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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불비 Nov 17. 2022

까마귀 새끼를 닮은 우리 아이들!

여러분은 다시 태어난다면 닭과 까마귀 중에서 무엇으로 태어나고 싶은가요?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되고자 이 두 조류가 부화할 때 각각 어떤 특징을 갖는지 간단히 알려드리겠다. 먼저, 닭은 일찍 무언가를 이룬다는 뜻의 ‘조성(早成)’ 종으로 분류된다. 즉, 닭은 부화 후 바로 활동하는 종이다. 닭은 알에서 부화하자마자 닭의 모습을 제대로 갖추고 있고 깃털도 나 있으며 바로 걷는다. 그리고 자신의 환경에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작은 머리에 가득 담은 채로 부화한다. 닭이 얼마나 영리하냐면, 닭은 간단한 숫자와 논리 관계를 처리할 줄 알고 간단한 인과관계도 추론할 수 있으며, 다른 닭의 관점을 인지할 정도로 공감 능력도 있다고 한다.

다음으로, 까마귀는 늦게 무언가를 이룬다는 뜻의 ‘만성(晩成)’ 종으로 분류된다. 즉, 까마귀는 부화 후에 일정 기간 어미 새가 돌봐야 하는 종이다. 까마귀는 부화할 때 털도 없고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고, 혼자서는 움직이지도 먹이를 먹지도 못할 정도로 무력하게 태어난다. 이렇게 태어난 까마귀는 자기 힘으로 살아가려면 어미의 보살핌이 족히 2년은 걸리고, 생존에 필요한 기술을 습득하려면 부모 곁을 맴돌면서 4년은 더 보내야 한다. 까마귀의 수명이 보통 10년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성인 까마귀가 되려면 6년이 걸리고, 성인 까마귀로는 4년만 살게 된다는 셈이다.

까마귀

여기까지만 들으면 여러분은 바로 “난 닭이요!”라고 외칠 것이다. 하지만 좀 더 들어보자. 닭과 까마귀의 수명은 보통 10년이라고 한다. 닭은 선천적으로 영리한 종이다. 닭은 간단한 수리력, 논리력, 공감력이 생후 2주째에 완성이 된다. 문제는 이 2주째에 할 수 있는 것이 닭이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이라는 점이다. 이런 능력을 갖추고 10년 동안 살아가는 것이다. 타고난 능력과 생후 2주에 걸쳐 생기는 능력이 뭐 그리 대단하겠는가? 그래서 우리는 흔히 머리가 나쁜 사람을 보고 “닭대가리!”라고 놀린다. 


하지만 까마귀는 어떤가? 무기력하게 태어난 까마귀는 6년 동안의 훈련을 거친 뒤 행동에 있어서 엄청난 민첩성과 유연성, 그리고 창의성을 가진 동물로 성장한다. 까마귀는 도구 제작 능력이 있다. 몇 번의 누적 단계를 거쳐 만든 갈고리 같은 도구를 사용하여 부리가 닿기 어려운 곳에 있는 곤충을 사냥한다. 그리고 까마귀는 여러 곳에 먹잇감을 숨기거나 저장할 정도로 기억력이 대단하다. 까마귀는 사회적 지능도 보여 준다. 한 까마귀가 음식을 저장하는 중에 다른 까마귀가 보고 있다면 잠재적 도둑이 주의를 딴 데로 돌릴 때까지 기다렸다가 자기 음식을 다시 감추기 위해 돌아오는 행동을 한다. 심지어는 작은 돌 같은 가짜 음식을 그 자리에 놓아두어 다른 까마귀를 당혹스럽게는 하는 행동도 한다. 또한 까마귀는 유연하고 창의적이며, 새로운 조건에 따라 복잡한 행동을 수정하는 능력도 있다. 썩기 쉬운 음식인 귀뚜라미가 야생에서 빠르게 부패하는 조건에 있을 때는 귀뚜라미 대신 내구성이 강한 땅콩을 저장하고 회수하는 법을 재빨리 배운다. 까마귀는 통찰력과 상상력이 있어야 하는 새로운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한 실험실 실험에서, 까마귀에게 고기를 횃대에 매달린 끈에 달아서 주었다. 그 고기를 잡는 유일한 방법은 부리로 끈을 조금씩 잡아당겨 횃대 위에 내려놓은 다음, 누적된 끈을 발톱으로 잡고, 그 과정을 조심스럽게 6회에서 8회 정도 반복하는 것뿐이었다. 이 실험에서 야생 까마귀 한 마리가 조심스럽게 상황을 파악한 후 첫 번째 시도에서 이 과제를 해결했다. 아마 닭에게 이런 실험을 했더라면 닭은 아마 굶어 죽었을 것이다.


