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다음 생에도 캠핑은 패스
그 비싼 장비를 두고도 캠핑을 가지 않는 이유
by
케이트쌤
Aug 3. 2023
요 며칠 잼버리 기사가 하루종일 뉴스를 도배하고 있다.
이 더위에 우리 집 식구들은 서울의 무시무시한 도심 열기를 피해 며칠 코타키나발루로 도망가 있었다.
코타키나발루는 아침저녁으로 선선해서 서울보다 더 시원했다. 한낮에는 물속에 들어가 있었으니 휴가를 가 있는 동안 더위는 잊고 지낼 수 있었다.
한국은 전국적으로 폭염에 시달리고 있는데 이 땡볕에 야영이라니! 미치지 않고서는 감히 그 누구도 하지 않을 짓이다.
잼버리 개최지는 몇 년 전에 결정이 되었다 하더라도 사실 냉정하게 따져보면 기상이변으로 전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었던 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니었다.
충분히 이런 더위가 예측 가능했다는 말이기도 하다.
잼버리 야영뉴스를 보고 있자니 어릴 적 기억이 떠오른다.
우리 아들 녀석은 캠핑은커녕 그 흔한 글램핑도 다녀온 적이 한 번도 없다. 아들이 캠핑을 경험하지 못한 건 순전히 나 때문이기도 하다.
나는 캠핑을 그냥 싫어하는 정도가 아니라 끔찍이 싫어한다.
지금도 눈 감고 텐트를 치라고 줘도 나는 혼자서 금방 텐트를 치는 게 가능할 정도로 텐트 치는 데는 아주 이골이 나있다.
중, 고등학교 때 야영을 가면 내가 속한 조는 일찌감치 텐트를 치고 준비해 온 먹거리를 먹으면서 여유롭게 쉬고 있었다. 물론 텐트는 나 혼자 쳤고 다른 친구들은 내가 텐트를 치고 나면 시원하게 먹을 간식들을 준비했다.
친구들이 도와준다고 여기저기서 질문을 하면 혼자 하는것 보다 가르쳐주는게 시간이 더 오래 걸려서 다들 편하게 하고 싶은거 하라고 한 후 나 혼자 텐트를 치는게 더 편했다.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그 시절에도 여학생 혼자 텐트를 칠 수 있는 사람은 우리 반에서도 나 한 사람뿐이었다.
평소 내성적이고 얌전한 내가 운동장에서 아무 도움 없이 혼자 텐트를 치는 모습을 본 우리 반 친구들은 나를 무슨 원더우먼 쳐다보듯이 봤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 당시에는 야영 가기 전에 각 조별로 텐트를 가져오라고 해서 체육시간에 미리 텐트를 쳐보는 연습을 했었는데 우리 조는 내가 혼자 금방 쳐놓고 그늘에 다 함께 모여 앉아서 수다 떨며 쉬고 있었다.
내가 캠핑을 병적으로 싫어하게 된 건 친정아버지의 탓이 크다.
아버지는 놀러 가는 걸 참 좋아하셨다. 지금도 좋아하시지만 젊을 때는 차 트렁크에 텐트랑 아이스박스 집어넣고 온 식구들을 여기저기로 다 끌고 다니실 정도였다.
텐트를 칠 명당 고르는 법 부터 시작해서 바닥을 고르게 만들고, 비 올 때를 대비해 수로를 어떻게 파 놓아야 하는지, 텐트 위에 방수천막을 씌우는 법, 코펠사용하는 법 등등 다 내가 원하지도 않는데 아버지가 전수해 주신 것들이다.
지금이야 기술이 좋아져서 원터치 텐트가 있지만 내가 국민학생이던 시절에는 텐트 폴에 고리를 직접 걸어서 하나하나 세워나가면서 텐트를 쳐야 했다.
여름에 다녔으니 더위는 당연지사였고, 다만 지금 더위보다는 내가 어릴 때가 덜 덥기는 했지만(그 당시 한 여름 최고 기온 28도인 시절이었다) 그래도 나는 더워서 캠핑이 너무 싫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나는 벌레를 극도로 혐오했다. 모기와 파리 등 야외에서 캠핑하면서 만나는 각종 날벌레까지 캠핑하면 초대도 안 했는데 나를 따라다니던 불청객들이 나는 너무 싫었다.
요즘 비싼 돈 내고 하는 글램핑은 에어컨도 있고 다 준비되어 있는 텐트에 내가 먹을 것만 가져가면 되지만 텐트 치고 야영을 하면 씻는 거, 먹는 거, 자는 거 모두 당연하게도 불편하다.
이렇게도 싫어하는 딸내미를 고3 때까지 주야장천 데리고 캠핑을 다니셨으니 내가 캠핑을 싫어할 법도 하다.
내가 미성년자 였을때, 아버지가 주도해서 다닌 여행은 단 한 번도 우리 식구들이 호텔에서 숙박을 했던 적이 없었다.
그래서 돈 벌어서 보란 듯이 세부 리조트로 부모님을 모시고 여행을 다녀왔는지도 모르겠다.
지금도 여전히 친정에는 프로 야영러인 아버지가 사용하시던 비싼 코펠세트와 토치, 7~8인용 원터치 방수 텐트가 준비되어 있지만 난 이제 야영이라면 지긋지긋해서 여행 가면 무조건 호텔로 간다.
아마도 이 생에서는 야영을 자발적으로 갈 일은 없을 테고 다음 생이 있다면 다음 생에도 캠핑은 사절이다.
프로 캠핑러이신 분들에게는 이 글이 불편하실 수도 있지만, 캠핑에 대한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keyword
캠핑
텐트
여름
67
댓글
28
댓글
28
댓글 더보기
브런치에 로그인하고 댓글을 입력해보세요!
케이트쌤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직업
강사
네이버 도서 인플루언서 케이트쌤의 일상 에세이를 담은 브런치.
팔로워
232
제안하기
팔로우
작가의 이전글
학창 시절 가장 멋있었던 선생님
오랜만에 온 삼척
작가의 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