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했는데 도착하지 않았습니다.

가까이 사는 아이가 더 지각이 빈번하다

by 케이트쌤

"선생님 00가 오늘 늦는데요."

"또? 이번에는 왜?"

"모르겠어요."

내가 가르치는 학생 중 한 명이 최근 한 달째 아무 이유 없이 지속적으로 수업시간에 늦고 있다.

지각 잦아지기에 마침 어머님이 결제하시러 학원에 오셨을 때 여쭤봤다.

"어머님 요즘 00가 계속 늦게 오는데 혹시 그런 건가요? 학교에서 방과후 하고 있나요?"

"글쎄요. 왜 늦는지 저도 모르겠어요."

집에 있다가 시간 맞춰서 가라고 매번 전화를 해주는데 아이가 지속적으로 학원에 지각을 하는지 도통 모르겠다고 하신다.


얼마 전까지 집에서 아이들 케어만 했는데, 내가 가르쳤던 큰 아이는 이제 고등학생이 되었고, 둘째는 5학년이 되었으니 어머님께서 최근 일을 하러 나가면서 낮에 집에 없다고 하신다. 그러니 둘째가 엄마 없는 틈에 늦게 나오면서 매번 지각을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안 그러던 아이가 엄마의 부재로 인해 지각이 잦아졌던 것이다.

수업하기 싫으니까 집에서 엄마 전화를 받고도 늦게 나와서 항상 지각을 하는 모양인데 어머님께서는 혼 좀 내달라고 하신다.(그런데 내가 혼낸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집에서 학원까지 걸어서 10분 거리인데 매번 지각을 하니 나도 황당한데 어머님은 더 속상하실 것 같아서 더 이상 아무 말하지 않았다.


다른 반에 또 한 친구는 3시에 시작하는 수업을 매번 15분에 들어온다. 학원에서는 수업 시작 후 출석하지 않은 아이들에게 도착하지 않았다고 학부모에게 항상 문자 알림을 보내는데 이 집은 특이하게도 아이가 엄마와 함께 있다가 오는데도 지각을 한다.

계속 지각을 하길래 물어봤더니 "엄마랑 같이 있다가 오는 건데요"라고 대답한다.

월수금 반이므로 일주일에 3번씩 엄마의 핸드폰으로 도착하지 않았다는 문자가 지속적으로 발송되는데도 불구하고 어머님께서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눈치이다.

학부모가 내버려 두는 이유가 나름 있겠지만 내 입장에서는 제시간에 맞춰 도착한 아이들이 있기에 매번 늦게 오는 아이의 개인적인 사정까지 맞춰줄 수 없는 노릇이므로 시간이 되면 바로 수업을 시작한다.

요 며칠 지각을 밥먹듯이 하는 아이들의 태도를 고려해 보면 나름 이해가 된다.

이 녀석들 늦는다고 어차피 수업 앞부분을 그냥 빼먹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수업 끝나고 남아서 안 한 만큼 개별적으로 보충 선생님과 함께 공부를 하고 간다. 엄마들도 별로 개의치 않는 이유가 수업 끝나고 바로 집에 오는 것보다 남아서 안 한 부분을 하고 가는 시간만큼 아이들이 집에 늦게 들어오기에 워킹맘의 입장에서는 집에 오는 시간이 늦춰지니까 본인도 부담이 덜하고, 집에 있는 엄마 역시 아이가 늦게 오는 만큼 본인의 개인 시간이 보장되기에 시간 맞춰 가라고 재촉을 안 하는 것 같다.


그렇다고 보충을 안 해줄 수도 없는 노릇이고, 버릇이 되니 '늦으면 보충 선생님하고 따로 하면 되지 '라고 생각하고 아이들도 수업 시간에 맞춰 강의실에 들어오는 걸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엄밀히 따지면 제시간에 맞춰 들어와서 자리에 앉아 수업을 제대로 시작하는 태도도 중요한데, 이 문제로 자꾸 지적을 하면 학생도 싫어하는데 학부모가 더 싫어한다.


초기에 몇 번 잔소리를 했다가 '애가 시간 맞춰 가지 않는 걸 일하는 나보고 뭐 어쩌라는 거냐', '어차피 학원에서 보충해주는데 그냥 편하게 다니면 안 되느냐' 이런 불만을 몇 년간 들어왔기에 원장님 역시 지각하는 아이들에게 잔소리를 안 하신 지 오래되었다.

엄마들이 싫어하고 남겨서 보충시키면 되니까 지각하면 그냥 보충실로 보내라고 하셔서 나 또한 지각을 해도 일절 잔소리를 하지 않는다.


시간 약속을 지키는 건 학생이던 어른이던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예의인데 아들 말로는 학교 역시 매일 9시 넘어서 등교하는 아이도 해마다 있다고 한다. 담임선생님이 아무리 9시 전에 등교하라고 말을 해도 꼭 1교시 시작하면 그때 들어온다고 하는데, 그러고 보면 학교나 학원이나 어디든 지각생들은 꼭 지각을 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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