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승철 Feb 01. 2023

<서평> 불편한 편의점 2

- 불편하지만 인간적인 - 

<불편한 편의점 2> - 김호연(나무옆의자)


1편에 이어 등장인물도 그대로 이어지면서 새로운 인물을 추가한 이야기, 2022년 8월에 나온 책이다. 여전한 감동을 선사하고 '측은지심'이 발동하는 내용이다. 이제는 청파동에서 유일한 'ALWAYS' 편의점은 불편함을 유지한다. 아마도 영원히 그럴 것이다. 사람 냄새 풍기며 사람들이 북적이는 곳이기에 그렇다. 매장도 작고 물건 종류는 부족해도 이런 편의점이 우리 주위에 하나쯤 있으면 좋겠다. 물건값도 비싸고 여러모로 불편해도 이용하고 싶으니까. 


사장 임영숙 여사, 아들 사장 강민식, 임 여사의 딸이면서 강 사장 누나 강민정, 오선숙 점장, 황근배, 곽 선생, 전소진, 최 사장, 민규, 정인경, 김 도사 등의 등장인물에 소환되는 '독고' 씨까지, 우리 주위에 늘 존재하는 서민들이다. 불편한 편의점은 경영난에 허덕이며 근근이 운영 중이다. 50대 아줌마 점장인 오선숙은 전직 형사였던 곽 선생이 1년 수 개월을 일하다가 광주의 한 건물 경비로 간다는 말을 듣고 새로운 알바를 구하려 한다. 저녁 알바는 정 군이고, 영숙 언니 아들인 민식은 사장 행세를 하지만 날건달과 다름없다. 지난해 가을, 오 점장의 아들이 드디어 취업에 성공하여 드라마 기획 피디로 일한다. 곽 선생의 딸이 찾아와 대화를 나누면서 오 점장은 곽 선생의 가정사에 대해 알게 된다. 아버지와는 여전히 서먹서먹하다는 딸은 지난주, 편의점에 들렀으나 아버지는 모른 척하며 계산만 했다고 한다. 곽 선생은 오 점장에게 용기가 안 나 그랬다는 말을 전한다. 나이 43세, 미혼, '얼치기 남자' 같은 남자가 야간 알바를 지원하는데, 평생 알바만 했다는 그는 유명 대학교 지방 캠퍼스를 졸업한 황근배다.   


숙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취준생 3년 차인 전소진은 남영역 부근 오피스텔에 산다. 고향과 집이 목포인 그는 참이슬 소주와 더불어 '자갈치'라는 과자를 주로 사는데 그 과자를 파는 곳은 ALWAYS 편의점이 유일하다. 회를 못 먹는 그녀에게 아빠가 쥐여준 과자가 바로 그 과자다. 궁한 형편에 주말 알바가 필요해 ALWAYS 편의점 청파동 지점에 지원한 소진은 뜻하지 않게 야간 알바(아저씨)에게 면접을 보면서 기분을 잡친다. 그것도 보름밖에 안 되었다는 알바에게 말이다. 그나마, '합격'을 외치는 그였고, 나중에 온 점장도 오케이란다. 오지랖 넓은 아저씨와 텐션 센 아줌마 점장을 보며 합격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즐겁지 않은 소진이다. 황근배는 어릴 때부터의 별명인 '홍금보'라는 이름으로 명찰을 단다. 사람 좋고 호구와 다름없어 보이는 그다. 


직원 20명에 삼성동에 위치한 프라임 타임 크리에이티브라는 회사에 합격한 소진은 3개월 수습 생활을 하면서 회사가 '악덕 기업'이라는 소문을 듣고 확인하며 자신이 '호구'로 생각되어 자책하다가, 홍금보에게 화풀이하면서 울먹인다. 편의점을 그만둔 그녀는 결국 작지만 실속 있는 회사인 브랜드 홍보 전문 회사에 합격한다. 코로나 시대에 운영하는 가게가 심각한 적자에 빠져 허덕이는 최 사장에게는 대학생 아들이 둘이나 있는데, 편의점에서 소맥을 먹는 것이 유일한 낙이다. 지난 30년간 '청파 제일 정육식당'에서 고기 장사를 한 그는 직원을 다 그만두게 하고 지금은 아내하고만 운영을 한다. 메뉴 선정이나 자식을 대하는 자세 등에서 꼰대 중에 꼰대라는 평가를 내리는 아내는 그의 고집 센 성격과 가게 운영 방식이 너무나 마음에 들지 않는다. 유명 인기 배우 차무영은 9년 전 아이돌 가수 때에 한 방송으로 최 사장에게 소 발골을 배운 적이 있다. 그로 인해 최 사장 가게는 동네 명소로 자리 잡기도 했다.  


