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근을 하다가 울어버린 날
이번이 6번째 시험관 시술이었다. 작은 아기집을 보고 최대한 조심했다고 생각했는데 난황이 보이지 않았다. 난황을 보지 못하고 유산으로 종결한 것은 이번이 두번째다. 이걸 계류유산, 고사난자 그렇게 부르는 것 같다. 회사의 배려로 짧게 쉬는 시간을 가지고 금요일부터 다시 출근했다. 웃고 떠들고 다 되더라. 괜찮나보다 생각했다.
토요일에는 서울에서 대학교 선배님들을 만났다. 언제 만나도 시끄러운 H선배에게 이 이야기, 저 이야기 들었다. 회사 동기가 H선배에게 당신이 얼마나 남편 험담을 해도 나는 당신에게 동의할 수 없다고, 나는 당신의 남편 편이라고, 육아시간을 쓰는 당신은 월급루팡이라고, 당신은 고집세고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이라고.. 그런 말을 했다고 한다. 회사에 그렇게까지 대놓고 앞담화를 하는 사람이 있다니 놀라웠다. 손절하시라고 권해드렸다. 나쁜건 육아시간을 사용하는 사람이 아니고 육아시간을 사용할 때 눈치를 보게 하는 시스템이고 상사들이라고 했다. 동의한다. 12시에 만나서 집에 돌아오니 23시였다. 긴 시간동안 외출하고 돌아왔는데 집에 오기 전까지도 피곤한 줄 몰랐다. 집에 도착해 씻고나니 혓바늘이 심하게 돋아있었다.
나는 괜찮은 것일까?
일요일에는 회사에 출근했다. 그동안 쉬느라 쌓인 일을 하기 위해서였다. 점심으로 컵라면에 삼각김밥을 먹었다. 갑자기 토기가 치밀어올랐다. 토하기 위해 화장실에 갔다가 설사를 하고 돌아왔다. 뱉어내지 못한 무언가가 목구멍으로 자꾸 올라온다. 피맛이 나는 것도 같다. 괜히 먹었다 싶었다. 텅 빈 사무실에 혼자 앉아있다가 갑자기 울었다. 목구멍으로 올라오는 그것은 울음이었나보다. 미처 뱉어내지 못한 슬픔과 우울이었나보다.
이제 남은 기회는 3번이다. 그다지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조금이라도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 살을 빼야하는데 하고 생각한다. 그러나 터져나오는 슬픔을 눌러담으려는 듯 음식을 자꾸 목구멍 안으로 쑤셔넣는다.
먹어도 우울은 해결되지 않는다.
나는 괜찮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