 때문이다.
또한 이 방법을 택함으로써 오랜만에 가족이 평범한 일상을 보낼 수 있었다. 남편이 출근을 하고, 아이를 등원시키며 혼자 있는 시간 동안 살림을 하고, 나만의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남편의 퇴근 후에는 다 함께 저녁식사를 하는 그런 일상을 말이다.
이제 2주 후면 또다시 긴 방학의 시작이다. 가족이 모여 함께 일상을 만들어 갈 생각을 하니 왠지 모르게 마음이 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