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런('돼지'와 '부지런하다'를 합친 말로 먹을 때만 부지런하다는 뜻의 신조어다)한 나에게도 입맛이 없던 시기가 있었다.
내가 11살 무렵 할아버지가 암으로 투병 중이셨다. 아빠는 몸에 좋다는 상황버섯 물을 하루가 멀다 하고 달이셨다. 병상에 누워 있는 할아버지와 같이 아빠도 말라갔다.
할아버지의 병세가 더해지면서 우리 집에 웃음소리는 줄어들었다. 나의 식욕도 줄어들었다. 가족의 아픔을 지켜보는 일은 생각보다 더 아팠다.
학교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던 길, 누군가 핫도그를 먹으며 지나갔다.
'에이, 설탕을 안 발랐네.'
'그 아줌마는 설탕도 듬뿍 발라주고 케첩도 듬뿍 뿌려줬는데.'
당시 아빠는 동네에 조그만 컴퓨터 학원을 운영했다. 학원 앞에는 오래된 분식집 하나가 있었다. 아마 여러 가지 분식을 팔았겠지만 난 핫도그밖에 기억나지 않는다. 언제 한번 우연히 맛보게 된 이후로는 파블로프의 개처럼 핫도그만 봐도 침이 고였다.
유감스럽게도 그 핫도그가 사무치게 먹고 싶었다.