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케이트쌤 Feb 04. 2023

아들이 철학 공부를 시작했다

철학적인 사고력을 키우자

"엄마는 인권과 법 중에서 뭐가 저라고 생각해?"

"엄마생각에는 법이 먼저인 것 같아"

"이유는?"

"법은 인간이 살아가면서 최소한으로 지키지 않으면 안 되는 규칙들을 정해놓은 건데 인권우선시 되면 누가 법을 지키겠어? 예외를 허용하다 보면 끝이 없으니까. 그래서 엄마는 법이 먼저라고 생각해"

"나는 그 법을 지키는 사람들의 권리가 먼저라고 생각하는데. 법을 지키는 사람들이 없으면 법도 의미가 없는 거 아니야?"


아들이 이제는 좀 컸다고 제법 철학적인 질문들을 던진다.

철학: 인간과 세계에 대한 근본 원리와 삶의 본질 따위를 연구하는 학문. 흔히 인식, 존재, 가치의 세 기준에 따라 하위 분야를 나눌 수 있다. <네이버 국어사전 발췌>

학교 다니면서 독서라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고, 책 좋아하는 외삼촌과 사촌언니의 영향으로 독서의 폭을 상당히 넓혔음에도 불구하고 유달리 철학은 어려웠다. 아무리 읽고 또 읽어도 철학 지금까지도 나에게는 약점이 되는 분야이다.

그 시절 벤담의 공리주의와 헤겔의 변증법은  왜 그리도 나를 괴롭혔는지, 철학의 아버지 칸트와 수많은 철학자들은 왜 그토록 자신의 이론을 주장하며 먼 후대의 한국 고등학생들을 괴롭혀 왔는지 많이 원망했었다. 추측컨대 나뿐 아니라 많은 고등학생들의 원수 같은 존재들이었을 것이다. 윤리시간만 되면 다들 그렇게 잠과의 사투를 벌여가며 철학자들과 치열한 전쟁을 벌여왔으니 말이다.


그래서 아들에게는 6학년이 되었으니 철학책 좀 미리 읽고 공부 좀 해두라고 잔소리를 했다. 논리적인 사고력을 키우려면 철학책을 읽고 끊임없이 질문하고 생각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그런데 그게 책만 읽는 다고 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철학적인 사고력을 키워주고 싶어서 했던 잔소리가 아들에게 어느 정도 납득이 된 듯하다.

요즘에는 철학과 인문학 분야의 책이 각 연령대에 맞춰 잘 나오고 있다. 도서관만 가보더라도 초등학생이 읽을 철학책이 각종 출판사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으므로 마음만 먹으면 읽을 책은 널렸으니 독서의 수준을 끌어올리라고 했더니 요즘에는 제법 질문의 수준도 한 단계 발전했다.

아들이 도서관에서 빌린 책 두권과 최근 집에서 읽고있는 책 4권

"엄마는 성선설 하고 성악설 중 어떤 쪽이야?"

"엄마는 학생이었을 때는 성선설이 맞다고 생각했는데 어른이 되어서 사회생활을 하면서 성악설로 바뀌었어. 엄마 생각에는 인간은 모두 악하게 태어나는데 교육으로 인해 악한 본성을 억누르고 사는 존재인 것 같아."


사실 철학에 수학과 같은 정답은 없다. 질문이 던져지면 끊임없이 답을 생각해 내고 내가 생각한 답에 대해 다시 한번 검증해 보려고 노력하는 게 바로 철학의 매력 아니겠는가? 최근에 아들이 읽고 있는 철학의 쓸모라는 책에서는 질문에 대한 답이 딱 떨어지지 않고 애매할 수 있는데, 그 편이 더 좋은 이유가 아이들의 마음에 생각의 싹이 움트고 있다는 증거라고 작가의 조언이 첨부되어 있다. 덧붙여 어른들에게는 아이가 답을 말할 때까지 느긋하게 기다려 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당부의 말도 함께 곁들여 있다.

   

그래서 아들이 질문을 할 때마다 내 생각에 대한 의견을 말해준 다음, 아이의 의견은 어떤지 나도 질문을 해본다. 철학에 정답은 없기에 질문의 답이 생각나지 않을 때에는 "생각해 보고 이야기해 줄게"라고 말하기에 생각할 시간을 가질 수 있게 재촉하지 않고 아들의 머리에서 어떤 대답이 나올지 기다리고 있다.


내 나름대로 아들과 함께 하는 대화에서 내린 결론은 철학은 기다림의 미학이다.


이전 13화 서울역사박물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