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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국제학교

싱가포르 유학, 어느 국제학교를 보내야 할까

by 문핑

싱가포르 유학을 결정하고 가장 먼저 시작한 일은 학교를 알아보는 것이었다. 싱가포르에는 50여 개가 넘는 국제학교들이 있다. 그 가운데에 흔히들 말하는 탑티어라는 학교들도 있지만, 저학년의 경우에는 학교의 명성이 교육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도, 그리고 반드시 우리의 교육관과 같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우리는 학교 사이트를 일일이 확인하며 우리 아이에게 적합한 학교를 찾아야 했다.
욕심을 따라가자면 마음에 든 학교들을 모두 투어 한 후 지원하고 싶었다. 하지만 시간적으로 제약이 있었고, 지원비가 제주국제학교에 비하면 적게는 2배, 많게는 약 10배 이상 비쌌기에 리스트를 줄이고, 또 줄이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
그리고 최종 리스트에 올린 학교들에 이메일을 보낸 후 학교 투어 일정을 정했고, 그중 한 학교는 투어와 입학시험 및 인터뷰 일정까지 잡았다.

뜨거운 여름날처럼 참으로 유난스러워 보이기도 했던 열정으로 유학을 결정했고, 시원한 바람으로 뜨거운 초록을 빨갛게 식혀주던 가을처럼 덤덤한 마음으로 싱가포르행 비행기를 탔다.



1. SAS(Singapore American School)

싱가포르의 탑티어 국제학교 중 한 곳인 SAS(Singapore American School)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미국계 학교이며, AP 교과과정을 제공하고 있다.
자녀들을 싱가포르에 보내고 있는 지인들의 추천과 그들의 학교에 대한 만족도가 매우 높았기 때문에 가장 먼저 알아본 학교였다. 또한 이미 제주에서 미국계 AP학교를 보낸 경험이 있었던 터라 친숙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SAS 입학처로 가는 길


투어 이후 느낀 점

학교의 위치는 싱가포르의 가장 북쪽에 위치하고 있으며, 오랜 역사에 비해 캠퍼스가 상당히 깨끗했다. 투어 당시(2023년 가을) 초등학교는 새로운 건물로 옮길 예정이며 공사 막바지에 접어들었다고 했다.
학비는 싱가포르 국제학교 중 가장 비쌌으며, 초기 1년에 내는 비용이 $64,480(싱가포르 달러)로 한화로 계산하면 약 7천여만 원에 달한다. 참고로 지원비는 $2,500이다. 지금의 환율로는 280여만 원 정도이다.
우수한 강사진과 시설, 탄탄한 커리큘럼과 학교의 명성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투어 후 SAS는 지원 리스트에서 제외하기로 하였다.

학교 곳곳에서 묻어나는 미국의 느낌에서 남편은 지난날의 학창 시절이 떠오른다고 했다. 수많은 독수리 마크와 심지어 건물의 문마저도 미국을 그대로 옮겨 놓았다고 한다. 순수 국내파인 나는 느낄 수 없었지만, 투어를 해주시던 선생님과의 대화에서 나 역시 마음을 접었다. 학생들이 제2 외국어로 어떤 언어를 가장 많이 선택하지에 대한 대화였는데 선생님은 우리에게 당연히 스페인어를 추천하였다. 우리를 아메리칸-코리안이라고 여겼는지 미국으로 돌아갈 것을 고려하여 많은 학생들이 스페인어를 한다고 했다. American School이기에 기본적인 사고방식이 미국을 배경에 두고 있는 것이 당연했지만 'international'을 기대할 수는 없었다.
가족이 미국 시민권이 있는 경우라면 SAS를 선택하는 것이 당연할 것 같지만, 우리처럼 시민권이 없거나 미국으로의 대학을 고집하는 것이 아닌 경우라면 SAS를 지원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을 내렸다.


