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위는 최적으로 활동적이고 효과적인 사람에게서 나타나는, 동적이고 힘들이지 않으며 자기를 의식하지 않는 마음 상태라고 했다. 무위는 ‘힘들이지 않는 행동(effortless action)’이나 ‘자발적 행동(spontaneous action)’이고, ‘애쓰지 않기 위해 노력하기(trying not to try)’이다. 무위는 이해하기 어려운 수수께끼 같은 퍼즐이다. 무위라는 퍼즐을 풀어주는 두 가지 조각을 현대 과학에서 만날 수 있다. 신경과학(neuroscience)과 진화심리학(evolutionary psychology)이 그 두 조각이다.
신경과학은 뇌, 척수, 말초신경을 포함하는 신경계에 관한 과학적 연구이다. 여기에는 신경 기능의 분자 및 세포 메커니즘, 신경계의 발달과 가소성(可塑性; plasticity), 그리고 신경 활동에서 발생하는 행동과 인식을 포함한 광범위한 연구 영역이 포함된다. 신경과학에 종사하는 연구자는 다양한 수준의 조직에서 신경계를 연구하기 위해 유전학, 약리학, 영상학, 전기생리학을 포함한 다양한 기술을 사용한다. 신경과학의 궁극적인 목표는 신경계가 어떻게 작동하고, 신경계가 행동과 질병에 관여하는 방식을 이해하는 것이다.
신경과학에서는 뇌로 들어가는 피의 흐름을 측정하여 신경 활동을 추적하는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 functional magnetic resonance imaging)과 같은 현대 기술을 사용한다. fMRI는 자기장과 전파를 이용해 혈류의 변화를 감지해 뇌 활동을 측정하는 신경영상 기법이다. 종종 뇌의 기능을 연구하고 뇌의 신경 경로를 지도화하는 데 사용된다. 이 기술은 비침습적이며 건강한 개인과 신경학적 또는 정신적 장애가 있는 사람 모두의 뇌를 연구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 또한 뇌의 발달과 가소성을 연구하고, 뇌 장애 치료의 효과를 평가하는 데도 사용될 수 있다. 우리는 fMRI를 사용해 뇌의 어떤 부위가 비활성화되고, 어떤 부위가 완전히 활성화되는지 등을 포함해, 무위에 관여하는 심리적 기제에 대해 알게 된다. 즉, 이런 기술을 통해 활동 중인 무위 상태에 있는 뇌의 생생한 영상도 볼 수 있다. 뇌과학을 이용해 얻을 수 있는 기능적 자기공명영상 그림은 무위 상태에서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알게 해 주는 유익한 조각이 된다.
무위는 마음의 작동을 멈추고, 마음이 하는 생각의 일을 몸에 위탁하는 몸생각(body thinking)이라고 했다. 무위에서 말하는 마음은 몸과 완전히 분리된 그 자체의 마음이 아닌 신체화된 마음(embodied mind)이다. 현대 신경과학은 신체화된 마음과 몸생각의 복잡성을 잘 이해시켜주므로 유용한 조각이기도 하다. 인지(마음)가 우리 몸의 측면에 깊이 의존할 때, 즉 우리 몸의 측면이 인지 처리에 유의미한 인과적 역할을 하거나 구성적 역할을 할 때 그런 인지를 신체화된 인지(embodied cognition)라고 한다. 감각계와 운동계는 인지 처리와 근본적으로 통합되는 것으로 간주된다. 인지적 자질로는 개념이나 범주와 같은 고차원의 정신적 구성물, 추론이나 판단 같은 다양한 인지적 과제에 대한 수행이 있다. 신체적 측면으로는 운동계, 지각계, 환경과의 신체적 상호작용, 유기체의 기능적 구조에 구축된 세계에 대한 가정이 있다.
신체화된 인지 개념을 옹호하는 학자들은 인지를 형성할 때 그리고 행위자의 마음과 인지 능력을 이해할 때 몸이 능동적이고 의미심장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철학에서 신체화된 인지는 행위자의 인지가 세계에 대한 선천적인 추상적 표상의 산물이 아니라, 뇌 자체 외에 행위자의 몸의 측면에 의해 강하게 영향을 받는다고 주장한다. 인지에 대한 신체화 모형은 탈신체화된(disembodied) 데카르트 모형에 반대한다. 이런 데카르트 모형에서는 모든 정신적 현상이 비(非)물리적이므로 몸에 의해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본다.
이런 데카르트 모형에서는 몸, 세계, 인지(마음), 행동은 서로 독립적인 것으로 이해된다. 이에 반해, 신체화 모형에서는 인지를 설명할 때 행위자의 신체적 경험을 도입하려고 한다.