편의점에서 소맥을 하는 최 사장에게 홍금보는 여러 가지 편의를 제공한다. '꼰대 짓거리'란 아내의 말에 열불이 나는 최 사장은 온갖 걱정에 피폐해진 정신을 부여안고 소맥을 즐기려고 하지만 말 많고 잘난 척하는 홍금보가 점점 마음에 들지 않아 당분간은 편의점에 가지 않기로 결정한다. 그러자 어느 날 홍금보가 가게로 찾아와 곰탕을 먹으면서 고깃집 최신 트렌드에 대해 알아보라는 충고를 남긴다. 아내와 외식 겸 장사 잘 되는 곳을 둘러보던 최상은 아들이 한남동 고깃집에서 알바를 한다는 아내의 말을 듣는다. 젊은 감각 때문에 한류 스타들로 북적이는 그곳은 내심 섭섭함이 밀려들지만 아내는 그래도 자신은 남편 편이라는 말에 눈물을 곱씹는다. 마침내 마음을 다잡기로 한 최 사장은 아들이 추천한 '소확행'(소고기는 확실한 행복)이라는 이름으로 간판을 교체하면서 경영 방식에 강력한 변화를 주자 아들도 알바로 합류한다. 홍금보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는 최 사장은 이제 꼰대에서 탈출한 셈이다!


건설 현장에서 잡부로 일하는 아빠와 용역 회사 소속으로 환경미화원 엄마와 함께 사는 고1 민규는 공부 잘하는 고3 형이 있어 집에서는 찬밥 신세다. 아빠의 술 담배 셔틀에 엄마의 푸념에 지친 그는 한 여름에 에어컨 있는 방을 차지한 형을 생각하면 세상에서 제일 불공평한 집에서 산다는 생각을 한다. 시원한 편의점에서 유튜브를 보며 '투 플러스 원' 상품으로 세 시간을 버티곤 하던 민규는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 따뜻한 편의점에서 알바를 하는 것이 장래희망이다. 자주 보는 홍금보는 그에게 폐기 음식도 주고 책 이야기도 하면서 청소년 소설인 '궤도 수정'이라는 책까지 준다. 인문계 불량 고교생인 동현은 로켓 연구를 하는 박사 아빠와 옷 가게를 운영하는 엄마와 살지만 늘 불화로 시달리다 궤도 수정을 통해 새로운 삶을 산다는 책 내용이다. 부모의 불화 같은 집안일까지 홍금보에게 털어놓으며 눈물까지 흘리는 민규는 그의 조언으로 '천국' 같은 남산 도서관에 간다. 여름 내내 책 빌려 읽고 매점까지 이용한 그에게 홍금보의 관심과 도움은 큰 역할을 했다.   


홍금보(황근배)는 책 대여점 아들이었고, 그 영향 때문인지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해서 연극 동아리에 가입하여 연극 선배들의 열정에 동화된다. 졸업 후에는 배우를 꿈꾸며 엑스트라 알바를 전전하다 '푸른 바람'이라는 아동극단의 배우이자 머슴이 되어 온갖 탈을 쓰고 연기한다. 청소년 소설을 연극화한 '궤도 수정'의 주연을 맡아 5주간 연기한 공연은 흥행 참패를 면치 못한다. 암 투병 중이면서도 6번이나 관람한 그의 엄마는 얼마 후 세상을 뜨고 극단 대표 역시 교통사고로 죽는다. 엄마 생전의 남자친구가 엄마의 통장과 보험금을 전해주자 새출발하는 마음으로 닥치는 대로 일에 몰입한다. ALWAYS 편의점 일도 만만하지 않았지만 최선을 다하는 그는 여러 사람을 만나는 일에 기쁨을 느끼기도 한다. 편의점 이야기를 연극화한 정인경은 홍금보의 후배이며 공연할 극단의 대표 역시 그의 선배인 '김 도사'다. '독고' 씨 배역을 맡기로 했지만 코로나 여파로 공연은 취소되고 대본을 수정한 인경은 다시 공연을 열기로 시도하지만 홍금보가 대본 수정을 요청하면서 다툼까지 이어지면 또다시 공연은 연기된다. 인경 대본의 'All THE WAY' 편의점은 지금의 ALWAYS 편의점인데, 그 편의점 근처 빌라 3층에 살면서 인경이 초고를 썼다는 사실을 홍금보가 알게 되면서 공연 준비는 다시 시작된다.  