2. UWCSEA(United World College South East Asia) Dover/ East campus

UWC 역시 TTS, SAS와 함께 싱가포르 탑티어 국제학교 중 한 곳이다. 1971년에 Singapore International School이라는 이름으로 초대 총리인 리콴유에 의해 공식적으로 개교하였고, 1975년에 현재의 이름인 UWCSEA(United World College of South East Asia)로 바뀌었으며, 가장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는 학교이다. 학교명에서도 유추할 수 있듯이 학교 구성원의 인종이 가장 다양하다. 여러 문화적 배경을 가진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으며, 학생 선발 시에 국적 쿼터를 맞추기 때문에 입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의 대기가 길다.

두 캠퍼스를 모두 지원할 경우 fee는 $1,254이고, 한 곳만 지원할 경우 $627이다. 투어 한 학교 중 지원비가 가장 저렴해 보이지만, 대기명단에 들어갈 경우 SAS의 대기 기간이 2년인 것에 비해 UWC는 1년이므로, 그 기간 안에 입학허가를 받지 못한다면 다음 해에 다시 지원해야 한다. 2년이라는 기간을 생각해 본다면 결국 지원비는 SAS와 같다고 볼 수 있다.
학비는 G2-G5학년의 경우 연간 $48,639으로 현재 환율로 5,300여만 원이며, 급식비와 셔틀버스 비용, 몇몇 방과 후 활동비는 제외된 금액이다.

투어 이후 느낀 점

우리는 UWC Dover와 East campus를 모두 투어 했고, 추가로 2023년 서울 하얏트 호텔에서 진행된 입학 설명회까지 참석했다. 그만큼 가장 관심 있게 알아보았던 학교이자 입학을 희망했던 곳이다.
TTS가 영국계, SAS가 미국계라면 UWC는 다문화를 지향하는 학교이다. 투어 했을 때에도 다양한 인종의 학생들이 서로 어울려 지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물론 East 캠퍼스가 조금 더 인디언의 비율이 높긴 했지만(대신 한국인의 비율이 Dover 캠퍼스보다 낮다), 그 다양성이라는 특징은 한눈에 볼 수 있을 정도이다.
두 캠퍼스의 특징이라 하면 위치가 다르다는 것, 그리고 East 캠퍼스가 최신식 건물이고 보다 환한 느낌이 든다는 점이다. Dover 캠퍼스는 오랜 역사에 따라 시설도 궤를 같이 했으므로 기대를 안고 투어를 하는 학부모들에게는 조금 실망스러울 수 있을 것 같다. 혹시라도 제주국제학교를 보낸 학부모라면 싱가포르의 작은 국토 면적으로 학교 부지를 제주처럼 넓게 쓸 수 없다는 점, 그리고 동남아라는 지역의 기후를 감안해서 살펴볼 것을 추천한다. 하지만 오랜 시간 UWC 선배들의 학습의 터였던 곳에서 배움의 정신을 이어나갈 수 있다 생각하면 의미 있지 않은가. 그리고 2032년에 west 지역으로 이전할 계획이라고 하니, 역사로 사라질 캠퍼스와 새로운 시설에서 모두 학습을 할 수 있다면 우리에게는 좋을 것 같았다.

커리큘럼은 IB학교답게 고학년은 IBDP 과정을 하게 되고 그전까지는 UWC에서 자체적으로 개발한 'Concept- Based Curriculum'이라는 IB프로그램으로 학습하게 된다. 이전에는 IGCSE라는 IB 프로그램을 채택했고, 지금의 커리큘럼은 이를 보완하여 만들었다고 한다. 자세한 내용은 웹사이트를 확인하면 좋을 것 같다.


UWC의 Concept-based Curriculum

우리는 특히 이 커리큘럼에서 강조하는 Service 프로그램이 좋았다. 여기서 말하는 Service는 단순히 어려운 이들을 돕는다는 고정관념에서의 활동이 아니라 학생들이 이 학습활동에 참여함으로써 서비스의 가치를 배우고 행동으로 실천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그리고 그 가치는 바로 우리의 작은 관심과 행동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At the heart of the UWC mission, service enables students to actively contribute to resolving social and environmental problems, both locally and globally.


UWC의 입학설명회를 들으며 부모로서, 지나온 청춘을 돌이켜보며 희망을 찾는 인생의 선배로서 자식에게 가르쳐주고 싶은 가치에 대해 깊게 고민할 수 있었다.


