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케이트쌤 Aug 23. 2023

학원의 중학선행이 싫다고?

교재 바뀐지도 모르던 학부모


학원에서 아이들 가르치다 보면 대체로 여학생들은 5학년이 되면 슬슬 사춘기가 오기 시작하고 남학생들은 6학년, 조금 늦은 친구들은 중학생이 되면서 사춘기가 오기 시작한다.


우리 반 남학생 한 명이 6학년이 되면서 사춘기가 오기 시작했고, 영어뿐만 아니라 다른 학원에서도 각종 불평불만이 많았다.

"6학년인데 왜 중학 문법을 배워야 해요?"

"학원은 선행을 하니까 6학년 되면 다른 학원도 다 중학교 문법을 배워. 수학 학원에서도 중학 수학 선행 하지 않니?"

이 학생은 본인이 아직 6학년인데 중학 교과 과정을 선행하는 것이 가장 큰 불만이었고, 학원에서 쉬는 시간에 핸드폰 게임을 금지시키니 쉬는 시간에도 심심하다며 학원 올 때마다 나에게 매번 왜 핸드폰 못하게 하냐며 불평을 했다.

원장님께서 특별한 목적 없이 쉬는 시간에 핸드폰으로 임을 하거나 유튜브 보는 걸 금지한 이후부터는 아이들 각자 친구들과 수다를 떨거나 장난을 치면서 쉬었는데 쉬는 시간마다 핸드폰을 붙잡고 게임을 하던 이 친구는 10분을 버티는 걸 버거워했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수업 시간에 영 집중을 하지 못하고 벽을 쳐다보는 날이 점점 잦아졌다.

6학년인데 왜 중학 문법 선행을 해야 하냐며 따지던 아이는 숙제도 하기 싫어하며 단어도 외워오지 않고 오히려 작년 보다 더 수업 태도 안 좋아졌다.

매번 수업 시간에 벽 쳐다보지 말고 책 보라고 주의를 줘도 소용이 없기에 어머님께 전화를 드려서 수업 시간에 아이 태도가 어떤 상태인지 알려드렸다.

"안 그래도 요즘 수학 학원에서도 벽만 쳐다보고 있다고 전화 왔었어요. 아무래도 애가 중학 선행하는 걸 싫어하는 것 같은데 다른 반으로 옮기면 안 될까요?"

"다른 반으로 옮겨도 지금 5학년도 중학 문법 기초 하고 있습니다. 초등 문법 쉬운 거 하는 반은 3학년 동생들 반이에요. 어머님 아시다시피 학원은 선행하러 오지 하기 싫다고 동생들 반에 가서 쉬운 거 하러 오는 학생들은 없어요"

"애가 그동안 집에서 하루에 6시간씩 핸드폰 게임을 하는 걸 내버려 뒀다가 이제 6학년 되었으니까 하지 말라고 최근에 게임 금지 시켰어요. 마침 학원에서도 원장님께서 쉬는 시간에 핸드폰게임 금지 시켰다고 하셔서 이 기회에 집에서도 너무 많이 하는 것 같길래 못하게 했거든요. 그랬더니 애가 금단증상이 온 것 같아요. 뭘 해도 집중도 못하고 무기력한 것 같은데 어쩌면 좋을지..."


어머님 말씀을 듣고 그래서 애가 맨날 수업 시간에 집중을 못하고 눈빛이 흔들리며 벽만 쳐다보고 있었나 보다고 생각을 했다. 그런데 나도 동갑내기 아들을 키우고 있는 상황이지만 도대체 집에 있는 엄마가 어떻게 애가 하루에 6시간씩 핸드폰 게임을 하는데 내버려 뒀는지 도통 이해가 안 된다.

아무리 개인가정사가 다르다고 해도 하루에 6시간 이면 학교와 학원 가있는 시간 빼고는 집에서는 계속 핸드폰만 붙들고 있었다는 계산이 나오는데 엄마의 인내심이 대단하다고 해야 하는 건지 아니면 그냥 나 편하자고 내버려 둔 건지 당최 모르겠다. 엄마의 말에 놀라서 나도 어떻게 반응을 해야 할지 망설이던 순간 이 엄마가 갑자기 뜬금없는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선생님 우리 애 지금 하는 교재 단어가 너무 어려운 것 같은데 애한테 수준이 너무 높은 거 아닌가요?"

이 아이가 중간에 엄마의 요청으로 반을 바꾸면서 본인 레벨보다 높은 반에 들어오기는 했다. 그런데 우리도 시간표가 바뀌면서 전체적으로 반 조정이 있었고 상급 레벨인 아이들만 있는 반을 따로 편성했고 비슷한 레벨로 구성된 아이들만 남아서 교재를 아이들 레벨에 맞춰서 진도를 나가고 있던 상황이었다.

"그럴 리가 없을 텐데요. 교재 단어도 전반적으로 무리 없이 외울 수 있는 수준이고 집중을 할 때는 문제도 수업시간에 무리 없이 잘 풀던데"

"아니에요. 제가 봐도 listening 교재가 너무 어렵더라고요. 빈칸도 너무 많고 Dictation 숙제할 때 아이가 너무 스트레스받아요."

  


 Dictation 숙제에 빈칸이 많다는 말에 전에 사용하던 교재를 말하는 걸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어머님 저희 교재 바뀐 지 두 달 되었는데요... 지금 사용하는 교재는 빈칸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많은 교재가 아니에요. 제가 지난 상담 때도 교재 변경되어서 숙제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을 거라고 말씀드렸는데 잊어버리셨나 봐요"

"아.... 그랬나요? 죄송해요 사실 아이 교재를 제가 일일이 확인하지 않아서 몰랐어요"


애가 정신이 없으면 집에서 엄마라도 아이를 잘 관찰하고 챙겨야 하는데 상담때 하시는 말을 들어보니 아이의 태도문제가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 같다는 직감이 들었다.

매일 같이 수업시간에 벽만 쳐다보다 집에 가도 숙제를 안 해서 남아서 마무리를 하고 가던 아이는 결국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그 달 말일까지만 학원을 나오고 영어뿐만 아니라 수학, 논술까지 전부다 학원을 끊었다고 친구들로부터 전해 들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