사업을 추진하다 코로나에 걸려 포기한 강민식 사장은 오 점장의 여전한 잔소리에 짜증이 난다. 누나와 매형이 방배동에 4층짜리 건물 매입 계획이 있어 민식의 편의점과 엄마의 빌라를 처분하여 모자라는 자금을 충당할 계획을 세우고 민식에게는 사무장을 제안하다. 그러면서 엄마는 지금 치매 바로 전 단계라는 충격적인 소식도 전한다. 편의점에 들른 누나는 편의점 운영 형편에 악담을 퍼부으며 홍금보도 당장 자르라고 외친다. 하지만 금보 씨는 누나에게 제대로 대들면서 민식의 마음에 위로를 던진다. 고마운 마음에 금보 씨와 식사를 하다 그가 K대 지방 캠퍼스 동문임을 알게 된다. 민식은 경영 00학번, 금보는 국문 98학번이었다. '형'이라 부르는 민식은 앞으로도 자신을 도와달라는 부탁을 금보에게 한다. 금보는 자기 대신 야간 알바를 민식에게 권하고 그 제안을 받아들인 민식에 대해 오 점장과 누나의 태도가 긍정적으로 바뀐다. 많은 반성과 함께 양산 이모네로 간 엄마를 집으로 모셔온다. 


4년 전 죽은 남편의 빈자를 채워주기를 바라고 연 편의점이었다. '독고'의 용기에 감화되기도 했지만, 2년 전 사업이 망해 집으로 들어온 아들이 임 여사는 큰 부담으로 느껴 1년 반 전 양산의 언니네에 가 있었다. 서울로 올라오다가 아들이 나온 학교 근처에 20년 만에 들른 임 여사와 아들은 다정한 깊은 추억에 젖는다. 임 여사에게 아들은 앞으로 편의점도 잘하고 자신에게도 잘하겠다고 다짐한다. 오 점장과도 오랜만에 만난 임 여사는 눈물로 대화를 나눈다. 아들의 분명한 '변화'로 모든 게 술술 풀리는 기분이다. 임 여사는 딸 부부와 아들을 모아놓고 3억 정도 나가는 빌라는 딸 부부에게, 편의점은 아들에게 주겠다고 말한다. 불만을 표하는 민정은 물론 민정 부부에게 사과하는 민식이다. 


10평 원룸으로 이사한 임 여사는 치매 방지 교육을 받으며 약도 복용하는 동시에 배드민턴 동호회까지 나간다. 편의점 이야기에 대해 허락을 받아야 한다며 대본을 들고 양산까지 찾아온 정인경 작가의 대본을 본 적이 있는 임 여사는 주연인 황근배까지 만난다. 공연 관련 소식을 전하며 개막 공연까지 초대하는 그들에게 임 여사는 오 점장과 민식을 동원해 공연에 간다. '이 극은 내 삶이다!'라는 생각과 함께 감동을 받은 임 여사는 눈물을 흘린다. 연극의 실제 주인공인 '독고' 씨도 공연에 왔다!


여러 계절이 흘렀다. 시현은 남영동에 있는 일본어 학원을 2개월째 다니고 있다. 염 사장 편의점에서 다른 편의점 점장으로 스카우트되었던 그는 일하던 편의점이 팔리면서 그만두게 된다. 일본어 자막 번역 일을 했던 그녀는 부족한 실력 때문에 학원을 다니고 있었지만, 학원 근처의 염 사장이 진심 보고 싶었다. 편의점을 찾아가니 호주에 가면서 인연이 끊어진 남사친인 준성이 알바를 하고 있다. 관광통역사를 준비 중이라는 준성은 딴청을 부리면서도 그녀에게 데이트 신청을 한다. 드디어 염 사장을 만난 시현은 곧 염 사장이 유럽으로 여행을 떠난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준성과 데이트하는 시현, 서울역 역사에서 진을 치고 있는 노숙인들을 주의 깊게 본다. 준성과의 즐거운 데이트를 하면서도. 


예전에는 동네마다 작은 '구멍가게'들이 어디에나 있었다. 대형 마트나 편의점이 없던 시절에 말이다. 각종 주전부리는 물론 모든 생활의 필수품들이 그곳에 있었다. 모든 추억이 그곳을 소재로 만들어진 건 당연한 일이었다. 이제 그 역할을 이어받은 곳이 바로 편의점이다. 점점 진화하는 편의점은 그 나름대로의 위치를 굳건히 굳히고 있는 중이다. 생활의 일부로 편입된 편의점을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가 그곳에서 분출되는 현상은 당연하다. 거리에는 택배 자동차만 주로 다니고 동네에는 편의점만 존재할 날이 멀지 않아 보이기도 하다. 그만큼 편의점의 존재는 지금보다 더욱 부각될 것이다.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 따뜻한, 언제나 다정다감하게 맞아주는,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정규직이 아닌 알바들이 일하거나 혹은 오너 알바들이 일하는 곳 편의점, 그곳에 우리는 지금도 시간에 따른 추억을 차곡차곡 쌓고 있는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서평> 조국의 법고전 산책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