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싶은 것.
나는 마구 먹고싶은 것이 생기는 빈도가 낮은 편이다.
그렇다고 식욕이 없는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그렇다고 식욕이 많은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물욕과 식욕이 많지는 않은데, 적당히 잘 먹고 쓰고 싶은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마구 먹고싶어!'하는 때가 한 달에 한 번이든, 두 번이든 오게 되면 꼭 먹어야 할 것만 같은 감정과 욕구에 사로잡히는데.
그렇다고 많이 먹거나 비싼 음식을 선호하는 것도 아니어서 보통 다들 먹는 것을 먹는 것이다.
이 점에 조금 억울한 느낌이 있으면서.
절약해야지! 하고 절약 불이 켜지면 억울함도 식욕도 사라지는데...그래도 먹고싶어! 하는 것이 있으면 그건 또 사 먹는다. 물론, 비싸지 않은 음식이란 점은 똑같다.
그럼, 특별히 고급스러운 입맛이 아닌가 하는데.
그건 또 아닌 것이.
음식을 먹을 때 대부분이 그저 그렇다.
아주 맛있다는 느낌이 없고 그저 그렇다.
아주 맛있는 음식을 못 먹어봐선지 모르겠지만.
그저 그렇기 때문에 남들에게는 그냥 다 맛있다고 하곤 한다.
그냥 다 맛없다고 할 수는 없지 않나.
그러니까 웬만해선 다 맛있고, 웬만해선 다 괜찮다고 하는데.
그럼, 대부분은 음식을 좋아하는 줄 알고 음식 이야기를 꺼내거나 많이 먹을 줄 아는데 그때 마다 당황스럽다.
하지만 웬만해서는 맛있지 않은 것을 웬만해서는 맛있다고 말하지 않으면 인간관계가 와장창 하며, 끝을 고해야할 것 같으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그렇다고 고가의 음식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떡볶이, 떡볶이, 떡볶이에 가끔 연어 정도여서.
가끔은 내 혓바닥에 의문을 가질 때가 있다.
도대체 뭐 어떻게 해야, 이런 입맛을 가지나 싶은데.
고추는 좋아하니까 매운 고추들을 섭렵해도, 후추나 카레는 매워서 못 먹고.
고추를 좋아하니까 매운 것을 좋아하는 줄 아는데 매운 것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고 그냥 고추를 좋아한다.
고추를 좋아한다고 고추장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고추를 좋아한다고 캡사이신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떡볶이는 좋아하는 모순적인 내 입맛은 까다로운 것인지, 까다롭지 않은 것인지 알 수도 없고.
둘 중 하나라고 대답하기도 모호하다.
심지어 고기도 잘 구분을 못하는데, 이 때문에 생선을 선호하고 고기는 잘 먹지 않는다.
세상에 고기를 구분 못하는 사람이 어디있냐는 소리도 들었는데, 정말 구분 못하는 것을 보면 모두 숙연해졌다. 게다가 가끔 기름진 고기를 평소보다 많이 먹으면 소화를 못해서 알러지반응까지 나타나고 난리 부르스를 열심히 추고싶지 않아도 춘다.
그렇게 나의 먹고싶은 음식은 대부분, 떡볶이, 떡볶이, 떡볶이이다.
웬만해서는 다 괜찮고.
웬만해서는 다 잘 먹지만.
종종 난리 부르스를 출 수밖에 없어서 정작 먹을 때 소심쟁이가 되는.
모순적인 사람.
이런 사람이 세상에 얼마나 있을까.
가끔 생각하는데.
이 세상에는 다른 방면으로 모순적인 사람이 있지않을까.
사람은 모순 투성이이니, 분명 있을 것이다.
'나는 외계인이 아니야!'하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그런 누군가들이 요즘은 TV든, 다른 영상 매체든, 어디서든 나타나서 나는 요즘 참 재미있다.
얼마 전에는 '너같은 사람 왜이렇게 많아?'라는 소리도 들은 몸.
이것이 참 글로벌 세상, 영상 매체 붐의 선순환이다.
사람들이 모두 나와는 다른 사람이 아주 많구나를 느껴서 더는 웬만해선이라고 하지 않아도 되는 때가 오면 좋겠다.
그러면 매일, 채소가 좋아요, 생선이 좋아요, 떡볶이가 제일 좋아요. 할 수 있을텐데.
다 따져보면 채소도, 생선도, 떡볶이도 이상한 음식이 아니니까 모두 받아들여줄 수 있는 것 아닌가.
다양성이 부각되는 세상에 살고 있지만.
더더더 다양함이 드러나면.
그때는 어떤 사회가 될까.
혹은 그 전에 사회에서는 이제 다양함을 추구하지 않는다며, 폐쇄적인 환경이 만들어지게 될까.
앞날은 알 수 없지만.
먹고싶은 것이 먹고싶다고 할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다.
내게는 가끔 찾아오는 먹고싶은 것이 있는 날에 당당히 나는 먹고싶은 것을 먹고.
많은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게 '그렇구나.'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래서 나는 누군가가 밥에 초콜릿을 비벼먹는대도 그렇구나 하기로 했다.
그래서 나는 누군가가 낮에 잠을 잔대도 그렇구나 하기로 했고.
그래서 나는 누군가가 강아지 소리를 내어도 그렇구나 하기로 했다.
그러다 보니, 누군가는 내가 모든 일에 아무렇지 않은 사람이나 무딘 사람인 줄 아는 억울한 일도 생기는데.
그렇구나 하기로 했다.
오해면 어떠리.
내 입맛 부터가 오해인 것을.
인간은 원래 모순적인 존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