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 안에는 마트가 있지.
장을 볼 때마다 고민되는 것이 있다.
어떤 마트에서 뭘 사야 더 저렴하게 그리고 제대로 장을 볼 수 있을까에 대한 것이다.
이런 소비습관은 다른 영역에서도 발휘되는데, 모든 고민을 많이 하고 구매한다.
꼭 필요한 것인지 고민하고, 어디에서 사는 것이 좋은지 고민하고, 배송이나 직접가는 것 중 무엇이 좋은지 고민하고, 마지막으로 또 꼭 필요한지 고민한다.
그러다보면 필요한 것들을 놓칠 때가 있는데, 너무 급하게 필요하면 당장 어디서든 구매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잊어버렸으니 다음에 살까하고 없이 있는다.
정말 없이 있는데, 조금 불편하기만 한 거라면 계속 없이 있기도 한다. 예를 들어 그릇같은 것들이다.
그러다보니, 마트에서 쇼핑하는 것이 참 어려운데.
일단, 마트에 가기 전에 구매해야하는 것들을 간단히 떠올리고, 꼭 구매해야하는 것들은 메모를 한다.
그런데, 본격적인 P인 나는.
MBTI를 그렇게 신뢰하지 않지만 쉽게 설명해서 완전 P인 나는.
구매 목록을 미리 짜는 것 자체를 잘 못하고, 계획해서 뭘 어떻게 쓸지를 정하지 못해서 필요한 것 사고. 그 다음에는 보이는 것 중에 결정하자는 마음으로 마트를 간다. 혹은 온라인 구매를 한다.
그러다 보니, 온라인 구매에는 상당히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무겁게 이고 지고 오지만 눈으로 보고 사려고 직접 마트에 가도 작은 마트인데도 상당히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마트 안에 가서 한 코너에 가면 그 안의 마트가 또 있는 것만 같다.
그럼에도 절약해서 소비하는 것은 잘 하는 편인데. 이건 안 사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아무튼 나에게 마트란 커다란 세상이고 그 세상 안에는 채소 코너라는 나라, 욕실용품 코너라는 나라, 조리식품 코너란 나라, 유제품 코너란 나라....등 상당히 많은 나라가 있는 곳이다.
전 세계를 다 돌 수 없듯이 나는 마트의 모든 곳을 다 볼 수도 없고 대략적으로 구매가 이루어진다. 시간은 상당히 소요되지만.
이것은 삶의 전반적인 태도에도 반영되는데, 대충하는 것은 아니지만 세밀한 것에 예민하게 반응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꼼꼼하지 않느냐 하면, 꼼꼼하지 않아서 계속 체크하는 습관이 생긴 바람에 그렇지도 않다.
가끔 몸이 심하게 지치고 아플 때만 좀 조심하면 된다.
이것은 모든 것에 적용이 되어서 웬만해서는 모든 것을 무난히 지나간다.
그렇다고 스트레스를 안 받는 것도 아니지만.
무난하게 지나는 가고 있다.
그래서 예민한 사람을 봐도 이해가 가고.
그래서 둔한 사람을 봐도 이해가 가고.
일이 어떻게 되든 합법적이고 정직하게만 하면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고.
못된 말을 들어도 화가 났다가 다른 무한한 상상 속에 빠져서 잊고는 한다.
그러니까. 나는 예민한 사람도 아니고 둔한 사람도 아니고 무난한 사람도 아닌데.
무난하게 지나가 보이는 사람이다.
결국, 예민도 하고, 둔할 때도 있는데 무난해 보인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예민하거나 둔하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것처럼 말하고 행동하며, 타인을 평가하기도 한다.
나는 어디에도 속하지 않았는데.
혹은 어디에도 속할 수 있는데.
누구는 예민하게 보고, 누구는 둔하게 보고, 누구는 무난하게 본다.
딱히 사람마다 다르게 행동한 것도 아닌데 그러하다.
사람은 입체적인 생명체이고 그러니 당연하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는 그런 것들을 보려하지 않는 것 같다.
보이는 것 딱 한가지씩만 생각하고 평가한다.
마트 안에도 여러 나라가 있고, 그 나라 안에도 다양한 식료품과 생활용품들이 있고, 그 안에도 또 다양한 브랜드들이 있고 또 그 안에도 다양한 성분들이 있고....
그렇게 모든 것은 다양한 요소가 모여서 만들어지고, 작은 것 하나도 그렇게나 다양한데.
우리는 왜 한 조각만 보고서 무언가를 평가하려고 할까.
한 조각은 그저 조각일 뿐.
한 시간은 그저 시간일 뿐.
본질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내가 장을 볼 때마다 고민하는 것의 요소가 다양하고 그래서 그 다양한 요소를 보고 구매를 결정하기도, 하지 않기도, 제 3의 선택을 하기도 하는 것처럼. 그것의 시간이 오래걸리는 것처럼.
우리가 본질을 알기까지는 많은 에너지와 시간과 정보가 필요하다는 것을 기억한다면.
그렇다면 서로가 이해하지 못해 일어나는 다툼은 사라지지 않을까.
결국 우리는 달랐다고.
헤어지겠다고 하더라도, 그런 결론밖에 나지는 않는다고 하더라도 다툼과 싸움이 되지 않을텐데.
이 세상이 다툼 없이는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서로를 해끼치는 세상은 되지 않을텐데.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장볼 목록을 짜듯이 할 일들과 사람들을 보며 이렇게 해야 해, 저렇게 해야 해, 생각을 하고있는 나도 아이러니다.
세상은 요지경이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