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일했던 그때나, 시간이 한참 지난 지금이나 여전히 학부모들에게 사랑받는 OO은 마치 영어를조금만 한다 하면 여기를 꼭 다녀야 하는 학원인 것처럼인기가 많다.
영어권 국가에서 1년 이상 유학생활 하다가 귀국한 학생들은OO학원의 Returnee(귀국반)에서 계속 영어공부를 이어가기를 원하는 학생들이 많았기에 귀국한 아이들은 대부분 OO를 많이 찾았다.
그날 역시 미국에서 1년 공부하고 온 5학년 학생이 레벨테스트를 예약해 놓은 상황이었고, 예약시간에 맞춰 엄마와 함께 학원에 들어왔다.
아이가 레벨테스트를 끝낸 후 학부모와 결과에 대한 상담을 거쳐 합격한 학생들은 바로 등록을 하지만 이날 테스트를 본 Returnee 학생은 불합격이었다.
학원의 방침상 불합격 한 아이들은 6개월이 지나야 다시 레벨테스트를 예약할 수 있었고, 본인의 아이가 OO에서 공부하길 원하는 엄마들은 대부분 불합격하고 난 후 바로 6개월 후 날짜에retest를 예약한다.그리고 이 엄마도재시험 예약을 하고 갔다.
6개월이 지나 아이와 함께 예약시간에 재방문해서 아이는 레벨테스트 문제를 풀러 들어갔고 엄마는 밖에서 기다리면서 나에게 불평 아닌 불평을 늘어놓았다.
"왜 학원 레벨테스트 문제를 공개하지 않는 건가요?"
"어머님, 레벨테스트 문제를 공개해야 할 만큼 문제가 고난도가 아니에요. 그리고 R&D에서 자체적으로 문제를 만들어 진행하기 때문에 학원 레벨테스트 문제를 공개하지 않습니다."
없는 말이 아이라 실제로 학원의 레벨테스트 문제가 그렇게 어렵거나 대단한 문제들로 구성되지 않았었다.
학부모들이 오해를하는 게 기본적으로 학원의 레벨테스트 문제는 그리 대단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벨테스트를 하는 이유는 해당 학생이 어떤 반에서 공부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고 있는지 반 배정을 하기 위해서 일선의 영어학원에서 등록 전에 레벨테스트를 하고 있는 것이지 학원의자체 레벨테스트가 뭔가 굉장히 공신력 있는 테스트가 아니다.
대형 어학원이나 인기 어학원은 그 명성 때문에 엄마들이 우리 아이 레벨테스트에서 상급반에 배정되었다고 주변에 입소문으로 이야기하고 그 소문이 엄마들 사이에서 마치 대단 한양 떠도는 것뿐이지 실제로 토익이나 토플처럼 공신력 있는 테스트가 아니기에 학원의 레벨테스트는 반 배정과 아이의 실력을 자체적으로 판별해 보기 위한 용도 그 이상이 아니다.
"내가 OO대 영교과 교수인데, 우리 애가 나 따라서 미국에서 일 년 있다 왔어요. 그런데 지난번 레벨테스트에서 떨어져서 6개월 동안 우리 과 조교들한테 애 가르치라고 시켜서 데리고 왔어요. 이번에는 합격해야 할 텐데"
그 당시 해당 학생의 엄마는 본인이 OO대 영교과 교수라는 타이틀을 내세워 조교들한테 아들 영어학원의 레벨테스트를 위한 과외를 떠맡긴걸 무슨 자랑인양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눈살이 찌푸려졌다. 조교들은 교수가 자기 아들 가르치라고 아무렇게나 부려먹어도 되는사람들이 아닌데 교수님이 시키니까 어쩔 수 없이 아이를 봐주었을 것이라는 건 불 보듯 뻔하다.
"내가 우리 조교들한테 각자 한 사람씩 너는 vocabulary, 너는 reading 너는 writing 너는 grammar 이렇게 과목 정해주고 이 레벨테스트 때문에 6개월을 우리 조교들이 애를 봐줬다니까요"
미국에서 1년 살다 왔다고 갑자기 영어 실력이 어마어마하게 늘어서 귀국하는 건 아니다. 물론 1년 사이에 많은 발전이 있는 친구들도 드물게 있지만 외국생활이라는 게 본인이 노력하지 않으면 오래 유학생활 했다고 언어가 자연스럽게 느는 것이 아니다.
한국에서 학교 다니다가 1년 미국에 있었다고 영어실력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게 아닌데 OO대 영교과 교수가 정작 자기 아들에 대한 판단이 객관적이지 못하다는 사실에 나는 더 어처구니가 없었다.
본인 아들의 실력이 부족한 걸 조교들이 각자 하나씩 맡아서 6개월을 애를 가르쳐서 재시험을 보게 했다는 말을 무슨 자랑처럼 늘어놓는데 정말 꼴불견이었다.
교수 아들이고 시키니까 과외를 해주기는 했겠지만(과외비를 제대로 줬는지나 모르겠다) 조교들이 학교업무 보고 자기 일 하는 와중에 애 과외까지 해줘야 했으니 얼마나 짜증이 났을까 하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다.
결국 6개월 동안 조교들의 피나는 노력으로 아이는 재시험에 합격해서 OO의 5학년 Returnee반에 배정이 되기는 했다. 모르긴 몰라도 엄마보다 조교들이 더 기뻐했을 것 같다. OO대 조교들이 6개월을 가르쳤는데 그마저도 또 떨어졌으면 이 교수님이 또 6개월을 조교들을 괴롭혔을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