UWC의 상징인 지구본



3. SAIS

싱가포르의 국제학교 입학을 고려하고 있는 학부모라면 당연히 위에 언급한 SAS, TTS, UWC를 가장 먼저 알아볼 것이다. 하지만 세 학교 모두 대기가 매우 길기 때문에 싱가포르에서 거주 중인 외국인들도 다른 학교를 다니다가 옮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싱가포르 유학을 희망한다면 위의 세 학교를 제외한 학교들도 알아보아야 할 것이다.
인터넷 검색 혹은 유학원의 정보에 따르면 세 학교만이 싱가포르의 명문일 것 같지만, 사실 대부분의 싱가포르 국제학교들은 매우 좋은 커리큘럼과 강사진을 자랑하고 있고, 실제로 매우 좋은 학교들이다.
그중에서도 우리가 알아본 학교는 딸이 제주에서 다녔던 국제학교와 같은 PYP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시설이 제주국제학교와 가장 비슷했던 SAIS(Stamford American International School)이었다. 학교 시설을 눈여겨본 이유는 아이의 빠른 적응을 위해 이전에 다녔던 학교와 환경이 비슷한 곳을 원했기 때문이다.
다른 학교들과 달리 IB와 AP프로그램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고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들에게는 이 부분이 장점으로 어필될 수 있을 것 같다.
학비는 첫 해 입학 기준으로 $60,000 가 조금 넘는 금액으로 현재 환율 기준 한화로 6,600만 원 정도이다. 만약 EAL을 해야 하는 경우라면 900여만 원 정도가 추가되며, 셔틀버스 비용과 급식비는 별도이다. 참고로 지원비는 현재 2025년 기준 $920으로 한화로는 100만 원 정도이다.
학교 투어와 인터뷰 일정을 위해 이메일로 주고받았을 때 회신이 가장 빠르기도 했고, 당시 만 5세였기 때문에 화상 인터뷰에 대한 어려움이 있다고 판단한 우리가 대면 인터뷰를 요청했을 때 흔쾌히 받아주어서 좋은 인상을 받았다.


투어 이후 느낀 점

우리는 이 학교를 일정 중 마지막 날 투어를 했다. 세 학교 중 가장 좋은 시설을 자랑했으며 다양한 방과 후 활동이 장점이었다. 또한 학교명에 American이 들어가지만, International을 더 강조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앞서 투어 했던 SAS의 학생들 대다수가 미국인이었던 것에 비해 좀 더 다양한 인종의 학생들이 있음을 볼 수 있었다.
영어가 유창하지 않은 학생들을 위한 EAL 프로그램이 매우 좋다고 소문이 났는데, 투어 당시에는 더 이상 할당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서 메인 반 학생들만 선발한다고 하였다.
캠퍼스를 투어 하면서 저학년들에 대한 케어가 잘 되는 느낌을 받았고, 재정이 탄탄하다는 것을 캠퍼스 여기저기서 느낄 수 있었다(국제학교를 보내 본 학부모라면 이 짧은 문장을 백번 공감할 것 같다. 학교의 재정 상태는 매우 중요하다).

투어를 한 후 아이는 입학처에서 미리 대기 중이었던 선생님과 다른 교실로 이동하여 인터뷰를 보았다. 입학시험은 WIDA test였다. 만 5세에 Grade1 시험을 보게 해서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었는데 웃으며 교실을 나온 아이를 보니 선생님께서 긴장을 잘 풀어주며 도와주었던 것 같다.

SAIS의 수영장(초등학교 수영장과 중/고등학교 수영장이 따로 있다)

합격 여부는 한시 간도 안 되어 이메일로 연락이 왔다. 합격이었다.
그리고 UWC는 학교 안내 일정에 따라 지원을 하고 천천히 결과를 기다려보기로 했다.

우리는 이렇게 싱가포르행 유학을 확정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한국으로 돌아갔다.



*2024년 기준으로 제주국제학교의 G1 입학연령이 2017년 1월생~12월 생이라면, 해외국제학교는 2017년 8월생~2018년 7월생이다. 봄, 여름에 태어난 아이들은 한 학년을 올려서 지원해야 하므로 이 점을 참고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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