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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승철 Nov 08. 2022

<내 인생의 책 8> - '카라마조프 형제들'

- 절망 속에서 꽃피는 삶의 의미와 희망 - 

<내 인생의 책 8> - '카라마조프 형제들'(도스토옙스키, 채수동 역, 동서문화사)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그렇게도 벼르고 별렀던, 바로 그 책을 읽은 기분이 어릴 적 절기마다 할 수밖에 없었던 목욕을 대중탕에서 아빠와 함께 한 그런 것과 매우 닮았다. 


현미경으로 온갖 종류의 인간들의 심리를 말끔하게 분석해 놓았고, 웬만한 철학적 글들을 단숨에 제압해버리고도 넉넉한 남음이 있을 정도의 신과 인간의 관계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가교를 만들었다.


몰락한 지주계급의 방황과 안일주의, 강렬한 삶에 대한 애착과 영원에 대한 뜨거운 동경, 무신론, 광신적 경향, 니힐리즘 등이 혼합되어 있지만 질서 정연한 모습 속에 촘촘히 짜여있는 뜰채로 불순물들을 걸러내어 죄악 이전의 에덴의 사람 냄새가 풍겨난다.


육욕과 시기심, 에고이즘을 바탕으로 한 탐욕과 비굴한 노예 기질에 덧붙여진 악마적 집념에 대항하여, 나약하기만 한 인간은 과연 무엇으로 경쟁하여 이겨야 하는 것인가?

제대로 된 독후 감상문이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만큼의 또 다른 분량의 글들이 필요하리니, 어쩔 수 없이 강력한 추천의 메시지만 전하고자 한다.

개신교나 천주교인이라면 꼭 접해보아야 할 등장인물 이반의 '대심문관'과, 어쩌면 하일라이트일 수도 있는 이폴리트 검사의 논고, 페츄코비치 변호사의 변론은 압축된 액기스로서의 훌륭한 가치를 지녔다고도 할 수 있을 정도의 책의 정수라고 생각한다. 

비기독교인들이나 무신론자들은 이 광범위한 신학적일 수도 있는 결과물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고, 또 이해하고 있는지 정말로 궁금한 바가 아닐 수 없다. 

아무리 사형수였던 저자가 생존에 성공하여 생존의 마지막 작품으로서 최대 걸작을 남겼지만, 속편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 분명하였음이 나타나고 있음을 아는 이상, 무심하게도 이 세상을 훌쩍 떠남으로 더 깊은 그 무엇을 맛볼 수 없다는 것이 너무나도 안타깝고, 이 책의 유일한 약점이리라!

턱 숨이 막힐 정도로 어둡고 무거운 삶의 썩은 채취가 코를 뚫고 폐부에 와 닿았지만, 거의 겪어보지 못한 이 별난 감정이 정말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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