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국제학교 3년 차, 룸맘이 되다
킨더 3년 차에 마주하게 된 반갑지 않은 소식
이곳 제주에 온 지 어느덧 3년이다. 정착이라는 말이 서울과 제주를 오가며 지내는 나의 상황과 어울리지는 않는 것 같지만, 어쨌든 나는 이곳에 스며들고 있다.
오랫동안 살아왔던 서울이 주는 익숙함과 편안함, 그리고 제주가 주는 낯선 새로움과 두려움이 깃든 설렘. 그 사이에 서 있는 나는 쉽사리 적응할 수도 떠날 수도 없는 찰나의 이방인처럼 머물렀다. 이 것이 내가 처음 제주에 내려와 지내며 느꼈던 혼란과 외로움이었다. 그리고 이 두 곳을 오가며 삶의 밸런스를 유지하고 평온해지기까지 일 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잔물결 일렁이던 바다에 심술 난 바람이 세차게 부는 것처럼, 최근 나에게 평화로운 제주에서의 삶을 흔드는 일이 있었다. 바로 "룸맘(반대표 ) 당첨"이라는 사건이 일어나고야 말았다. 평소에 제주 엄마들과 우스갯소리로 "내가 갑자기 제주를 떠난다면, 반대표가 되었기 때문인 거야!" 말했던 지난날이 떠올랐다. 입이 방정이다.
보통 반대표는 학기 초에 선출되는데(오히려 선출당한다는 표현이 맞겠다), 처음부터 자원하는 엄마들은 없다. 그래서 사다리 타기로 선출하는 방식을 따른다. 나 역시 사다리를 잘못 탄 바람에 반대표가 되었다. 한동안 마음에 먹구름이 낀 듯 답답했다. 잘해도, 못 해도 입에 오르내릴 수 있으니 괜히 소심해졌다.
다행히 응원해 주고 힘을 보태어주는 지인들이 있고, 반 분위기가 좋게 형성되어 며칠 동안 지속되던 울적함이 달아났다.
대학 축제도 참여 안 했던 내가 반대표라니 참 웃기지만, 엄마가 된 이상 어쩔 수 없다. 올 해는 딸의 즐거운 학교 생활을 공식적으로 지원하는 엄마가 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힘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