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인간, 행복의 길로 가는 메커니즘

행복 자유와 평등 복잡성과 통제력

앞 두 편의 글에서 아주 오랜 옛날 우주와 지구가 생겨나고 어느 날 우연히 하나의 작은 생명체가 생겨난 뒤 진화의 과정에서 인간의 뇌와 의식, 그리고 죽음이 발명되는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이러한 세상에 대한 나름의 이해를 바탕으로 이젠 인간에 대한 이해와 자유와 행복에 대하여 공부한 것들과 경험을 토대로 계속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지중해 국가인 그리스 아테네의 지도자 페리클레스는 기원전 461년 전 인류 역사상 최초로 직접 민주정치 체제를 완성한 인물이다. 페리클래스 이후 200년간 그리스는 찬란한 문화를 꽃피울 수 있었고, 이런 그리스를 배우기 위해 로마에서 세명의 로마인이 특명을 받고 아테네로 가게 된다. 그들은 1년 동안 머물며 이 페리클레스 시대의 아테네를 연구했다.


페리클레스, 로마시대 대리석, 높이 59cm, 런던 대영박물관(픽사베이)


그들이 돌아간 뒤 로마는 페르시아에 이어 세계 최대의 강국으로 군림할 수 있었다. 기원전 753년 로물루스가 로마를 건국한 이래 1453년 5월 오스만 제국에 의해 수도인 콘스탄티노폴리스(비잔티움)가 함락되며 동로마가 완전히 멸망할 때까지 무려 2,200년 동안이나 패권을 쥐었다. 로마는 유럽 기독교 문명의 가장 강력한 제국으로 세계에 그리스-로마 문명을 전파하였고, 4차 십자군 전쟁 이전까지 유럽의 기축통화국으로서 경제패권을 쥐고 리드해 갔다.


공화정 로마군은 시민병 시스템으로 자신의 무장은 자신이 준비해야 했으므로 재산에 따라 무장이 달랐고, 시대와 상황에 따라 군대 시스템이 계속 유연해지고 정교해졌다(사진:픽사베이)


이런 로마의 원동력은 포용성, 다양성과 통제 시스템, 그리고 뜻밖에도 복잡성(끊임없이 배움을 추구)이었다. 로마는 항복한 적에게도 모든 똑같은 권리를 주었다. 수많은 정복 전쟁 중 항복한 적들 조차도 세상에 나가 자기 뜻을 펼칠 수 있었고 능력과 리더십이 있다면 지도자가 될 수도 있었다. 그러기에 전쟁에서 질 것으로 판단되면 쉽게 항복하는 나라들이 많았다.


정복한 뒤에는 자신들의 것만을 고집하지 않고 그 나라의 좋은 시스템을 자기들의 것으로 체화시켰다. 군대 시스템은 더욱 유연해지고 정교화되었으며 각종 문화를 자기들의 것으로 체화시켰다.


이렇게 수없이 다른 민족을 병합해 가면서 로마의 다양성은 더욱 증대되었고 다양한 행동 양식에 대한 적절한 통제 시스템이 필요했다. 민족의 다양성과 복잡성을 제어 가능하게 하는 정교한 통제 시스템을 구축했고, 자유와 독립 그리고 평등의 가치를 추구하였다. 또한 그와 비슷한 방식으로 지금 세계의 패권을 쥐고 있는 미국이 만들어졌다.


자유의 여신상 : 미국 독립 100주년을 기념하여 프랑스가 만들어 1886년에 미국에 선물한 것이다(사진:픽사베이)


로마나 미국의 성공은 군사력 이전에 자유와 평등의 가치를 기반으로 한 다양성과 복잡성에 대한 통제 능력 때문인 것이다. 로물루스는 최초의 왕이 되었지만 나라를 혼자 처리하지 않았다. 왕과 민회, 그리고 원로원 세 개의 기관에서 나누어 처리하게 하였고, 왕은 세습이 아닌 선거로 뽑았다. 그것도 약 2,800여 년 전에.


자유와 평등은 인간의 창의력을 극대화시키고, 다양성과 복잡성에 대한 통제력은 보다 유연하고 보다 정교한 시스템을 가능하게 한다. 이것이 20세기 이후 지구에 기술 빅뱅이 일어난 이유이다. 자유와 평등의 가치를 위한 프랑스 대혁명 이후 산업혁명을 촉발시키고, 이후 지금까지 끊임없는 파괴적 기술이 생겨난 원동력이다.


약 30만 년 전에 생겨난 인류는 29만 년 동안 수렵채집과 사냥을 하며 원시인으로 살다가 1만 년 동안 농업을 일구며 살았고, 불과 300여 년 동안 과학의 극적인 발전을 이루었다. 이 모든 것의 근간은 자유와 평등이며 마찬가지로 인간의 삶에서 이것이 없다면 행복해지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역사를 놓고 보면 발전의 속성은, 발전이 오래 걸리는 것은 쇠퇴하는 것도 오래 걸리고, 빠른 것은 쇠퇴하는 것도 빠른 듯하다. 알렉산더 대왕의 마케도니아나 칭기즈칸의 몽골에 비해 로마는 지루할 정도로 아주 느리게 영토를 넓혀 나갔다. 느리지만 하나씩 하나씩 실수를 바로 잡으며 개선하고 통제 시스템을 고도화하는 것, 물론 모든 것은 자유와 평등의 가치 안에서 이루어져야 하고 개인도 마찬가지이다.


