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원은 숙제를 안 해오는 친구들은 남아서 안 한 숙제를 다 끝내고 가야 하기 때문에 어차피 학원에 남아서 하던, 집에서 미리 하던 끝내야 한다는 건 아이들 스스로가 제일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숙제를 안 해오는 친구들은 두 가지 부류로 나눠볼 수 있다
1. 집에서 혼자 하는 것보다 학원에 남아서 감시하는 사람의 눈이 필요한 경우.
2. 하기 싫어 죽을 것 같은 경우.
첫 번째는 숙제를 집에서 조용히 스스로 해오는 학습 습관이 결여되어 있는 경우이다. 이런 학생들은 옆에서 지켜봐 주는 사람이 있으면 문제없이 안 한 과제를 끝낸다. 즉 자기주도 학습이 잘 안 되는 학생은 학원에 남겨서 보충 선생님의 감시와 주도하에 대부분은 밀리거나 안 해온 숙제를 다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수순을 밟는다. 상당수의 숙제 안 해온 학생들은 이 과정을 거쳐 집에서 안 해온 숙제를 남아서 보충을 하고 귀가한다.
문제는 두 번째의 경우이다.
말 그대로 그냥 숙제고 단어외우기고 뭐가 되었던 다 하기 싫은 경우이다.
이런 경우에 해당하는 학생들은 보충 선생님의 감시와 함께 원장님의 특별한 사랑(?)까지 받는다.
수업이 끝난 후 각 반의 숙제 안 한 학생들이 죄다 보충 선생님 옆자리로 특별배치가 되는데 선생님 두 분이서 감시해야 할 친구들이 한두 명이 아니기에 어떤 학생들은 대충 빈칸을 아무거나 써서 채우고 다 했다고 한 후 집에 가버린다.
간혹 들켜서 책을 검사받은 후 다시 붙들려서 원장님의 특별감시를 받으며 엉터리로 채운 부분을 지우고 다시
하고 집에 가는 경우는 그나마 양반인데 문제는 그냥 조용히 도망가는 경우도 있다.
아이들은 모르기에 수업이 끝난 후 집으로 무작정 도망가버리는데, 우리 반 아이들에게는 내가 수업시간에 개인적으로 이야기를 해 주었다.
"얘들아, 선생님들이 단톡방에 숙제 안 해온 아이들 다 올리고 있어. 원장님과 보충 선생님도 당연히 알 수밖에 없고, 수업 끝나고 집으로 도망가면 원장님이 어차피 엄마한테 전화해서 다시 학원에 돌아와야 하니까 숙제 안 한 사람은 행여나 수업 끝나고 도망갈 생각은 아예 안 하는 게 좋을 거야"
사실 애들 입장에서는 단어 외우기 싫고 숙제해 오기 싫어서 안 해오는 건데 남아서 원장님의 감시를 받으면서 하기는 더 싫으니까 그냥 집으로 도망가버리는 것이다. 그런데 수업이 끝난 후 보충선생님께 오지 않는 학생들은 원장님이나 담임선생님이 학부모에게 전화를 해서 학원으로 다시 보내달라고 하기 때문에 도망가는 게 큰 의미가 없다.
어쩌다 한두 번 어머님이 그냥 집에서 시키겠다고 넘어가면 영락없이 비어있는 페이지 그대로 학원에 오기 때문에
결국에는 남아서 보충선생님과 함께 안 한 부분을 채우고 집에 간다. 지금까지 도망간 친구들 책을 검사했을 때 엄마가 집에서 시켜서 안 한 숙제를 해 온 집은 슬프지만 단 한 집도 못 봤다.
결국에는 쫓고 쫓기는 추격전처럼 도망가는 아이를 엄마에게 전화해서 다시 돌아오게 하거나 그마저도 수업이 끝난 후 재빨리 튀어서 아래층에 내려가는 아이들의 경우 원장님께서 똑같이 재빨리 아래층으로 내려가셔서 근처 편의점이나 옆건물 1층에서 음료수를 사 마시면서 놀고 있는걸 발견하고 다시 데려오신다.
아이들 행동반경이 그리 넓지 않기에 어차피 도망가봤자 학원 근처를 벗어나지 못한다.
오죽 싫었으면 저리 몸서리치면서 도망갈까 싶지만 나와 원장님의 입장에서는 우리 학원에 보내주시는데 그냥 내버려 둘 수가 없기에 범인 찾느라 혈안이 된 강력반 형사처럼 원장님의 추격전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