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우리 가족에게 찾아온 경사에 기쁘면서도 슬펐던 적이 있었다. 바로 하나뿐인 언니의 결혼이었다.
언니가 슬픈 눈과 그렇지 못한 입꼬리로 집에 들어온 날이 생각난다. 그날은 언니가 형부에게 청혼을 받은 날이었다. 풍성한 꽃다발과 반지 낀 손을 흔들며 오랜 기간 교정한 건치를 내보였다.
"나 프러포즈받았어~"
생기 넘치는 언니의 표정을 보며 내가 결혼하는 것 마냥 가슴이 콩닥거렸다.
그리고 나도 희망이 생겼다. 그래, 너도 결혼하는데......
양가 첫 상견례가 있던 날, 거울 앞에서 오랫동안 할까 말까 고민했다. 평소라면 액세서리는 거추장스러워 눈길조차 주지 않았을 텐데 그날은 묵혀뒀던 귀걸이를 들었다 놨다 했다. 사람답게 보이고 싶었나? 그만큼 나에게도 중요한 자리였나 보다.
주고받는 짧은 대화 속 공백이 생길 때마다 기다리고 있던 음식들이 눈치껏 들어와 줬다. 준비된 음식들을 다 먹어갈 때쯤 말주변이 없는 아빠가 숨을 크게 들이쉬며 입을 뗐다.
"재민 군을 처음 만난 날 재민 군 부모님이 무척 궁금했습니다. 이렇게 멋진 젊은이의 부모님은 과연 어떤 분이실까 하고 말입니다. 오늘 두 분을 뵙고 보니 더 안심이 되고 기분 좋습니다."
아빠, 내 상견례 때도 똑같은 멘트 부탁할게.
대망의 드레스를 고르던 날, 언니의 결혼을 실감했다. 열심히 화장해도 비포와 다르지 않던, 열심히 옷을 바꿔 입어도 도대체 뭐가 달라졌냐고 묻고 싶던 언니였는데, 커튼이 걷히고 신부의 모습이 드러나는 순간 나는 이상하게 눈물이 났다. 어느 때보다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우리 언니도 참 예쁘구나.'
'너 좀 낯설다......?'
코로나 시국 때문에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마음만은 성대했던 결혼식이 끝났다.
넷이 부대끼며 살던 집에 셋이 살게 되니 언니의 존재가 얼마나 컸는지를 새삼 실감하게 됐다.
엄마처럼, 때로는 친구처럼 항상 챙겨주고 보살펴 준 언니가 있어 너무 행복했다.
언니도 내 언니라서 행복했을까?
언니의 결혼과 더불어 우리 가족 구성원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넷이었던 우리 집은 다섯이 됐다. 아빠를 제외하면 여자만 셋이던 집에 형부가 생기니 그 존재만으로도 든든한 느낌이었다.
언니의 행복한 결혼생활을 지켜보며 나도 결혼을 꿈꾸게 됐다. 이런 생각이 들면 결혼할 때가 됐다던데. 그래서 초록 잔디가 깔린 예식장과 입을 드레스를 한번 골라봤다. 만나는 남자도 없는 판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