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에 다른 학원으로 옮긴 학생 중 우리 학원을 꽤 오랜 기간 동안 다닌 한 학생이 있는데 1학년때 학원을 등록해서 출석했던 당시 나의 오해로 학부모를 아동학대로 신고할 뻔한 일이 있었다.
의료진 포함, 공교육과 사교육 그리고 아동기관에서 근무하는 근무자와 아동과 함께 일하는 모든 기관의 근로자들은 아동학대 신고 의무 대상자에 포함된다. 아동 학대 예방 교육을 반드시 이수해서 교육청에 이수완료 서류도 제출해야 하며 평소에 아이들을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할 직업군에 속한다.
개인적으로는 꼭 신고 의무 대상자가 아니더라도 나 역시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아동학대가 남일 같지 않기에 전에 살던 집에서도 위층을 아동학대로 의심해 신고할 뻔했던 적이 있다. (알고 보니 애가 밤마다 놀고 싶어서 자기 싫다고 우는 것이었다)
직업병이라 그런 건지 아이 우는 소리가 심하다 싶을 정도로 몇 날며칠 들리면 아무래도 신경이 쓰이게 된다.
우리 학원에 1학년때 처음 등록했던 이 친구를 자세히 관찰했던 이유는 이 친구가 학원에 올 때마다 얼굴과 팔에 상처가 점점 늘어났기 때문이다.
등록 후 첫 달은 유난히 아이 얼굴에 핏기가 없고 뺨과 이마에 1cm 크기의긁힌듯한 상처가 있어서 첫날부터 유독 내 시선을 끄는 학생이었다.
'왜 얼굴에 저런 상처가 있지? 놀다가 다쳤나?'
처음에는 이렇게 생각하고 넘겼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상처가 생기는 범위가 점점 늘어가는 아이 얼굴을 볼 때마다 너무 신경이 쓰였다.
어떤 날은 얼굴의 상처는 아물었는데 눈 밑에 새로 생긴 상처가 있고, 또 어떤 날은 얼굴의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팔에 상처가 나 있기에 아이가 학원에 올 때마다 내 관심이 자연스레 아이의 몸에 쏠릴 수밖에 없었다.
원장님께 사실을 말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던 참에 조금 더 지켜보기로 하고 관심을 두고 있었는데 어느 날은 다리에 상처가 나 있길래 아이에게 조심스럽게 물어봤다
"OO야, 무슨 일 있었니? 왜 팔다리에 상처가 있니? 혹시 학교에서 친구들과 싸웠니?"
"아닌데요"
"그러면 혹시 집에서 생긴 상처야?"
"어디에서 생겼는지 잘 모르겠어요."
아이는 모르겠다고 하는데 내 의심이 점점 깊어져만 갔고 다리에 상처가 생겨 온 날에는 그동안 의심만 하고 있다가 확인차 어머님께 전화를 했다.
"어머님 OO 다리에 상처가 있던데 알고 계시나요?"
"다리에 또 상처가 있나요? 그걸 어떻게 아셨어요? 선생님 예리하시네요."
내 질문에 어머님이 의외로 바로 반응을 하셨다.
"우리 아이가 아토피가 있어요. 심한 아이들과 비교해 보면 아토피라고 인지할 정도로 티가 나는 아토피가 아닌데 상처를 용케 보셨네요. 애가 자주 긁지는 않는데 수업 시간에 무심결에 자기도 모르게 손이 갈 때가 있을 거예요. 피부과의 스테로이드 연고 발라주기 싫어서 집에서 음식으로 관리하고 보습제 발라주면서 신경 쓰기는 하는데 아마도 상처가 아예 없지는 않을 거예요"
그렇다! 아이의 얼굴과 몸에 긁힌 듯한 상처가 나 있는 이유는 아토피 때문에 본인도 모르게 긁다가 생긴 상처였고 여름에는 땀을 흘리니 학교 갔다가 바로 학원 오면 자기 자리에 앉아서 수업 듣다가 가끔씩 자기도 모르게 손이 가는 경우 상처가 새로 생긴 것이었다.
그동안 아토피가 있는 아이들을 가르쳐 봤는데 대부분은 가려움 때문에 수시로 온몸을 긁적거리느라 아이가 불편해한다. 그런데 이 친구는 심하지 않기에 평소 학원에서 수업 도중에 긁적거리는 모습을 본 적이 없어서 아토피가 있는 아이라고 전혀 의심을 해보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아토피가 있는 아이들의 피부는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아토피 병변이 피부나 얼굴에 드러나 있는데 이 친구는 너무 멀쩡했기에 아토피에 대한 의심을 전혀 안 했다.
어머님과 통화를 해본 후 의심이 풀렸고, 4년을 우리 학원에 다닌 학생이기에 어머님이 어떤 분인지 더 자세히 알 고 난 후 그 당시 했던 오해가 말끔하게 해소되었고 나 혼자만 쓸데없이 심각했던 웃지 못할 해프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