생후 2개월 이후 닭의 능력과 부화한 뒤 6년 이후의 까마귀의 능력을 이렇게 보고 난 뒤, 다시 태어난다면 닭과 까마귀 중에서 무엇으로 태어나고 싶겠느냐는 질문을 다시 받는다면 모두 “난 까마귀요!”라고 하면서 마음을 바꿀 것 같다. 만성 종이 더 좋은 전략 같은데, 왜 모든 조류가 조성이 아니라 만성 종으로 진화되지 않았을지 궁금증이 생기는 대목이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일찍 정점을 찍는 것이나 늦게 정점을 찍는 두 가지 전략 모두 각각 장점이 있으므로 세상에 존재한다. 따라서 실행되는 환경을 모르고서는 어느 쪽이 더 나을지 말할 수 없다. 즉, 조성 종도 결국은 진화의 실수가 아니라는 말이다. 


우리 인간은 닭과 까마귀 중에서 ‘만성(晩成)’ 종인 까마귀와 비슷하다. 우리 인간이 태어나서 성인(20살)이 될 때까지의 모습을 한 번 들여다보자. 우리 인간이 출생한 직후를 보면 무기력해도 그렇게 무기력한 포유동물은 처음일 것이다. 우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포유동물! 태어난 아기를 안을 때도 우리는 얼마나 조심하는가! 네 살짜리 아이가 신발 끈을 매는 것을 보면 기가 찰 정도로 한심해 보이면서, 차라리 우리 아이가 닭을 닮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더 심한 것은 이런 아이의 행동은 예측이 안 된다. 신발 끈을 반 정도 매고는 갑자기 코딱지를 판다. 그러다 한쪽 신발 끈을 다 매고는 아무 이유 없이 다시 푼다. 그리고는 갑자기 이유 없이 바지를 벗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유례없이 나약하고 산만하며 분통 터지게 하는 자식을 키우는 것은 엄청난 시간과 노력, 에너지가 들어가는 일이다. 엄마와 아빠뿐만 아니라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포함해 온 동네 사람들이 나서야 할 정도로 어려운 일이다. 인간 여성의 경우 45~55세 사이에 폐경이 오면서 생식을 하지 못하게 된다. 이런 폐경은 당연히 생리 현상이지만, 어린아이를 키우는 일과 관련 지어 생각할 수 있다. 아이 하나를 키우는 일이 온 동네가 나서는 일이므로, 여성의 경우 손자를 돌보기 위해 개인적 생식을 포기하는 것이 폐경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10대이다. 이 시기는 감수성이 예민하고, 주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아 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경험하고 미래에 대한 불안 등으로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낸다. 우리는 이를 ‘중2병’이라고도 한다. 이런 10대들과는 부모들이 대화하기가 매우 어렵다. 10대는 감정의 통제를 받는다. 감정에는 언어가 개입할 여지가 없다. 대화와 언어는 이성의 영역인데, 10대에게는 아직 이성이 완성되지 않은 시기이다. 앞에서 살펴본 전전두피질(prefrontal cortex; PFC)을 생각해 보면 충분히 이해된다. 이성의 중심지인 전전두피질은 발달하여 온전한 성숙에 도달하는 데까지 20년이 훨씬 넘게 걸린다고 했다. 즉, 10대에게는 이 뇌 부위가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질풍노도의 시기는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리고 20대가 되면서 우리는 독립할 수 있게 된다. 진짜 문제는 이때부터이다. 동굴 속에서만 사는 멕시칸 테트라가 동굴에 적응했으므로 동굴에서만 살아야 하듯이, 우리 인간도 동굴이라는 문화에서 태어나면서부터 20대까지 그 동굴에 적응했다. 우리가 이 동굴에 적응하기 위해 엄마와 아빠가 우리 곁을 지켰고, 폐경까지 한몫하면서 할머니 등 온 동네가 나섰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우리가 적응해 온 이상하고 붐비는 동굴이라는 문화는 엄청난 도전이 난무한다. 이 도전을 극복하기 위해 20대부터 우리는 창의적(Creative)·문화적(Cultural)·공공적(Communal) 동물이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우리 인간이 창의적이고 문화적이고 공공적인 동물이 아니라, 그런 동물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슬링거랜드 교수는 이를 3C라고 부른다. 도전이 난무하는 동굴이라는 문화에서 이런 3C를 가지고 무사히 생존하기 위해 우리를 도와주는 것이 술취함이다. 20대부터 갖추어야 할 창의성, 문화성, 공공성을 위해 술취함이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무슨 말인지 그 이야기를 다음에 풀어나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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