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맛도 니맛도 아닌데, 그것도 나야.

퇴근 시간.

by 담하dam ha

매일 출근하자마자 하고싶은 것.

아니, 출근 중에 하고싶은 것이 있다.

퇴근.

이리저리 밀쳐지고 사람들 사이에 끼어서 가끔 호흡곤란이 오고 갈빗대나 어깨가 부셔질 것 같은 위협을 느끼며 출근하다 보면 역에 도착하자마자 퇴근이 하고싶어진다.

이미 출근에서 지쳐버린 몸과 마음을 이끌고 내 자리에 가 앉으면 또 다른 하루가 시작된 것만 같다.

출근하면서 하루가 가고, 앉아서 일하면서 또 다시 하루가 시작하고, 퇴근을 하면서 하루가 끝나고 퇴근 길에 또 하루가 가서, 총 3일은 일한 것만 같은 느낌이다.

어떻게 해야 이 3일 체감이 사라질 수 있는지 알 수 없지만 그래도 매일 출근하고 있는 내게 칭찬을 해주고싶다.

그래서인지, 회사에 도착해 자리에 앉으면 모든 직장인이 숭고하게 느껴진다.

대단한 사람들. 오늘도 시작하겠구나. 얼마나 잘 견디고 있을까.

그렇게 주 5일을 15일처럼 느끼는 나는, 일만 시작하면 또 어느새 금요일인지라.

시간 감각이 아예 사라진 것 같을 때가 많다.

일하는 중에 퇴근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데 이상하게도 출근 시간과 퇴근 시간은 그렇게 퇴근이 하고싶다.

특히 퇴근시간에는 퇴근을 하면서도 퇴근이 하고싶다.

출근 길과 동일한 만원 지하철에서 마구 구겨진 채 집이있는 역에 도착하면 그냥 집에 가서 자고싶어진다.

퇴근을 했는데도 퇴근이 하고싶고.

집에 왔는데도, 잠깐 안도한 후에 또 퇴근이 하고싶다.

이 감각을 무엇으로 설명할까. 고민이 되는데....

보고있으면서도 보고싶은 것과 같은 맥락이 아닐까 싶다.

퇴근을 했는데도 퇴근이 하고싶다.

그렇게 잠자리에 누워 정신이 육체에서 로그아웃을 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서 퇴근이 하고싶은 출근이 와 있다.

내 SNS 로그아웃 시간은 길고 긴데, 왜 내 출.퇴근을 포함한 모든 노동의 로그아웃 시간은 이다지도 짧을까.

짧게 느껴지는 것이지 짧은 것이 아니라기엔.

아침이 너무 무겁다.

극락왕생을 바란 것도 아니고 커다란 것을 원한 것도 아니지만 고되디 고되다.

이 고된 삶의 무게가 내가 사는 건물에 얼마만큼 있을까.

더 크게 우리 동네는, 지역은, 나라는, 세계는.

얼마만큼의 무게를 지고 있을까.

매일 아침의 무게, 업무의 무게, 퇴근의 무게는 얼마나 될까.

그런 것을 생각하면 내 무게 정도는 아무것도 아닌 것 같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 무게가 아무것도 아니라기에는 한 사람이 지니는 무게이니 무거운 것은 맞다.

모두가 한 사람 분량의 혹은 여럿의 가족 분량의 무게를 지니고 매일 무거운 발로 퇴근을 반복하다니, 세상에 대해 새삼 묵직하고 거대한 무게감이 느껴진다.

쇼츠의 시대, 가벼운 만남, 가벼운 연결로 이 세상이 참 가볍게도 보이지만.

아주 많은 분량의 무게가 우리 세상에는 존재한다.

그렇다고 한 사람의 분량의 사라지는 것을 못 느끼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찌그러져 붙어서 매일을 살아가니, 그 빈공간을 모를 리가 없다.

모두는 각자의 무게를 가지고 각자의 삶을 지탱하면서 세상의 무게가 되어, 세상을 지탱한다.

나 한 사람의 일을 하는 것이, 세상을 지탱하는 일인 것이다.

그렇게 보면 한 사람, 한 사람이 그렇게 귀할 수가 없다.

오늘도 무거운 발을 이끌고 퇴근을 반복하는 한 사람, 한 사람, 나와 당신 모두.

그렇게 귀할 수가 없다.

작게는 자신의 세상을, 크게는 이 세상을 지탱하느라 늘 수고가 많으십니다.

귀한 분들.

귀한 나.

잘 했어. 이번 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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