행복해지려면 자유와 평등을 누릴 수 있어야 하고, 개인에게 있어서 다양성과 복잡성은 세상과 인간에 대한 이해와 앎이 깊어지는 것이다. 세상과 인간에 대한 공부로 앎이 커지면 인간에 대한 연민이 생기고 따라서 포용력이 커지며, 삶이 유연해지고 자연 통제력도 증가하게 된다. 비로소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게 되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며 사는 자유를 누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복잡성(픽사베이)


아무리 단순하게 살고자 해도 세상이 가만히 놔두지 않는다. 삶은 매일매일 새로이 발생하는 문제들과 싸워야 하고, 뇌라는 소프트웨어가 모든 다양성을 고려하여 충분히 복잡하지 않으면 시스템은 멈출 것이다. 잘 생각해 보면 역사상 큰 일을 이룬 사람들은 모두 한결같이 그 삶에 엄청난 복잡함이 있었고 그로 인한 고통을 자신만의 통제 시스템으로 승화시킨 사람이다.


국가를 놓고 보아도 다양성과 복잡성은 개인과 사회의 진화와 발전 그리고 불멸의 길로 가는 필연적 요소이다.


복잡(픽사베이)


따라서 단순하게 살고 싶지만 철학적 단순함이 아닌 맥락 없는 단순함은 삶을 무료하고 지치게 만들 수 있으며, 조그마한 외부적 충격에도 삶은 혼돈과 지옥 속에서 허우적거리게 된다. 따라서 삶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개개인이나 조직도 마찬가지로 자신이나 조직이 어떤 가치관과 어떤 생각, 어떤 마음의 상태를 유지하느냐에 따라 그 삶과 방향이 영향을 받게 된다.


아이러니한 것 중 하나는 미국의 3대 대통령으로 미국 건국의 주역 중 한 명인 토마스 제퍼슨은 미국 사회의 이념적 토대를 마련한 사람이지만, 정작 그 자신은 아주 다면적이고 복잡한 인물이었다. 계몽주의 사상에 몰입해 있으면서도 실용주의자였고, 혁명기를 이끈 정치가 이면서도 18년간 미국 철학회 회장을 지낸 철학가였고, 자유와 평등을 외치면서도 노예를 소유하였다.


이 돌은 자신의 몸에 아무것도 쓰여있지 않다고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사람도 이와 같은 경우가 있지 않을까요(사진:픽사베이)


살아보니 우리 삶에서 아주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이러한 형태의 아이러니는 어디에나 존재한다는 것이고, 이러한 아이러니가 발생하는 이유를 이해하고 그에 대한 유연성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토마스 제퍼슨처럼 위대한 삶을 살았던 사람조차도 이렇게 모순으로 가득 찬데 우리의 삶이 좀 모순되고 때로 앞뒤가 안 맞는다고 힘들어할 것도 없다.


진화의 결과 다양성과 복잡성이 증가하면서 이러한 모순은 필연적인 것인지도 모른다. 살고자 태어났으나 태어나자마자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우리네 인생만큼 아이러니한 것이 있을까.


스탈린 시대의 공산당은 평등의 깃발 아래 부를 축적한 지주들의 재산을 모두 몰수하고 수용소로 보냈다. 군중들은 열광했다. 그러나 공산당은 더 좋은 집에 살게 되었고 귀중품을 모으며 부를 축적했다. 지주들이 모두 수용소에 갇히자 곡식의 수확은 급격히 줄어들었고, 사람들은 굶주리며 평등의 이름 하에 배급을 받아먹고 살아야 했다.


아이러니한 역사는 되풀이된다. 앞으로 나아가기도 하지만 뒤로 후퇴하기도 한다.


모두 자신이 옳다고 주장하는 것 같군요. 아마도 모두 옳은 길일지도요. 우리 삶에 정답이란 없는 거니까요


사람은 작은 거짓말은 쉽게 알아채지만 아주 큰 거짓말은 잘 알아채지 못한다. 사기를 당하는 것도 이와 같음 때문이며 이것의 인간의 속성이고 실체이다.


더 나은 삶을 살고자 한다면 세상과 사람을 알아챌 수 있어야 하고 상황을 알아챌 수 있어야 하며 자신을 알아챌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죽을 때까지 공부하며 자신의 앎을 키워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진정한 행복은 단순히 취미생활을 한다거나 여행을 하는 것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다.


자유와 평등의 가치, 그리고 세상과 사람에 대한 공부로 다양성과 복잡성을 받아들이는 것, 이것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것을 하는 자유를 누리며, 자신에게 일어나는 문제를 통제 가능하게 함으로써 행복에 이르는 길이다.


발왕산에 있는 마유목


속이 비어가면서 죽어가던 야광나무는 자신의 품 속에 마가목을 받아들이고 그 씨가 땅속 깊이 뿌리를 내리게 했다. 마가목은 사랑으로 보답하듯 야광나무가 쓰러지지 않도록 온 힘을 다해 지탱해 주며 함께 살아가는 공생의 길을 택했다. 이 둘은 공생으로 서로 합쳐지는 길을 택함으로써 마유목이 되었고 복잡해지는 길을 택함으로써 영원히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약 22억 년 전 미토콘드리아가 진핵 세포 안으로 들어와 내공생(10-2. 인간이라는 복합 생명체 참조) 함으로써 수십억 년간 생명을 이어오듯 두 개의 나무도 같은 방식으로 공생한다는 것이 신기하다.


발왕산에 있는 마 유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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