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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알사탕 0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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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무디 Oct 29. 2022

새로 생긴 취미

나만 즐거운 취미

최근 몇 년 간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음식을 만들어 먹는 취미가 생겼다.

갈비찜, 잡채, 소고기 뭇국, 두루치기, 오삼불고기 등 한식부터 에그타르트, 마늘빵, 애플파이 등 베이킹까지. 이전의 나라면 엄두도 못 냈을 요리들을 나에게, 그리고 가족에게 만들어 주었다.


평소 아빠는 엄마가 차려주는 밥상에 꼭 한 마디씩 핀잔을 놓았다. 음식이 싱겁다느니 달다느니, 땡초를 더 넣어야 얼큰하다느니. 고생한 아내에게 그저 고맙다 말하여 맛있게 먹어주지 못할 망정 불평하는 모습이 영 꼴 보기 싫었다. 사실 나도 과거에는 엄마가 만든 음식에 냉정하게 반응했다. 맛없으면 아예 안 먹기까지 하며 꼴값을 떨어댔다.


요리에 야망이 생기고부터 까다롭고 얄미운 그의 입맛을 내가 만족시키고 말겠다는 이상한 오기가 발동했다. 나는 아빠에게 요리를 해줄 때마다 아빠가 먹는 모습을 옆에서 매섭게 관찰하며 평가를 기다렸다.

어쩐 일인지 딸에게는 관대했다. 열심히 음식을 해준 딸내미의 정성이 갸륵했는지 매번 괜찮다, 맛있다, 고개를 끄덕여줬다. 난 이런 싱거운 대답에 만족하지 못했다. 좀 더 정확한 피드백을 위해 구체적으로 캐물었다. 맛이 어떻냐, 맛있으면 어떻게 맛있는지, 사 먹는 거랑 비교했을 때 뭐가 더 맛있는지, 마늘향이 많이 나는데 괜찮은지, 아쉬운 점은 뭐가 있는지.

아빠는 피곤해했다. 오늘은 내가 요리하겠다고 나서면 갑자기 입맛이 없단다.


바짝 볶은 멸치를 갈아 만든 진한 육수에 국수를 말아준 날, 아빠만의 방식으로 나의 요리 솜씨를 칭찬했다.

"아빠는 딱 그래, 맛없으면 안 먹잖아."

그러고는 두 그릇이나 비우셨다.


엄마는 나의 요리과정을 지켜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고추장이며 간장이며 왜 이렇게 빨리 줄어드나 했더니만."

"난 정량을 넣었을 뿐인?"

"양념 좀 아껴 써라."

"그러니깐 엄마 음식이 맛없는 거."

"...... 이년이"


나의 새로 생긴 취미가 가족에게도 즐거운 일이었으면 했는데, 딸내미의 새로 생긴 취미가 썩 반갑지 않은 두 사람이다. 하지만 굴하지 않고 앞으로도 맛있는 음식을 많이 만들어 주고 싶다. 한 끼의 맛있는 음식을 대접받는 일은 사랑받는 일이고 한 끼의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는 일은 사랑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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