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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알사탕 0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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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무디 Oct 29. 2022

진짜 이상해

진짜 진짜 이상해

어느 날 저녁, 아까부터 부엌에서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귀를 쫑긋 세워보니 냄비에 물 받는 소리도 들린다. 아무래도 라면 정도나 끓여서 저녁 끼니를 때우려나 보다.

요리 쟁이인 나는 냉동새우가 떠올랐고 방문을 열고 나왔다.

"아빠, 뭐 먹게?"

"비빔면이나 끓여먹게."

"냉장고에 새우 있는데 새우볶음밥 해줄까?"

"새우볶음밥?"

아빠는 잠시 고민하는 척하더니 그냥 비빔면을 끓여 먹겠다고 했다. 대신 새우를 같이 비벼 먹겠단다.


나는 조금 심심했다. 아빠의 요리과정을 옆에서 지켜보기로 했다.

물을 끓인다. 면 한 개로는 부족하다며 국수를 조금 꺼내 같이 삶았다. 냉동새우도 투하했다. 새우가 먼저 익었다. 계속 익어갔다. 면과 국수를 건졌다. 재빨리 찬물에 헹궈 전분을 씻어낼 차례인데 어찌 아빠는 찬물을 면에 끼얹고 있었다.

"아빠, 뭐해?"

"뭐하긴, 면 씻잖아."

"아니, 손으로 바락바락 씻어야지, 왜 젓가락으로 휘젓고만 있어?"

"상관없어."

'진짜 이상해......'


아빠는 비빔면 양념장에 더해진 국수 양만큼 고추장, 간장, 식초, 참기름 등을 무심하게 더했다.

'으, 맛없을 거 같아'

이어 곧 아빠는 면과 양념장을 한데 모아 젓가락으로 섞었다.

'으, 맛없어 보여'

아빠가 맛보라며 한 젓가락을 권했다.

"아니, 괜찮아" 즉답했다.

하지만 완성된 비빔면에 자꾸 눈길이 갔다.

'왜 윤기가 좔좔 흐르는 거지?'

아빠가 잠시 뒷정리는 하는 사이 한 입 훔쳐먹었다.

맛있었다.

'진짜 진짜 이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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