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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집 구하기 - 콘도 뷰잉

우리 정말 싱가포르에서 살아도 되나

by 문핑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 맹자의 어머니가 맹자의 교육을 위해 세 번을 이사했다는 뜻이다. 문득 생각해 보니 걱정스럽다. 강남에서 제주로, 그리고 제주에서 싱가포르로 학군을 옮기는 것이니 이 번이 두 번째이다. 두 번의 이사 모두 바다를 건너다보니 혹시 있을지 모를 세 번째 이사가 두렵다. 이것이 부디 기우이기를, 내 팔자에 맹모삼천지교는 없기를 바라며.




학교가 결정되었으니 이제 집을 구할 차례이다. 한국이야 지역마다 학군지라는 곳이 있어서 동네 안에서 집을 구하면 되겠지만, 싱가포르는 나라 전체가 학군지이다. 그러다 보니 동네를 정하는 것도 쉽지가 않다. 우선은 우리가 원하는 지역의 모습을 상상하며 목록을 만들어보았다. 그리고 싱가포르에 오랫동안 살고 있던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된 에이전트와 뷰잉을 계획했다.


1. 센트럴 지역
2. MRT station이 가까운 콘도
3. Shopping mall이 근처에 있는 콘도
4. 3 room -> 2 room
5. 2010년 이후 준공된 콘도
6. 최대 예산인 $7,500이 넘지 않는 콘도

우리는 목록을 에이전트에게 보냈고, $7500의 예산으로는 D09 지역인 Orchard/ Rivervalley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대답이 받았다. 생각해 보니 주로 나와 아이 둘이서만 지낼 것이기 때문에 방이 3개 이상일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또한 차를 구매하지 않을 예정이라 대중교통 이용과 쇼핑몰 접근이 편리하다면 방 1개를 포기하는 것이 더 나았다. 다시 에이전트에게 연락하여 다른 조건들만 맞다면 2 room이어도 괜찮고, 예산이 조금 초과되는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음을 전달했다. 물론 렌트비 협상을 최대한 이끌어주기를 기대하면서 말이다. 지금 생각해 보니 저 때는 우리가 싱가포르 물정을 잘 몰랐던 것 같다. 이 나라의 렌트비는 정말 말이 안 될 정도로 비싸다. 어쨌든 좋은 집을 찾기 위해 설레고 간절한 마음으로 싱가포르행 비행기를 탔다.

1. Holland


에이전트가 우리를 머무르는 호텔까지 직접 데리러 왔고 Holland 지역부터 뷰잉을 시작했다. 참, 뷰잉을 하러 올 때는 최대한 센트럴 지역에 호텔을 잡는 것이 편하다. 센토사는 피하길 바란다.
차를 타고 Holland를 둘러보며 들었던 느낌은 서래마을과 평창동의 이미지가 섞인 동네였다. 조용한 주거 지역으로 콘도들과 Landed-House들이 쨍한 하늘 아래 멋지게 빛나고 있었다. 그러나 그러한 동네들이 대부분 그렇듯 교통편이 편리하지 않으며, 가까운 곳에 쇼핑몰이 없다는 점이 단점이었다. 이 동네의 대장 콘도인 D’leedon(3 room)과 신축 콘도인 Leedon Green(3 room) 뷰잉 하였는데, 앞서 말한 단점들 때문에 계약하지 않았다.

2. Newton


오차드 지역 위에 위치하고 있으며 압구정과 청담동이 서로 닿아있듯 두 지역 사이에 경계가 없어 사실상 오차드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우리가 뷰잉 했던 콘도는 Goodwood Residences였다. Newton역 입구에서 나오자마자 바로 보이는 곳에 위치하고 있으며, 바로 앞에 작은 쇼핑센터가 있었다. 퍼실리티는 고급 리조트에 온 느낌이 들 정도로 매우 훌륭했다. 그러나 우리의 예산으로 가능한 유닛은 2 room이었고, 그마저도 방 두 개의 사이즈가 너무 작았기 때문에 아쉽게도 계약하지 않았다.

3. Novena

이 동네는 한국인들에게 인기가 많은 지역 중 한 곳이다. Novena역 주변으로 대형 쇼핑몰이 3개나 있으며, 큰 병원들도 있다. 또한 의외로 예산에 맞출 수 있는 콘도들이 많았다. 동네 분위기를 서울과 비교하자면 잠실, 신천, 한티역 쪽 대치동의 이미지들이 뒤섞여 떠오른다. 어디까지나 필자의 주관적 느낌을 적은 것이니 맹목적인 참고는 하지 마시기를.

참, 단점이라면 공사 소음이 심하고, 동네 분위기가 조금 복잡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공사소음은 싱가포르 어디를 가도 들을 수 있기 때문에 이곳에서 콘도를 찾기를 바란다면 소음의 정도 차이만 신경 쓰면 될 것 같다. 우리가 뷰잉 했던 콘도들은 모두 3 room이었고, 렌트비는 $7500~$8000이었다. 이 지역에서 가장 인기가 많다는 콘도 세 군데를 뷰잉 했지만, 이러저러한 이유들로 계약을 진행하지 않았다.


