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lebration of Life
4월의 토요일 오후. 새들의 무심한 지저귐과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가 사무치는 봄날. 하늘이 파래서 떠나는 나도, 조문객들도 덜 서러울 거야.
내가 죽은 지 벌써 2주가 흘렀네. 절차를 서두르지 않았어. 화장은 일주일 전에 조용히 가족끼리 치렀고, 오늘은 멀리서 오는 친구들을 기다렸다가 함께 모이기로 했지. 처음엔 모두 황망해했지만 이제는 각자의 속도로 나를 보낼 준비를 마친 모양이야. 한 줌 재가 된 내 몸은 동네 산책로 옆 공원묘지에 곧 자리를 잡겠지. 집 근처라 다들 오가며 인사 한 번씩 건네기 적당한 위치야.
시작 4:00 PM
즐겨 듣던 플레이리스트가 낮게 깔리는 이 공간. 딱딱한 장례식장이 아니라 평소 자주 찾던 곳이지. 긴 벤치에 삼삼오오 둘러앉은 반가운 얼굴들. 조문을 하며 무릎 꿇고 절할 필요도, 평소 안 입던 복장으로 갖춰 입을 필요도 없어.
중앙에 걸린 스크린 속 내 사진들이 계속 움직여. 어릴 적 디즈니 월드에서 찍은 사진부터 촌스러웠던 고등학교 졸업 사진. 그리고 몰디브. 거긴 살아생전 꼭 한 번 가보고 싶었던 장소였지. 입술이 새파래질 때까지 스노클링을 하며 물고기들이랑 놀았어. 영정사진이 한 장으로 고정되지 않고 여러 시절을 다 담고 있네.
테이블 한쪽 끝에 작은 바스켓이 놓여있어. 손님들이 거기서 뭔가를 꺼내 만지작거리다가 주머니에 넣는군. 안내 카드를 읽어보자. "... 추억의 징표로 (as a token of remembrance)..."
선물이구나. 3D 프린터로 만든 수경 모양의 키링. 내가 쓰던 것과 똑같이 생겼어. 벌써 가방에 달고 있군.
추도사 4:30 PM
단상에 오른 친구가 내 일대기를 읊고 있어. 종교가 있었다면 예배나 미사였겠지. 고향, 자란 동네, 다닌 학교, 직장. 그렇게 나열하니 내 삶이 참 단출하게 정리되네. 더 치열하게 살았더라면 이력이 꽉 찼을까. 그랬다면 무언가를 이뤘을까. 슬슬 핸드폰들을 보잖아. 이 정도 행적에도 이러는데 더 길었다면 진작 자리를 떴겠지.
오픈 마이크 5:00 PM
누구든 나와서 편히 말할 수 있는 시간이야. 직장 동료, 옆집 이웃, 룸메이트. 각자 아는 나의 조각들을 꺼내놓는군. 어떤 얘기는 처음 들어. 내가 몰랐던 나도 많네. 요리하다 냄비를 홀랑 태워서 소방관이 동원됐던 옛날 얘기. 간간이 웃음소리가 새어 나와. 그래, 그게 나였지. 겉으론 단단해 보여도 엉성한 사람. 유독 헤어짐에 서툴러서 늘 오래 아파했어.
저마다 담담한 목소리로 시작했다가 울먹이면서 마치는군. 그러지들 마. 날 위해 눈물 한 방울도 흘리지 말고, 대신 웃어주면 충분해.
다과 5:30 PM
자주 먹던 새우 스프링롤과 슈크림까지 차렸네. 다들 음식을 들고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고 있어.
한쪽 구석에 혼자 앉아 있는 사람. 오랫동안 연락하지 못했던 친구야. 내가 먼저 멀어졌었지. 미안해. 그래도 왔구나.
거의 어두운 색 옷만 보이는데 저기, 내가 좋아하는 오렌지색 하와이안 셔츠가 보여. 그거 Hilo 여행하다 두 개 사면 깎아준대서 같이 샀잖아. 잘 입고 왔어. 그 부드러운 촉감을 한 번만 더 만져볼 수 있으면 좋으련만.
테이블 위에 박스 하나가 놓여있군. 몇몇은 거기에 봉투를 집어넣네. 화환 대신 병원에 기부하라고 미리 말해뒀었지. 호스피스 병동 스태프들이 내 마지막을 곁에서 살뜰히 지켜줬으니까.
유골함 앞으로 하나둘 모여드는군. 내가 저기 담겨 있구나. 각자 다가가 함을 쓰다듬으며 내 이름을 애틋하게 부르네. "또 보자" "잘 가" "사랑해". 대답을 못 하겠네, 나는. 평생을 머뭇거렸는데.
생. 고단했고 외로웠어. 살아내느라 수고들 하고. 우리 한참 있다 만나자.
마무리 6:00 PM
Celebration of Life
죽음이 아니라 삶을 기리는 의식
이제야 알겠어
여기,
살아있으면서 죽음 곁에 앉아 있는 지금
당신들이 나를 위해 마련한 자리이지만
내가 그대들을 한자리에 모은 시간이기도 해
한때 맞닿았던 날들의,
더 이상 살아 있지 않은 나의,
여전히 살아갈 이들의,
Celebration of Life
My condolences
장례식장이나 조의 카드에 쓰는 위로의 말.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에 가깝다.
“My condolences on your loss.” “Sorry for your l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