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학교의 킨더 학년은 학부모 참여가 가장 많은 학년이다. 필드트립 봉사활동에서부터 이벤트 데이에 맞추어 교실 꾸미기, 스포츠 데이, 바자회 등 다양한 행사에 학부모의 참여를 요구한다.
그런데 최근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재미있는 메시지가 도착했다.
We are looking for volunteers to share their artistic talents with the class.
엄마가 예술 관련 전공자이니 우선 volunteer에 속하는 범주에 들었긴 한데 갑자기 부담이 느껴진다. 이 수업에 참여하게 된다면 먼저 같은 반 학부모들에게 나의 전공이 공개된다. 조용히 지내고 싶은 바람과 달리 나의 정보가 하나 벗겨지는 느낌이다. 또한 괜히 나서는 것처럼 비출 것 같아 벌써부터 마음이 소란스럽다. 그런데 지금이 아니면 딸에게 엄마의 티칭을 보여줄 기회도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럴 때는 역시 "에라, 모르겠다" 정신이다.
떨리는 마음으로담임 선생님께 참여 의사를 담은 메시지를 보냈다.
다음 날 아침, "Wow! That sounds fantastic."의 문장으로 시작하는 답장이 왔다. 아이들이 지금 배우고 있는 <Differents forms of art and how we express ourselves through art>라는 주제에 맞추어 45분가량의 레슨을 준비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내용이다.
오랜만에 했던 PPT 작업
브런치에도 연재한 적이 있는 발레작품 <Swan Lake>를 마리우스 프티파와 매튜 본 버전을 비교 감상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호숫가에서의 백조의 모습을 본 두 안무가는 어떤 영감을 받았는지, 그리고 어떻게 서로 다른 이야기와 춤 동작을 만들 만들어내었는지를 작품 감상을 통해 이야기해보고자 했다. 그리고 학생들이 같은 사물을 보더라도 자신만의 시각으로 다르게 생각해 본다면, 특별한 예술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을 수업의 목표로 삼았다.
수업 대상이 만 5세~6세 아이들이었으므로 대본을 써가며 최대한 쉽게 설명하는 연습을 했다.
드디어 그날의 아침이 되었다. 부지런히 일어나 오랜만에 화장도 하고, 수업 자료도 한번 더 체크했다. 바쁘게 딸내미 등교 준비까지 한 후에 함께 학교로 갔다. 등교는 8시 15분까지이지만 수업은 8시 30분부터 시작하여 9시 15분까지이기 때문에 아이를 먼저 교실로 들여보낸 후 나는 복도에서 잠시 대기하였다. 아무리 아이들 대상 수업이라 해도 너무 오랜만에 하는 수업이라 긴장이 되었다. 마지막으로 대본용 페이퍼를 다시 읽어보며 두근거리는 마음을 진정시켰다.
선생님께서 들어오라는 신호를 주신 후에 교실로 입장했다. 아이들의 반가운 인사와 함께 준비할 겨를도 없이 정신없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이럴 때는 얼른 스크린에 자료 화면을 띄어 분산된 시선을 집중시켜야 한다.
수업은 차분히 진행되었다가 깔깔 웃어대는 아이들의 들뜬 분위기로 전환되고, 작품을 감상하며 조용해졌다가 순수한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한 질문 공세로 정신없이 흘러갔다.
오랜만에 수업을 준비하며 예전의 기분을 되찾은 것 같아 좋았고,딸아이의 교실에서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아이들을 보니 행복했다. 그리고 그중에서 뿌듯한 모습으로 엄마를 보던 딸의 얼굴을 보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있으랴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