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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무엇을 위해 사는가

미국 생활 5개월 차, 생각의 흐름에 대한 기록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라고 했는가. 이놈의 생각은 끝도 없이 변한다. 환경과 상황에 따라 스스로 논리를 만들어 내어, 때론 도전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때로는 자유로운 삶을 살라고, 의미 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그리곤 다시 다 던져 버리고 잊혀진 사람으로 살라고...... 평생을 늘 노심초사하며 고민하고 알 수 없는 삶의 바람에 흔들리는 나는 누구인가. 내가 진짜 나인지, 나의 진짜 주인은 누군지, 수많은 내 안의 '나'들이 서로 싸워 만신창이가 되고 피범벅이 된 채 정신마저 혼미 해질 땐 그냥 모든 걸 한 번에 폭파해 버리고 싶은 충동이 일어난다. 


무엇을 위해서 산다는 것은 실제로는 그 무엇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사실은 자기 자신을 위한 것임을. 그렇게 위로하지 않으면 존재의 허망함을 견딜 수 없을 테니. 그렇다면 모든 살아있는 존재는 사실은 다 허망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 허망함 때문에 오래전 우리 조상이 사랑이라는 걸 발명했다. 인간의 가장 위대한 발명, 사랑! 허망한 삶을 위로하고 험난하고 고달픈 삶에도 기죽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이다.  


그래서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 서로를 이해하고 지켜주며 죽을 때까지 한 세월 고락을 함께할 사람이 있다는 건, 어느 날 갑자기 지구 별에 떨어진 인간이 당혹스런 삶의 여정에서 만날 수 있는 가장 큰 행운이다. 그런 사람들에겐 한 사람이 어떤 이유로 죽게 되면 남은 사람도 자동으로 사라지는 어떤 장치가 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홀로 남아 고통을 견뎌내며 진정한 삶이라 말할 수 없는 삶을 살아내야 하는 건 너무 가혹하다.


돈도 좋고 명예도 좋지만 사랑이 없는 삶은 허망하다. 도전보다도, 자유로운 삶보다도, 그리고 의미 있는 삶 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사랑이 있는 삶이다. 사랑으로 충만한 삶! 


지난 한 달 동안 치통으로 시작해서 감기 몸살에 역류성 식도염으로 힘들었다. 얼굴 한쪽이 완전히 마비된듯한 고통과, 등이 조금만 기울어도 갈비뼈가 금이갈 정도로 쏟아지는 기침에 한 달간 잠도 제대로 못 자고 현실 세계에서 지옥을 경험했다. 미국은 병원 예약도 잘 안되고 의료 품질이 많이 떨어져 더 힘들었다. 그냥 죽고 싶을 만큼.


그래도 한 달 만에 많이 좋아졌으니 다행이다. 두 달 세 달 고통받지 않았으니 좋은 일이다. 내 나라가 아닌 곳에서 홀로 고통을 감당하는 또 다른 형태의 고통을 겪어보며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의식과 영혼의 성장은 고통을 먹고 자란다는 것. 사랑하자, 마주치는 모든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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