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이 절실해졌다.
Salagadoola mechicka boola
bibbidi-bobbidi-boo
Put 'em together and what have you got
살라가둘라 메치카 불라 비비디 바비디 부
모두 합치면 당신은 무엇이든 얻을 수 있지요
비비디-바비디-부 세탁실에서 표준 세탁 종료 알림음이 들려온다. 드럼 세탁기 앞에 구부려 앉아 빨래를 꺼내는데 머리 위로 물이 똑 떨어졌다. 어? 반사적으로 위를 보았는데 앗! 삼나무 루버로 마감한 세탁실 천정에 물방울이 맺혀있었다. 말로만 듣던 물새는 하자가 우리 집에도 찾아왔다. 집에 무관심했더니 관심을 보여줘야 할 일이 요렇게 생긴다. 관리실이 없는 시골 단독주택. 수리해 줄 분을 찾아봐야 한다. 새해부터 바빠질 예정이다. 비용은 얼마나 들까? 수리하는데 오래 걸릴까? 미리부터 걱정하지 말자.
17년 7월에 완공한 작은 이층 집은 올해로 일곱 살이다. 집이 해와 바람, 비와 눈을 칠 년의 시간 동안 맞아내고 그 안에 사람을 품어 키워냈다면 사람의 나이로 마흔 정도 된 걸까? 하얀 외벽엔 검은 물자국이 현관문 가장자리는 녹이 슬기 시작한 일곱 살 우리 집. 희끗희끗 새치가 생기고 눈가엔 주름이 잡히기 시작한 마흔 중반의 나. 집과 나는 함께 나이 들어가고 있다.
셋째를 품게 되면서 서울에서 아이들을 데리고 이년마다 전셋집을 찾아 이사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섭게 오르는 전세비용과 잦은 이사, 다섯 명이 되는 가족... 여러 이유로 내 집이 절실해졌다. 다섯 명의 매일을 담을 수 있는 실용적인 살 집이 있으면 좋겠다는 절박함 하나로 제주 이주와 집 짓기를 단행했다. 토지 구매 6개월, 예산마련과 건축 준비 2년, 설계를 시작으로 착공 완료까지 7개월을 소요했다. 그러니까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삼 년에 걸친 여정이었다. 이 꿈의 여정은 나와 남편 아이들의 하루하루를 바라보는 것으로 시작했다.
아침과 저녁식사를 함께하고, 주말엔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 먹는 우리 가족에게 요리하는 공간은 메인이었다. 식사하고 아이들과 그림 그리고 동화책을 보고 레고와 맥포머스를 만드는 낮의 시간을 담아낼 활동 공간, 아이들이 잠들면 내가 일에 집중하는 밤의 공간, 물을 좋아해서 욕조가 있으면 좋을 욕실까지.
아침부터 저녁, 시간의 흐름에 따라
식사하고 놀고 낮잠 자고 만들기 하는 활동을 따라
지금은 없지만 나를 위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따라
일기를 써내려 갔다.
우리가 살아갈 집에 꼭 필요한 것들을 추려냈다.
냉장고, 오븐, 싱크를 아우르는 동선이 편한 주방
식사와 놀이, 공부가 가능한 큰 테이블이 있는 거실
마음껏 소리 지르고 뛰어놀 놀이 공간
나와 남편의 작업 공간
방해받지 않고 잠을 잘 수 있는 아늑한 방
욕조에 앉으면 바깥 풍경이 보이는 작은 욕실
어마어마한 5인 가족의 빨래를 책임 질 세탁실
외출하고 돌아오면 바로 손을 씻을 수 있는 세면대
관리하기 쉬운 건식 화장실
잡다한 물건을 보관할 작은 창고
가족의 집에 꼭 넣고 싶은 것들을 위시리스트로 만들면서 집터를 구했다. 해가 잘 들고 바다와 한라산이 보이는 제주의 한 켠을. 마음속으로 소원아 이루어져라 주문을 노래하며 찾아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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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관리자(?) 엄마의 일기
(Feb 15.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