4. Orchard


제주에서 3년 동안 살면서 그곳의 풍경을 보며 감사했으면서도 우스갯소리로 나의 꿈은 다시 서울 시민이 되는 것이라 했을 만큼 방학이 시작되면 뒤도 안 돌아보고 서울로 갔고, 늘 도시에서의 삶을 그리워했다. 그래서 가장 먼저 머릿속에 그려졌던 동네가 Orchard였다. 문제는 렌트비겠지만 말이다. Orchard 지역도 조용한 주거지역이 있고, 쇼핑몰과의 접근성이 좋은 시끌벅적한 주거지역이 있다. 나는 후자를 택했다. 그리하여 우리가 뷰잉 한 곳은 Laurels@cairnhill과 Carinhill Nine이라는 콘도였다. 두 콘도 모두 3 room을 뷰잉 했지만, 첫 번째 콘도의 경우 집주인이 가격네고를 해주지 않았고, 두 번째 콘도는 모든 것이 다 조건에 맞았으나 남편과 나의 정신을 혼미하게 만든 거실 벽면에 설치된 30여 점의 나비 조각품들을 집주인이 절대 떼어줄 수 없다고 하여 계약을 하지 않았다. 나비뿐만 아니라 방에 도배된 요란한 벽지도 문제였지만 말이다. ‘그래, 이미 서울에서도 중심가에 살고 있는데 이곳에서까지 오차드에 살아야 할 필요는 없겠지’하며 마지막 동네로 이동했다.

5. Rivervalley

오후 다섯 시가 넘어 도착한 Rivervalley는 조금 전 사람들과 자동차로 바글바글했던 Orchard와 달리 여유로워 보였다. 주거지역이다 보니 유동인구가 상대적으로 적어 조용했다. 이 동네는 싱가포르 강변을 따라 산책로가 길게 이어져있고, 그 주변으로 카페와 레스토랑, 펍들이 늘어섰는데 마치 정자동 카페골목 느낌을 자아내는 풍경이었다. 해질 무렵 반짝이는 불빛들을 따라간 콘도들이 듬성듬성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 동네의 유일한 대형 쇼핑몰인 Great World는 무적 쇼핑몰이라고 불릴 만큼 없는 것이 없다. 대형마트인 Cold Storage와 Meidi-Ya라는 일본마트가 그 안에 있고, 다양한 음식점들과 카페, 학원, 전자제품 판매점, 심지어 영화관까지 있다.

이 쇼핑몰과 가까운 강가 주변의 콘도들이 인기가 있으며 그만큼 렌트비도 높다. 그리고 Martin road와 Thomas walk 쪽으로 좋은 퍼실리티와 함께 조용한 동네 분위기를 자랑하는 콘도들도 인기가 좋다.
한적하고 평온한 동네 분위기, 해 질 녘의 강변 풍경,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모여 사는 이국적인 분위기가 참 매력적이다. 게다가 알찬 쇼핑몰까지 있으니 말이다. 이렇듯 마음을 사로잡는 데에는 대가가 따르기 마련이다. 렌트비가 상당히 높다. 그러나 비싼 집세를 지불하는데도 세입자들끼리 경쟁이 붙어 경매하듯 집주인에게 어필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결국 우리가 제시한 가격보다 200불을 더 내겠다고 했던 경쟁 세입자에게 계약을 양보했다.
해외살이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은 어느 정도 했지만, 한국에서 싱가포르까지 와서 19번의 콘도 뷰잉을 했는데도 계약을 하지 못했다. 결국 우리가 계약한 콘도는 예산에서 조금 더 벗어난 2 room 구조의 콘도였고, 세입자가 해외여행 중이라 콘도 퍼실리티만 확인한 후 집 내부 구조는 유튜브로 확인을 했다(심지어 그 영상은 우리가 계약한 unit이 아니었다). 물론 핸드오버하는 날 에이전트가 직접 가서 비디오 콜을 통해 보여주긴 했지만 말이다. 직접 보지도 않고 계약을 한다는 것이 부담스러웠지만 우리가 에이전트에게 제시했던 목록 중 렌트비 예산을 제외한 나머지 조건들을 모두 충족시켜 주었고, 한 번 계약이 틀어진 경험을 했던 우리에게는 오래 고민할 여유가 없었기 때문에 계약을 진행했다.

싱가포르에서 앞으로 우리가 지불해야 할 연간 렌트비는 제주 영어교육도시 30평대 아파트 기준 연세의 3배 이상이다. 그러나 집 사이즈는 더 작아졌고, 방도 3개에서 2개로 줄었다.
조건에 맞는 집을 계약해서 다행이다만 이렇게 비싼 값을 줄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가, 아니 우리 정말 이곳에서 살아도 되는 걸까?


비싼 싱가포르의 월세가 너무나 걱정스럽지만, 한국 아줌마의 의지로 알뜰살뜰 살아보리 다짐하며 새로운 시작을 응원하는 수밖에. 진심을 다해 스스로에게 외쳐본다, 파이팅!


싱가포르 리버 산책로에서 찍은 동네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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