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책을 선택했다 2>
이러니 저러니 해도 나에게는 책이 평생 함께하는 벗이다! 취미로만 즐기는 독서가 아닌 밥벌이까지 해야 하는 책 읽기는 분명 삶의 굴레이기도 하다. 책을 꼼꼼하게 읽고 요약과 발췌에 이은 서평까지 쓰는 일은 돈벌이 기준으로의 가성비 면에서는 최악이다. 유명 작가나 평론가가 아닌 이상 별도의 돈 나오는 구석이 없이 책 읽고 서평 쓰는 일만 가지고 먹고사는 일은 불가능하다. 독서가로서 나름 인정을 받으며 학교나 학원에 불려 다닌 시기가 있었지만 코로나19라는 악재를 비롯해 강력한 인공지능의 등장은 나의 입지를 좁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가 나에게 다른 선택지는 없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책과 함께 살아간다. 바늘구멍만큼이나 좁디좁은 삶의 지평을 넓히려 노력하면서.
현대 사회의 심각한 병폐인 양극화와 불평등은 독서계에서도 깊어지는 중이다. 중고등학생들의 경우는 훨씬 극단적이다. 교과 공부하느라 책과 멀어진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책을 읽어도 가볍고 얇은 책 위주이고 일부만 읽는 발췌독이 대세다. 책 읽을 시간에 한 문제라도 더 푸는 게 상책으로 알고 있는 그들이다. 수능 만점자나 명문대 합격생 중 독서를 생활화 한 학생도 언론에 등장하지만 그건 그만큼 희귀한 경우라는 반증이다. 학생들이 책을 읽으면 얻을 수 있는 사고력 증진은 과연 무엇으로 이룰 수 있을까? 생각하는 힘이 반드시 필요한 공부와 학습에서의 책 읽기를 대체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잘 떠오르지 않는다.
독서라는 전반적인 활동에는 책을 읽는 과정만 존재하지 않는다. 자신의 취향이나 관심사에 따른 책 선택(이럴 때는 대개 자신이 가지고 있는 배경지식을 바탕으로 한다)부터 시작해서 책을 읽는 중에는 사색은 물론 요약과 발췌(초서와 질서)가 이어진다. 다 읽은 후에는 요약과 발췌를 바탕한 서평을 쓴다. 서평은 블로그 같은 소셜 미디어에 올리면서 타인의 검토와 판단을 받으면서 그들의 반응을 살필 수도 있다.때로는 서평을 중심으로 한 발표와 토론이 따르기도 한다. 이처럼 책 선택부터 서평 쓰기와 발표 및 토론까지의 전 과정, 즉 '독서 전'과 '독서 중'과 '독서 후'의 모든 과정을 독서 활동으로 규정한다. 이후에는 나와 같은 책을 읽은 사람들의 서평이나 평론을 보면서 자신의 독서 활동 전반을 비교 및 대조하면서 검토하는 시간이 이어지기도 한다. 책과 멀어지면 이와 같은 전 과정이 삶에서 사라진다.
독서의 가치를 존중하고 실천하는 과정에서도 밥벌이에 관한 걱정은 삶에 늘 매달려 있지만 책은 나의 영원한 동반자이고 반려자다. 독서의 전 과정을 어떻게 하면 계속 이어나갈 수 있을지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이 없는 밀림 같은 곳에 길을 만들어서 가려고 하니 여간 힘이 드는 게 아니다. 하지만 책이 주는 깨우침과 위로와 변화와 지적 유희는 모든 고통을 견디게 한다. 자본주의 사회를 살면서 자본주의 시스템에 적응해야 한다. 독서가 교육과 관련 있다면 교육 현실에도 맞는 독서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목표를 향하는 길에 등장하는 수많은 장애물을 뛰어넘거나 격파해야 한다. 오로지 독서가로서의 삶을 위해서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