예를 들어, ‘유혹’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우리는 밤늦게 갑자기 배가 고파 라면을 하나 끓여 먹고 싶은 유혹을 느낀다. 라면을 먹고 자면 아침에 속이 더부룩하고 살찔 것 같아 그 유혹과 싸운다. 이런 유혹과의 싸움은 우리의 탈신체화된 마음이 야수 같은 몸의 고삐를 잡아당기는 것이 아니라, 특정 기능을 맡은 뇌 부위가 다른 뇌 부위와 충돌하는 것이다. 서로 다른 뇌 부위가 이렇게 충돌하는 모습은 기능적 자기공명영상 그림에서 가시적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신경과학은 유혹과 싸우는 우리 스스로를 더 정확히 묘사해 준다.
무위 퍼즐을 푸는 데 유익한 또 다른 조각은 진화심리학에서 나온다. 진화심리학은 심리학의 한 분야로서, 심리학을 형성한 진화적 압력의 관점에서 마음과 행동을 이해하고자 한다. 진화심리학에서는 우리 조상이 자기 환경에서 직면했던 적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간의 마음이 수백만 년에 걸쳐 진화했다고 가정한다. 이러한 관점은 인간의 마음이 위협을 감지하고 사회적 유대를 형성하며 환경을 탐색하는 것과 같은 특정한 작업을 수행하기 위해 자연선택에 의해 형성된 특수한 메커니즘으로 구성되어 있음을 암시한다. 진화심리학자는 진화생물학, 인류학, 인지심리학의 방법을 사용하여 인식, 인지, 감정, 동기, 사회적 행동을 포함한 광범위한 주제를 연구한다.
무위 상태에 있는 사람은 ‘덕’을 발산한다. 그래서 무위 상태의 사람은 개인에게 즐거운 것이고, 주변 사람들에게 신뢰와 매력을 발산한다. 진화상 인간에게 바람직한 것은 즐거움을 준다. 진화는 인간의 번식을 장려하기 위해 번식을 위한 행위를 하는 인간에게 오르가슴이라는 상을 내린다. 이런 오르가슴은 자극적이고 즐겁다. 무위 상태에 있는 것은 좋은 느낌이 든다. 더욱이 무위 상태의 사람에게 끌리는 것은 자동적이고 무의식적인 마음을 신뢰하기 때문이다. 무위가 즐겁고 매력적인 것은 무위가 진화상 인간에게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인지과학의 연구에서 점차 입증되고 있듯이, 의식적인 언어적 마음은 종종 교활하고 남을 음해하는 거짓말쟁이이지만, 자발적이고 자기를 의식하지 않는 무위적 몸짓은 그 사람의 마음속에서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믿음직하게 드러내 준다. 생리적으로, 자발성을 의식적으로 촉진하는 것은 어려우므로, 자발성은 사회적 삶에서 아주 높이 평가되고, 자발적인 사람이 매력적이고 신뢰가 가는 것도 이 때문이다.
동양철학에서 핵심 개념이면서도 모호한 개념인 무위를 사변적으로만 이해하는 정도로 끝날 수도 있다. 그리고 무위 상태는 좋고 바람직한 마음 상태라는 막연한 느낌만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과학기술 및 학문에서 방법론의 발달 때문에, 오늘날의 우리는 신경과학 또는 뇌과학과 진화심리학이라는 현대 과학의 지원을 받아 무위 상태를 가시적으로 볼 수도 있고, 무위 상태가 바람직한 마음 상태인 이유도 분석할 수 있게 된다. 우리가 눈으로 무위를 확인했고, 무위가 왜 좋은 것인지도 이해했다면, 그다음 단계는 그 무위를 우리의 실생활에서 실천하는 것이다. 막연하고 모호하며 왜 좋은지도 모르는 개념을 실천한다는 것은 우리에게 쉽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그런 무위는 나의 것이 아니라 성인군자들의 몫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평범한 우리가 생활에서 무위를 실천하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무위를 눈으로 보여주고 무위의 바람직함에 대한 이유를 분석해야 한다. 즉, 무위를 우리에게 접근 가능하게 만들어주어야 한다. 현대 과학의 도움으로 무위가 나의 것이 될 수 있다고 느끼게 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듯하다. 이런 느낌을 받는다면 수수께끼 같은 무위의 역설을 풀려고 우리 각자 노력할 수 있다. 물론 역설이기 때문에 쉽게 풀리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각자의 방식대로 무위의 역설을 풀려고 노력하는 자체만으로 순간순간 우리는 무위를 느낄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