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회를 좋아하지만 돈 앞에 장사 없다고 매번 티켓을 사기에는 가격이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심으로 꼭 가야겠다고 결정한 전시회는 가격과 상관없이 무조건 표를 사서 다녀온다.
유료 전시회를매주 가지는 못하지만 아들과 이따금씩 다녀오던 미술관 및 전시회 나들이는 우리 둘 다 마음 한편에 자리 잡고 있던 감성을 키우기에충분했고, 아들은 자주 갔으면 좋겠다며 다녀왔던 전시회를 종종 언급한다.
엄마도 자주 데리고 다니고 싶다만 돈이...
남편은 가고 싶으면 돈 내고 가야지 미술관도 돈을 벌거 아니냐며 시장경제 논리를 들먹인다.
남편말대로 진짜로 돈이 없어서 매주 미술관이나 전시회를 못 다니는 건 아니지만 그렇게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사고 싶은 거 다 사다 보면 재벌이 아닌 이상 통장이 텅장이 될 수밖에 없기에 매달 통장에서 빠져나가는 고정 지출비 생각을 안 할 수가 없다. 그나마 네이버예약을 통한 할인이나 각종 어플에서 주는 할인 쿠폰이 짠순이 워킹맘에게는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고인플레이션시대에 전 세계가 다 물가가 올랐는데 전시회 티켓 값이라고 버틸 수가 있겠는가. 이제는 소규모 미술관 전시회도 티켓 가격이 기본 15000원이 훌쩍 넘는다.다녀온 전시회라도 미술은 볼 때마다 작품을 감상하는 느낌이 다르기 때문에 마니아들은 같은 전시회를 또 간다는 것쯤은 나도 알고 있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뭐라도 해볼 심산에 전시회 티켓 이벤트에 응모를 자주 했는데 추첨에서 떨어지니 허탈감만 밀려올 뿐이었다.
인스타의 알고리즘에 의해 미술관 전시회 관련 이벤트나 전시안내가 인스타에 자주 보이게 되었고 뚝섬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로그아웃에서 마침 서포터즈를 모집한다기에 신청을 해봤던 게 선정이 되어버렸다.
응?? 이게 웬 횡재?? 잠깐, 그런데 왜 나를 서포터즈로 뽑아줬지??
서평을 자주 쓰다 보니 출판사에서 서평단에 뽑아주거나 출판사의 서포터즈로 활동하고 있기는 하지만 미술관 서포터즈는 생전 처음이어서 어리둥절하기만 했다.
나도 신났지만 아들은 더 신났다. 그럴만한 이유가 서포터즈와 동반 1인까지 입장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연유로 이번 주말에는 미술관에서 시간을 보냈다.
서포터즈 안내문에 붐비는 시간이 안내가 되어 있었지만 토요일은 시간 여건상 붐비는 시간에 갔다가 제대로 사진도 못 찍어서 일요일은 오픈 시간에 맞춰서 다녀왔다.
아들은 토요일에 못해봤던 체험을 일요일에 해본 후 나보다 본인이 더 만족했다.
"엄마 서포터즈 기간 동안 우리 자주 오자. 여기 너무 좋은데. 힐링이 제대로 되는 것 같아."
로스아웃의 콘셉트가 '나를 채워가는 풍요로운 순간'이다. 붐비지 않는 시간에 가면 아들 말대로 조용히 작품도 감상하면서 힐링이 가능하기에 도심 속 미술관에서 이런 호사를 누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3월 한 달은 제법 감성 충만한 날들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