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나의 삶을 완전히 바꾼 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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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흑같이 어두운 밤, 깊은 산속 높은 곳에서 나는 가부좌를 틀고 앉아있었다. 11월, 옷을 단단히 입긴 했지만 늦가을의 산 정상은 생각보다 매우 추웠다. 세찬 바람이 돌들로 둥글게 쌓여진 성 벽의 좁은 틈들을 비집고 나를 향해 쏟아져 들이칠 듯이 아우성치는 소리를 냈다.


실존에 대한 좌절과 분노, 그리고 사라진 미래에 대한 무력감으로 한 시간 가까이 산속에서 목이 터져라 울부짖었다. 흘러내린 눈물을 훔칠라 하면 또 목에서 꺼억꺼억 소리가 나왔다. 무엇이 그리 서러웠을까. 어느 날 갑자기 마주한 실직이라는 낯선 손님은 삶을 한 순간에 무너뜨리고 처절하게 몸부림치게 했다. 1년의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복잡한 미로 속에 빠진 아이처럼 방향을 잃고 도무지 길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태백산 천제단


IMF로 그룹 전체가 부도로 파산하며 나는 거리의 노숙인처럼 되어가고 있었다.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지고 자영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일단 자동차 영업을 시작했다. 자동차 영업만 할 줄 알면 다른 어떤 일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1년 가까이 자동차 판매를 위한 각종 소구 활동(전단지 배포, 새벽 소구 활동, 상가 방문 등) 들을 하며 안간힘을 쏟아봤지만 닫혀 있는 상가 점포의 문을 열고 들어가야 하는 공포감은 오히려 더 커져만 갔다.


원래도 지극히 내성적인 성격이었고 남에게 부탁 한마디 하기 싫어하는 나에게 무언가를 직접 판다는 것은 (그것도 고가의 자동차를)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약 10개월 정도를 하며 3대를 팔고는 그만뒀다. '이 일은 내게 맞는 일이 아니야' 하고 스스로 합리화였지만 어쨌든 포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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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없는 돈을 끌어서 부평에 복합 상가 건물에 조그만 구분 상가 하나를 분양받았다. 전재산 7~8천 정도 되었을까. 그중 5천 정도를 상가 투자에 썼다. 당시에 서울 동대문 부근에서 시작된 대형 복합상가 건축 분양이 전국적으로 흥행하던 때였다.


상가 관련 별다른 지식도 없이 분양사 말만 듣고 계약을 했다. 건물이 완공된 후 내 가게를 갖게 된다는, 거기서 옷가게라도 하면 먹고살겠지 하는 기쁜 마음도 잠시, 준공 후 불과 몇 개월이 지난 뒤 건물 운영은 엉망으로 됐고 운영진은 파산하고 구분상가 지주들과 시행사 사이는 소송전으로 치달았다. 상가는 폐쇄되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소송은 마무리되었으나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하고 그 건물은 20년 넘게 아직도 폐건물로 남아있다) 내 나이 39살이었고 아이들은 초등과 유치원 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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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절과 분노로 자포자기 상태가 되었고 매일 술을 마셨다. '돌아가신 아버지도 이런 심정으로 그리 술을 마셨을까'. 술에 취해 몸의 중심을 못 잡고 눈도 몽롱한데 100km를 넘는 속도로 고속도로를 질주했다. 핸들을 5도만 아니 1도만 틀어도 고통을 끝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영원한 죽음이라는 '쉼' 속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집으로 가는 내내 핸들을 틀지 말지 수없이 번뇌하였다. 이런 일이 여러 번 있었다.

아내는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어 보고자 새벽 우유배달을 시작했다. 나는 더욱 괴로움 속으로 빠져들었다.


때때로 술로 몸을 가누지 못해 수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는 부평역 복잡한 거리 한 복판에 쓰러져 잠을 자기도 했다. 만성 위염으로 기능을 상실한 위는 결국 피를 쏟아냈다. 어느새 죽음의 그림자가 눈앞에서 서성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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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참 아이러니하다. 막상 죽음이 진짜로 눈앞에 다가오자 갑자기 살고 싶은 욕망이 일어났다. 죽을 때 죽더라도 운명에 굴복한 채 죽음을 맞이하면 안 될 것 같았다.


그날부터 나는 정신을 차리고 산에 오르며 명상을 하기 시작했다. 명상을 하기 전에는 항상 연단을 먼저 했다. 기운이 온몸에 퍼지도록 운기 한 뒤 연단 동작을 했다. 운기 동작을 한 시간쯤 하고 나서 연단을 30분 정도 한다. 그리고 연단 직후에 명상을 했다. 그냥 바로 명상만 하면 깊은 내면 속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이렇게 연단을 30분쯤 하고 난 뒤 명상을 하니 좀 더 쉽게 깊은 내면 속으로 들어갈 수 있고, 무의식의 지혜와 마주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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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단이란 특정 동작을 유지한 채 죽기를 각오하고 끝까지 버티는 것이다(예를 들면 프랭크 자세로 20분간 버티는 것). 처음에는 1분도 못 버티지만 계속 단련하고 죽을힘을 다해 버텨내면 5분 15분 30분, 그 이상도 할 수 있게 된다. 누구든 몸과 마음의 놀라운 변화를 체험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렇게 거의 매일 3개월쯤 했다. 때론 산속에서 때론 다른 장소에서. 그리고 나를 둘러싼 환경과 대상들에 대한 분노를 거두고 내 안의 문제들이 무엇인지 생각하기 시작했다.


삶이 혼돈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땐 자신이 제일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걸 버려야 한다.(나는 명상 전문가는 아니다. 단지 나의 방식을 찾아냈고 그것으로 변화를 맞이한 이야기를 할 뿐이다)

연단 뜻 : 1) 쇠붙이를 불에 달군 후 두드려서 단단하게 함 2) 몸과 마음을 단련시켜 더욱 굳세게 함.


이 수호신 이야기는 다음회(목차 11번)에서 마무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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